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오감도의 제목과 시어와 이미지
Ⅰ. 오감도
1. 이상 시의 제목 「오감도」
이상의 창작시제 『오감도』는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는 이상만의 신조어다. 이러한 특성으로 하여 활자화할 당시에도 인쇄소에서는 조감도(鳥瞰圖)로 고치고 이상은 오감도(오감도)로 교정하는 횟수를 여러번 가졌다는 일화를 가지고 있다. 한 시인이 그의 고집대로 어떠한 시 제목을 고수하려 할 때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붙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상은 그의 시 오감도가 조감도(鳥瞰圖)가 아님을 구구하게 설명한 시작노트를 남기지도 않았다.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이상만의 오감도여야 하는 이유가 객관적 사전풀이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때 이것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아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문제의 제기는 우리나라에서 가마귀가 효조(孝鳥)로 불리우는 민속의 유례를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가마귀는 불길한 의미만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2. 오감도에서의 오(烏)와 감(瞰)의 상응성
1). 가마귀 오(烏): 위로 쳐다봄의 의미
(1) 오감도의 오(烏)
오감도의 오(烏)가 불길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은 겉 모양이 검은데 일차적으로 원인이 있다. 그러나 다음의 시조에서 보면 겉은 검다하더라도 속조차 검지는 않다는 내용이다.
가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 뿐인가 노라 정주동·유창식 교주, 『眞本 靑丘永언』(서울: 신생문화사, 1967), 517.
이 직(1362/공민왕 때 - 143/세종 13까지, 호는 형재. 고려 공민왕 때 예문각 제학이었고 세종때에는 영의정을 지냄).
위 시조의 예에서 가마귀는 겉은 검지는 속은 검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 작가에 의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 시조에서 검음과 흼의 관계는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는 비유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비유는 외모로 인간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민속적인 속설까지 있다. 또한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 주기 위하여 가마귀는 까치와 더불어 오작교(烏鵲橋)를 놓는다.
(2). 효조(孝鳥): 위로 쳐다봄
한국민속에서의 가마귀와 까지가 몸을 잇대어 은하에 다리를 놓는다는 이 전설은 가마귀가 겉은 검지는 속은 검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 따라서 가마귀 오(烏)가 나쁜 의미로만 일관될 수는 없다. 오히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하는 희생의 이미지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희생의 가마귀 이미지는 남을 받드는 데 그 원리가 내재함을 유추할 수 있다.
오(烏)는 검은 색을 띈 가마귀이지만 속조차 검지는 않고 오히려 효조(孝鳥)로서 이해되고 있는 시가의 예를 들어본다.
하물며 남산 나린 끝에 오곡을 갖춰 심어
먹고 못 남아도 긋지나 아니 하면
내 집의 내 밥이 그 맛이 어떠하뇨
채산낙수(採山約水)하니 수륙품(水陸品)도 잠간갓다
감지봉양(甘旨奉養)을 족하다 할까마는
오조함정(烏鳥含情)을 벱고야 말렸노라 박인로의 사제곡(莎堤曲) 중에서. 이상보, 『노계시가연구』 (서울: 이우출판사, 1978), 142-144.
효조가 가마귀 오(烏)와 관련되는 것은 낳아주고 길러준 어미에게 있는 실제의 상황에서 비롯된다. 미물인 새도 그의 어미에게 받은 은공을 다할진대 만물인 영장인 인간이 가마귀를 본받지 않을 수 있는가하는 역설이 강조된다. 효의 방법은 감지봉양(甘旨奉養)의 형식이 아니라, 즉 맛난 음식으로 어버이를 받들어 모시는 것이 아니라, 오조함정(孝鳥含情)에 있다.
이 가마귀가 먹은 마음의 정은 그의 어미가 늙으면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데 그 깊은 뜻이 있다. 남산 줄기가 내려앉은 그 끝에 오곡을 갖추어 심어 먹고 그것이 남지는 아니해도 끊어지지나 아니하면 내 집의 내 밥이 진미가 되는 것이다. 산나물을 캐고 물고기를 낚으니 뭍과 물의 물건들을 갖추는 것이 된다.
