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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카지노 가는 길(3-3)-방영주
2010-01-21 10:23:07
1205b

조회:1760
추천:87
(15)
 
“저 앞 굴다리 보이죠. 우회전하여, 그 안을 통과해요.”
“알았습니다.”
“이 길을 따라 죽 올라가요.”
“카지노가 산 위쪽에 있는 모양이죠.”
“여기는 700미터가 넘는 고원이죠. 카지노는 800미터 정도에 있어요.”
“왜 그렇게, 높은 곳에…….”
“고립시키는 거죠.”
“고립?”
“한번 올라가면 다 털리기 전에는 못 내려오게. 또한 고원 지대는 귀가 멍멍하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고 다 터는 거지요.”
“손 형은 유머 감각이 있어요.”
“유머가 아니라, 세티어라 했잖소.”
“아, 그렇지요.”
“카지노의 구조도 묘하게 되어 있어요. 백화점처럼 출구가 잘 보이지 않죠. 그곳을 찾으러 헤매다가 부지불식간에, 기계에 돈을 다 빨리고 마는 거죠.”
“미로와 같다…….”
“음악도 그래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률들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여 기분을 들뜨게 하지요. 로고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것들을 변형했어요. 그러니까 카지노를 내려와 길거리를 걷는다거나 어디에 들어가면, 흔히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로 되어 있어요. 한 번 카지노에 들린 사람은 어디서나 그와 비슷한 음향이나 도안들의 환청, 환각으로, 카지노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죠.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는 당첨 확률이 49 : 51입니다. 그것도 조금만 계속하면 마이너스가 나오겠죠. 라스베이거스는 어쨌든 확률 2%를 가지고 운영이 되지요. 여기는 얼마인 줄 알아요?”
“글쎄요. 얼마나 될까요?”
“15 : 85입니다. 그걸 하루만 계속해 봐요.”
“몇 천만 원은 좋이…….”
“가능한 일예요. 한국인은 거 뭐든가, 승부 근성인지 오기인지, 그런 것이 있어서, 기계 몇 대에 성냥 등을 꼽아, 자동으로 돌리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거기에다 입장료 5000원씩을 챙기고. 당첨금이 500만원을 넘으면 22%씩 원천 징수해요. 정부의 지분이 반을 넘기니까, 사실 정부에서 하는 허가 낸 노름판인데, 정부에서 챙길 것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수작이죠. 그러니 5000원 짜리 주식이 20만원이 넘은 적도 있지 않겠어요.”
“한마디로 강도 같은…….”
“총이나 칼만 안 든 날강도 같은 놈들이죠.”
“안 가면 되잖아요.”
“노름의 속성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했잖소. 정부는 그걸 이용한 거죠.”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이유가 그런 데 있었군요.”
“한 이유가 되겠지요.”
“단 하나의 이유뿐이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저 산 위에 불빛이 보이는군요.”
“저 파란 불빛에 빛나는 카지노 건물, 꼭 뭐 같아요?”
“손 형의 말을 들어선지 아주 음흉스럽게 보이는군요.”
“마귀의 성, 악마의 성, 그렇게 보면 돼요.”
“……손 형에게 내 끝으로 묻겠소. 차를 평택으로……?”
“안되오!”
“지금까지 손 형의 말로 미루어, 저곳은 절대 가서는 안 될 곳이라는 것을, 자신도 빤히 알면서, 왜 가지요?”
“역시, 갈 데까지 갔다는, 그놈의 오기 때문에…….”
“기사야 손님이 원하는 곳까지 모셔다 주면 되지만, 내, 원, 참…….”
“이제 다 왔잖아요.”
“…….”
 
(16)
 
“얼마 드리면 되지요?”
“15만원만 내요. 술도 얻어 마셨고…….”
“받아요. 20만원입니다.”
“왜 그렇게 많이…….”
“어차피 내려올 때는 제로니까. 차 형 덕분에 마음에 맺힌 것을 많이 풀었어요. 고마워서…… 차 형은, 참, 좋은 사람일 것 같군요…….”
“손 형도…….”
“그런 사람이 이런 델 들락거리겠어요.”
“별개의 문제죠.”
“차를 카지노 정문 앞에 대요.”
“…….”
“아니, 왜, 주차장으로 들어가지요?”
“젠장, 여기까지 온 김에, 나도 구경 한 번 합시다.”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여긴 뭐, 거시기에, 금테 두른 사람만 오나…….”
“어, 차 형, 화까지 낼 건 없잖소.”
“술을 얻어 마신 대신, 손 형의 입장료는 내가 내지요.”
“그럼, 안되는데…….”
“고원이라 춥군요. 자, 그만, 들어갑시다!”
“…….”
 