이것은 보모님을 공양함에 있어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인간도 가마귀처럼 효도를 하고야 말겠다고 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 효조함정(孝鳥含情)은 낳아주고 길러준 어버이에게 효를 다하고 있는 마음이 자연적으로 발생함을 의미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일반이다. 인간과 가마귀를 동일시하는 효와 관계되는 가마귀의 역할은 가마귀의 좋은 점을 인간이 본받게 하는데 그 중요한 의미 개념이 숨어 있다. 효조반포(孝鳥反哺)나 자오왈효조장측반포기모(慈烏曰孝鳥張則反哺其母)니 하는 민속적 구절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모든 행실의 근원 孝에 이르러 孔子는 부孝者德之本也라 하였고, 孝는 百행之原善之初也라 하였으며 행人의 根本이라하였다. 퇴溪도 百행之原이라 하였으며, 율곡도 孝위百행之道라하였다.
이 되는 효의 개념은 내가 남을 받들어 모시는 마음의 자세에 있다. 이것은 내가 남을 받들어 공경하는 마음의 자세를 뜻한다. 이것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한다면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향하여 늘 올려다보는 사람은 결코 그 행실이 그릇될 수 없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으로 보아 한국은 예로부터 어른을 떠받들어 모시는 사상이 있다. 우리말에는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어르신도 있다. 그리고 백제시대 근초고왕을 어라하라 하였다, 한강 본래의 이름은 욱리하이다. 이러한 한글 이응과 리을과 히흫으로 이어지는 이 발음은 바로 절대 높으신 분이다. 하늘을 우러러 사는 한국인은 어르신을 받들어 선기고 이로하여 축복받는 민족이 되고 있다.
(3). 감(瞰): 내려다 볼 감(瞰)
일반적으로 오감도의 오(烏)가 가마귀이고 감(瞰)이 내려다 봄의 뜻이 있음으로써 불길한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의미로 이해 되어 왔다. 그러나 오히려 불길한 눈으로 내려다보지 않는다는 뜻이 감(瞰)에 있다. 하늘에서 굽어보는 사람들을 잘 살리려 은혜로 내려보신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는 나보다 위에 있는 자이다. 보편적으로 신이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한다. 하나님이 위에서 내려다보신다. 신이 인간을 굽어 살피사, 혹은 하늘이 내려다본다는 말들을 한다. 이것은 회화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굽어 내려다본다는 감(瞰)으로 표현된다.
하늘이 굽어 살피사라는 말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라는 말도 쓴다. 이 일상적인 말에는 하늘에서 보는 눈은 의의 눈이요 그리고 정의로운 눈이며 또한 착한 사람을 구해준다는 속설을 가진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양심이 있다는 믿음의식이 있다. 하물며 좋은 일을 하시는 하늘이 당시의 잔혹한 일제의 압박에서 신음하는 일제하의 한국인을 도와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기에 시인의 신앙에 의하여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분이 결코 당시의 일제상황에서 우리나라를 구해주리라는 꿈 도 오감도가 생긴 것이다. 이 믿음의식에서 오감도는 쓰여졌다. 이상은 일본인이 아니다.
백성이 조국위기에 처하여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특히 시인의 경우는 시로 조국을 구할 수 있다. 글은 퍼져 나가는 성격이 있다. 이상은 이름을 이상(李箱)이라 바꾸고 인간이 꿈꾸는 특히 한국인이 꿈꾸는 조국의 국권을 찾는 일을 시가 가지는 메타포로 활용한다.
(4). 천은지혜(天恩地惠)
하늘이 돕는 일에 대한 의미심장한 믿음의식을 한국인들은 가지고 있다. 더욱이 효라고 할 때 오감도는 효의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다. 잃어버린 나라를 가지고 있는 이상이 시로써 구원하고자 하는 이 나라를 오감도라는 시를 통해 들어내고자 하였다. 그 방법이 오감도 창작이다.
바로 받들어 심기며 위를 쳐다보는 이미지가 오(烏)이다. 이에 부응하는 즉 받들어 하늘을 섬기면, 부모를 섬기면, 조국을 섬기는 한르에 있는 뜻의 감(瞰)을 써서 오감이라 한 것이다. 감(瞰)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미지이다. 이것을 좀 더 근본적으로 추구한다면 천은지혜(天恩地惠)의 원리이다. 천은지혜는 천(天)이 꼭 위이고 지(地)가 아래라는 결정론적이 아니라 상응되는 모든 관계가 서로 은혜를 베풀고 또한 받는 사물의 근본 이치에 있다. 그러나 이상만이 독특한 주장, 곧 오(烏)로 되어야 한다면 감(瞰)으로 되어야 하는, 즉 위로만 쳐다보아야 하는 상응의 원리는 감(瞰)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상이 교정하는 횟수를 여러 번 가졌다는 일화 즉 조(鳥)를 오(烏)로 교정보았다는 일화와 일치한다. 왜냐하면 당시의 유행하던 초현실주의 기법인 남녀의 에로틱성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특성은 이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문학적이 된다. 이상은 문인이었다.
그리고 이 이미지를 통해 보다 차원 높은 문학성은 서로 주고받는 상응성의 은혜 원리이다. 이러한 시의 은유, 즉 숨은 뜻을 지닌 감( 瞰)은 무섭게 밑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가 자비, 혹은 걱정하는 개념으로 굽어본다가 된다.
이에 천은지혜(天恩地惠)라는 진리가 적용된다. 천(天)도 은혜(恩惠)이고 지(地)도 은혜(恩惠)이다. 이 진리는 상응성의 원리이다. 이상응의 대응은 세계적인 감성의 공통성을 두개의 상반된 관계로 묶은 것이다. 베풀면 받는다는 진리이다. 사랑을 베풀면 사랑을 받는다. 사랑을 드리면 사랑을 받는다. 이러한 이치로서 천(天)이 위이고 지(地)가 아래라는 결정론이 아니다. 또한 천(天)이 앞이고 지(地)가 다음 차례라는 결정론도 아니다. 모든 사물을 일컬을 때 편의상 순위가 되는 것이다. 오감(烏瞰)의 순서는 일제하에서 쓰여진 시이기에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을 우러러 살펴보아 달라는 간절한 기도시가 된다. 하늘을 받들어 섬기면서 제발 이 나라의 상황을 굽어살피사 좀 도와 주세요가 된다.
이에 인간의 효와 관련하여서도 부모를 잠 섬기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고 오히려 그 부모를 잘 섬기는 마을일 때 결코 신은 외면하지 않는 관계까지 확대되는 한국고유의 근본효사상이 적용된 것이다. 우러름과 굽어봄의 관계는 인간과 신의 관계이다. 그만큼 오감의 관계는 인간과 신의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다만 문학성을 지닌 남녀의 서로 다른 자세의 구별로 하는 시적 초현실성이 되어 있다. 은유는 가장 시적이게 하는 낯설게 하기가 있다. 깊은 뜻은 숨기면서 재미있게 표현되고 그리하여 호기심이 가게 하는 남녀의 사이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오감(烏瞰)이다.
2. 그림 도(圖)
1). 오감도의 시제와 효
한 편의 시는 그 제목과 의미 에 있어서 동일하다. 시제목은 내용에 있어서 상징적 관계가 된다.
오감도의 시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는 것을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힌바 있다. 이와 같이 시제목과 시 내용이 어떠한 관련성으로나 동일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은혜를 갚은 내용이기에 제목 오감도의 오(烏) 또한 효조와 관련되며 불길한 내용이 아니다. 김춘수도 오감도 시 제목에 대하여 왜 하필 그런 야릇한 제목을 붙이게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여 볼 때, 이 시의 내용을 감득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김춘수, 『詩論』 (서울: 문장사, 1961).
하였다. 또한 그는 오감도가 대체적인 커다란 테마가 있어서 그 때 그 때 단편적으로 써 간 것으로 보았고, 그것은 시 제목 오감도를 비교하여서 짐작하여 본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문덕수도 같은 견해 문덕수, 『詩 쓰는 법』 (서울: 동원출판사, 1984), 64-65.