(17)
 
“수많은 기계, 인파, 소음…… 정말 어지럽군요.”
“처음 오면 다 그래요. 아니, 누구나, 언제든, 그렇죠.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죠.”
“여자들도 꽤 있군요.”
“그들이 문제가 더 많아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 한 곳에 빠지면 잘 헤어나지 못하죠. 프로이트라는 정신 분석 학자인지 성 분석 학자인지 모를 서양의 어느 친구가 지껄였죠. 여자는 성기가 안에 있으므로 해서, 근본적으로, 모두 내성적 성격에 속한다고. 따라서 여자가 노름에 미치면 남자보다 더해요.”
“그렇겠군요.”
“더구나 요즘은 여자가 가정의 경제 주체죠. 그런 여자들이 하루에 몇 백만 원씩 같다 잃고는, 여기저기 계원 등 아는 사람에게 온라인으로 돈을 빌려 다 털리고, 사색이 되어 새벽에 퇴근하는 모습이라니…….”
“결국 가산 탕진하고…….”
“가정 깨고, 목숨 던지기 십상이죠.”
“나서서 말려야 할 이런 곳을, 왜 정부가…….”
“음성, 양성, 여러 종류의 돈이 필요하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자, 차 형. 구경했으니 그만 나가요.”
“딱 한 번만 해보고 싶군요.”
“내 뭐라고 했소. 여기에 오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니까…….”
“손 형, 딱 한 번만이오.”
“…….”
 
(18)
 
“내 이제 모르겠으니, 차 형 꼴리는 대로 해요.”
“손 형의 어감에도 감정이 묻어나네요.”
“차 형이 잘못되면 내 책임이잖소. 괜히 카지노 이야기는 주절거려서…….”
“나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했잖소.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거지 뭐. 그런데 손 형, 왜 자리에 앉지 않고, 빙빙 돌기만 하나요?”
“잘되는 기계가 따로 있는데…… 헌데, 그런 것이…… 아, 여기 비슷한 자리가 비어있군. 여기 앉아야겠어.”
“나도 손 형 옆에 자리를 잡겠소..”
“알아서 하라고 했잖소. 넨장맞을…….”
“돈은 저 입에 넣고, 이 배꼽을 누르면 되겠군. 맞죠?”
“허허…….”
“아니, 손 형, 이게 뭐요?”
“터졌군요.”
“얼마나 돼요?”
“90만원쯤…… 헌데 그것은 미끼일 겁니다. 우리가 입장할 때 주민등록증을 제시했죠. 어쩌면 그것이 컴퓨터에 입력되어, 중앙 관제탑에서 처음 온 차 형을, 계속 추적하는지도 몰라요. 노련한 노름꾼은 상대방에게 한번쯤 따게도 해준다고 했죠. 차 형, 오늘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요.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황금빛 붕어를 물통 가득 잡았다고 했죠.”
“허허, 참…….”
“손 형만 오기가 있는 줄 아쇼?”
“…….”
 
(19)
 
“차 형, 어디에 있었소?”
“밖에 잠깐…….”
“난 모두 털리고, 화가 치밀어 그냥 갔을 줄…….”
“틀린 말은 아니지요. 내려가다가 다시 오기가 치밀어…….”
“그래서?”
“차를 전당포에…… 기름 값마저 날렸으니…….”
“내 연료비는 줄 테니, 그만 내려가요.”
“적어도 잃은 것은…….”
“여기에 있는 돈이 모두 내 돈 같아도, 실제로 해보면 결국 기계의 돈이지요.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순 없다고 했잖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기계는 냉정하니까요. 더구나 한 번 누를 때마다 15 : 85의 확률인데…… 차 형, 안 그렇소?”
“나도 손 형처럼 그놈의 오기 때문이오.”
“허허, 자정이 훨씬 지났으니, 돈들을 다 털려 빈 기계가 많겠군. 이제 진작부터 내가 가고 싶었던 자리로 가 봐야겠네요.”
“난 내 돈을 갉아먹은 이놈과 결판을 내겠소.”
“결코 기계를 이기지 못하는 건데…….”
“…….”
 
(20)
 
“차 형, 기계한테 승리했소?”
“아니오.”
“내 뭐라고 했소. 나도 이 손에 남은 돈, 삼만 원이면 끝이오. 여기에 오면 손 형이나 나, 신이나 짐승이 아닌 다음에야, 모두 이 꼴이 되는 겁니다. 이 돈마저 털리면, 내일 아침도 굶어야 할 판이오. 이제 팔아먹을 것은, 모두 팔았으니…….”
“그럼, 내려갑시다.”
“이미 늦었어요.”
“자…… 삼만 원 모두 넣고…… 마지막 한 번 놀아 볼까……?”
“아니, 손 형, 그게, 뭐요!”
“빌어먹을, 이제야 터졌네.”
“얼마요?”
“1억 4천이 조금 넘네. 원천 징수하면 1억 1천쯤이나…….”
“축하합니다!”
“내가 이런 데서 털린 돈이 얼만지나 아쇼?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오.”
“그래도…….”
“하여튼 일단 한은 푼 셈이오. 조금 있다가 이 카지노 홍보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하고, 별 꼴값을 다 떨어 준 다음에, 돈을 찾아 바로 내려갑시다. 내 차 형의 차를 찾아 드리리다. 그래서 동해로 갑시다. 내 여비는 충분히 주겠소.”
“할 말이 없소.”
“…….”
 