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의견들은 오감도가 하나의 커다란 이데아를 관련될 수 있음을 추상적으로나마 밝힌 것이다. 그리고 본 논자의 15편이 시로 된 한 커다란 주제와 제목과의 관련을 알아보려는 필요불가결한 유추는 이상 시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두개의 상응적 원리 즉 특히 오감(烏瞰)과 관련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처음의 한 문제가 된 한 점에서 그와는 정반대가 되는 한 형상 쪽으로 움직여 가는 회화적인 것이 특징이다. 리얼하고 부패하고 타락했으며 불길한 듯한 가마귀 오(烏)와 같은 시어들이 시적긴장을 통하여 반복하는 동안 그와는 전연 다른 세계의 신화적 양상으로 변하여 가는 데에 이상의 오감(烏瞰)적 그림 도(圖)가 있다. 당시의 일제하의 부패하고 더럽고 치욕스러운 상황을 전제하면서 지성인이면 견딜 수 없는 현실이 시를 통하여 더럽혀지지 않는 새로운 순수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예언적인 그림이 된 것이다. 오감도의 꿈꾸기 도(圖)이다. 가마귀의 눈으로 세상을 굽어본다는 편견해석은 아니 된다. 오감도의 그 유기적인 관계에 조금만 눈을 돌린다면 당시 유행하던 현실에서 도피하는 초현실주의의 남녀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던 성(性)의 문학일 것 같은 오감도의 시들이 시의 외연인 성(性)과는 전연 다른 주제의 방향! 나라구하기, 꿈 이루기로 발전한 오감도의 도(圖)로 이상의 원대한 꿈! 나라를 구할 방법의 시다.
인간의 의지력은 어떤 한계점에 도달하면 신적인 힘이 본인도 모르게 돌출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일제 상항에 지성인 시인이 깊게 저항하면서 상상력이 동원되는 시의 특징과 더불어 창작 당시로서는 시에서만 이루어지는 영원성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지금 이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인간이 언젠가는 날 것을 꿈꾸다가 비행기가 만들어지며 하늘을 날 수 있듯이 오감도와 이상 시인의 시 오감도의 관련성은 오(烏)와 감(瞰)만의 그대로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관념이 숨고 보조관념이 원관념처럼 보이는 시적 은유로 하여 평가절하 되던 이상을 정말 이상으로 날개를 단 한국인의 광복을 가져다 준 계기가 되는 꿈의 설계도이다. 오감도를 시의 원리로 이해하려 할 때 그것은 인간이 추구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위해 조각한 계획서의 도안 졸론, 『오감도의 구조와 상징에 관한 연구』 (서울 :명지대학교 대학원, 1986).
이다.
가. 시제 1 · 2 · 3 · 4호와 오(烏)의 효(孝)
1호의 아해는 은유의 통사적 문맥에 따라 마침내는 무서운 아해로 완전하게 변하여 신적 존재로 되면서 나라를 구하는 은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탈바꿈의 형태는 그 움직이는 형상이 반복과정과 더불어 무서운 아해가 되어 나라를 구한다. 일찍이 이 나라 국민의 충성심은 나라를 우선으로 하였다. 그래서 2호에서 보이는 효의 원리에 따라 드디어는 3호에서 싸움 싸움하지 아니하는 평화주의자로 4호에서 책임 있게 병든 사회를 고치고 모두가 우러러 보는 영웅이 된다.
이들 모두 우러름을 잘 한 민족성을 드러낸다. 효의 원리이다. 한국은 5천년 동안 이어오면서 그 중심에 효의 기본 원리가 지속된다. 모두 반복하여 같은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온 우리는 늘 사는 삶이 우러르는 삶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기본바탕을 우리는 본질로 하고 있다.
오감도의 감(瞰)을 무서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느냐 따뜻한 시선으로 보느냐의 관찰은 오감도의 시를 예로 들 수밖에 없다. 시제 5호를 보면 ‘신(神)’과 ‘아(我)’가 등장한다. 이들의 관계는 “반왜소형의신의안전에낙상한아”이다. “나(我)”는 “낙상(落傷)”한 상태에 있으므로서 살찐 작은 반 왜소형의 신이 근심스레 내려다보는 시선의 유추적 회화성이 되어 있다. 또한 6호를 보면 “신사 이상”과 “이상 부인”의 관계에서 이상의 부인이 스켄달을 일으키고 신사 이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으로 있다. 근심스레 밑을 내려다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2) 시제 5 · 6 · 7 · 8호와 감(瞰)의 베풂과 따뜻한 시선
내려다 볼 감(瞰)의 따뜻한 시선은 수필에서 발견된다.
죽기 전
이렇게 죽나보다. 우선 선(仙)이 팔이 목에서부터 풀려나갔다. 동시에 내 팔은 선(仙)이 허리를 놓쳤다. 그 순간 내 물먹은 귀가 들은 선(仙)의 단말의 부르짖음
xx
이것은 과연 내 이름이 아니다.
나는 순간 그 파도 속에서도 정신이 번쩍 났다. 오냐 그렇다면 나는 죽어서는 안된다....
아니야! 나는 지금 나만을 사랑할 동성을 찾고 있지한 남자 혹은 두 남자를 사랑한 일이 있는 여자는 사랑할 수 없어
그런데 나는 선(仙)이만을 사랑한다.
- 이상의 수필 「행복」
위의 수필도 역시 한 이상의 내이만을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이 되는 끝 구절을 결론으로 내리고 있다. 이것은 오감도 시제 6호에서도 이상의 부인이 앵무새로까지 전락하지만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따뜻한 시선이 되어 있다.
이 앵무는 변절성으로 상징된다.
두 나래의 영화를 위한 앵무는 앵무로 변절하였다.
- 신백수의 『삼사문학』제4집(1937)의 「Ecce Homo」에서
위의 시에서 보면 앵무는 변절하였다. 따라서 6호의 앵무는 인간이하의 상징이 되면서 동시에 이상부인이 변질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남편만 없었던들’ ‘남편이 용서만 한다면’ 하면서 지켜진 아내의 정조는 이미 간음이다. 정조는 금제(禁制)가 아니라 양심이다. 이 경우 양심이란 도덕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가리키지 않고 절대의 애정 그것이다.
결론에서 늘 간음이었다. 나는 아내를 곧 버렸다. 그러나 아내를 몹시 사랑하는 동안 나는 우습게도 아내를 변호하기 까지 하였다. ‘될 수 있으면 그것이 간음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도록 나는 나 자신의 준엄 앞에 애걸하기까지 하였다
- 이상의 『삼사문학』(1937)시 「이유」에서
변절하는 관계에 이르른 이상과 이상부인의 관계이지만 이상은 그의 아내 이상부인에게 절대적인 애정으로 대하다. 이어령은 이상을 악마까지도 사랑하는 자로서 어쩌면 기독교 보다도 더 크고 거룩한 인간애라 하였다. 이상 문학에서는 저주나 미움 같은 것을 아직 본론자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문학의 특성인 해학성을 지닌 이상문학은 한국문학 특성 중에 하나이다. 물론 흥부의 해학성이 잘 드러나고 있지만! 그대로 이상문학에서도, 특히 6호에서 어떠한 현실이든 그 현실을 절망만으로 지속시키기를 그만두고 신적인 마음으로 그의 부인을 믿으려고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도 본다. 그러기에 이 감(瞰)의 지속성은 사랑 행위로 “일지식수(一枝植樹)”로 한다. 8호에서 수술해야 할 만큼의 병들고 부패한 상황을 서서히 마취된 부분을 해독하는 정성을 기울인다. 이러한 감(瞰)의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이상 시의 내려다볼 감은 “상지의첨단”과 “하강(下降)”시킴이라는 시어를 통하여서도 강조된다.
감(瞰)의 따뜻한 회화성 시는 신의 마음으로 어지럽고 부패한 것들을 쓰다듬으며 고치려고 하기에 인간 이상의 좋은 시가 된다. 헐뜯기보다 감싸고 사랑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면서 이상은 하늘이 감읍하여 신의 힘을 주어 오감도를 작성한 것이다. 지혜(地恩)의 원리에 근거한다.