(21)
 
“차 형, 그만 일어나요. 뭔 잠이 그리도 많소.”
“며칠 잠을 못 잤더니…… 아함,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요?”
“기억 안나요? 여기는 삼척 촛대 바위 근처 모텔이죠. 우리는 카지노에서 내려와, 차를 찾아 바로 여기에 와서, 싱싱한 회와 소주에 꼭지가 확 돌았었죠.”
“여기는 정초에 해맞이를 하러 전국에서 꽤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요. 모처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잠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요.”
“술맛은, 참, 아무튼, 내 생애 최고였는데…….”
“그랬을 겁니다. 손 형, 다시 축하드려요. 헌데, 지금 몇 시나 됐나요?”
“정오를 조금 넘기고 있군요.”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도 얼마 못 잤지요.”
“그렇군요. 손 형은 벌써 어디에 다녀온 모양인데…….”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죠. 우리 애들 도장 파고, 통장 만들고, 오천만 원씩 넣어 주고, 장문의 편지 쓰고, 그것들을 따로따로 우송하고, 끝으로 남은 천만 원 수표는 만 원 권으로 바꾸고, 참 바빴죠. 이승에서 남은 피붙이에게, 아무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괜찮은 일 같아…… 마음이 들떠서…….”
“왜 그런 말씀을…….”
“이 나이에, 이런 몸과 정신으로, 내가 할 일이 뭐가 있겠소.”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힘을 내세요.
“…….”
“손 형, 평택으로?”
“삼척항 정라진으로 가요. 우선 뭘 좀 먹어야지요. 곡기를 구경한 지가…… 영월에서도 술과 안주만 먹었으니…… 정라진 물곰탕이 일품이죠. 서해에서는 장뱅이, 또는 물메기라고도 하는 데, 동해의 것이 육질도 단단하고 상품이죠. 물곰탕 한 그릇이면 속이 확 풀려요.”
“갑시다. 내가 살 테니.”
“그렇게 해요. 대신 여기까지 동행해준 값으로 백만 원을 내겠소.”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찾아 준 찻값만 해도…….”
“내가 돈을 딴 것은 아마도 차 형 덕이 아닌가 싶소. 원래 꿈 이야기를 하면, 상대편에게 그 꿈이 넘어가는 것 아니겠소.”
“히히, 무슨 그런 괴변을…… 손 형은 참 좋은 사람이오.”
“쓸데없는 소리 작작해요. 그리고 차 형, 다시는 카지노에 가지 마시오.”
“꿈에라도 보일까 두렵소. 헌데, 손 형.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평택?”
“아니오. 혼자 가요. 난 여기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시 카지노로 갈려고요? 하여, 만 원권으로 바꾼 것은 아닌가요?”
“……빨리 정라진으로 가서 물곰탕이나 먹읍시다.”
“평택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소.”
“그럴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예?”
“사람의 일이란…….”
“…….”
(22)
 
“오늘 참으로 술을 많이 마셨군. 대낮부터 혼자, 자정에 이르는, 이 시간까지…… 그러며, 결심을 굳혔지…… 바다는 모든 생물의 고향이라고 했던가. 바다를 영어에서는 여성 대명사 She로 받지…… 한자의 바다 해(海)에도 어미 모(母)가 들어 있어…… 그래, 난 지금 대지의 자궁 앞에 와 서 있는 거야…… 몸에 하나도 걸친 것 없이…… 처음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벌거벗고, 바닷가 절벽에…… 왠지, 하나도 춥지가 않군. 오히려 몸이 뜨거워…… 흠흠, 냄새도 꼭 산실(産室)에서 맡던 그것이군. 지금 다시, 나는, 태시(太始)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야…… 저 소금물에 몸을 깨끗이 씻고, 처음 온 그 자리로…….”
“아빠, 제 결혼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아버지 전, 내일이 입대인데…….”
“내가 너희들에게 돌아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빤히 보이잖니. 노름이란 목숨을 끊어야 안하는 거란다. 아니 저승 대신이나 용왕의 신하와 한판 붙자고 달려들었다,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고 쫓겨날지도 모른 게, 그것이란다. 너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행성이 있는 곳에는 기웃거리지도 마라. 아무튼 나는 귀가하여, 한 며칠 자숙하는 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술에 취해 통장을 빼앗아…… 그리고 나는 너희들의 기생충이 되어, 평생을…… 나는 이제야 분명히 깨달았다…… 카지노, 아니 노름판에 가는 길은, 바로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아빠, 그래도 괜찮아요. 제발 살아만…….”
“…….”
“네가 평생 한 일 중에, 가장 괜찮은 일은…….”
“아버지시군요.”
“술에 취해 밤늦게, 바닷가 달동네를 돌며, 은행에서 바꾼 백만 원 다발을 여러 집에 던진 일이야. 내 생전에 그런 마음만 있었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아버님, 다 지난 일이 아니겠습니까요.”
“여보, 그런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요.”
“아, 당신에겐 정말 못할 짓을 많이 했어…….”
“아비야, 며느리 말을 따라라.”
“어머니,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지노 아니, 노름판에 가는 길은, 바로 죽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곧 만나 뵙고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얘야…….”
“어머니, 저 대지의 어머니가, 절 부르는군요.”
“안 된다…….”
“여보, 제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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