2). 도(圖)와 시제 9~15호
도(圖)는 그림 즉 객관적인 서경을 전제로 이상 시 오감 9~15호까지는 반복이 없는 갖가지의 물경이 등장한다. 9호의 열풍 · 골짜기, 10호의 나비 · 이슬, 11호의 홍수, 12호의 빨래조각 · 비둘기 · 평화, 13호의 화초분 · 14호의 古城 · 풀밭 · 모자 · 걸인, 15호의 거울 · 불사조 등이 있다. 이들은 흔한 소재로서 이상 시 속에 들어와 아주 특별한 시어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상이 추구한 도(圖)는 자연 속에 있는 인간 존재의 소중함을 드러내면서도 인간과 분리되지 않는 유기적인 관계일 때 인간존재가 자연화하면서 된 감탄도(感歎圖)이다. 오감도가 원래 목표하였던 신의 은혜를 감탄하는 내용 다시 살아남의 순수성으로서의 재생(10호)이 되어 님과의 만남이 되며(11호) 평화의 달성을 이룬(12호)다. 이 순수성 시의 표면구조는 당시로서는 현실이 아닌 꿈의 오감도다. 그러나 꿈꾸는 그림이 현실 절박성의 큰 비중으로 오감도의 꿈 그림시가 되었다. 민족 광복이 이루어지는 미래암시를 보인 오감도 시 제목은 영원한 시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이란 신의 보호아래 있어야 하는 꿈을 가진 오감도의 도(圖) 답게 된 것이다. 이 존재인식(13호)이며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귀중함을 선별(14호)하여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그것은 신에 대하여 감사함(15호)을 전제로 하는 존재의 감탄(15호)호 그림이다. 오감도이다. 오(烏)와 감(瞰)의 상응원리 오(烏)의 효(孝)적 쳐다봄과 감(瞰)의 굽어보는 회화성은 문학적 본질로서의 에로틱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의미 개념은 천은지혜(天千地惠)의 원리에 있다. 불가능의 영역을 신의 마음을 지닌 신의 시인 이상이 따뜻한 사랑과 의지로 부패하고 어지러운 세상도 다둑거려 나갈 수 있다는 신적 지혜를 사역하고 있다.
Ⅱ. 『오감도』의 시어
1. 『오감도』의 시어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라할지라도 시에 쓰여진 것은 시어가 된다. 시어는 한 편의 시 속에 짜여 있으면서도 특이하게는 다른 한 편의 시와 시어적으로 선택 관계에 있을 수 있다.
오감도의 한 제목과 15편의 작품은 전체와 유기적관계가 된다. 따라서 오감도는 구조라는 개념과 필히 만나게 되어 있다. 오감도 각호의 어느 시어가 서로 선택 관계를 이룬다면 15편 작품 전체와 부분의 시어구조는 어떠한 가 하는데에 본 논문의 목적이 있다.
오감도는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제기된다. 첫째, 제목은 오감도이지만 15편이 각각 한 편의 구조로 되어 있는 점이다. 시제 1호에서 시작하여 2, 3, 4.....15호로 이어지는 숫자의 나열이 결코 무관할 수 없다면 오감도 각호는 일련성과 전체성을 예견하게 된다. 둘째, 한 제목에 따른 15편의 작품은 완성된 작품일 것으로 가정된다. 셋째, 오감도가 완성된 작품이라고 할 때 과연 시어구조로서의 세분구조는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시의 시어가 한편의 시 속에 있으면서 특이하게는 다른 한 편의 시어와 부분적으로 계속해서 연결된다면 그것은 총합을 전제로 하게 된다. 시 한 편과 또 한 편에서 시어구조의 연관성을 탐색하려 한다는 것은 곧 작가의 의도적인 구조제작을 알아보는 것이 된다.
문학작품에서의 구조는 상오 등가성과 유사성과 동의성과 상이성과 그리고 반의성(反意性)으로 선택되고 인접성에 의하여 결합된다고 할 수 있다. 오감도에서 1호의 시어를 보면 “....의” 시어가 20회로 반복되고 있고 이 시어는 2호에서 15회의 반복적 등가성으로 선택되어 진다. 역시 2호의 “또” 시어도 3호의 “또” 시어를 동의성으로 선택한 시어구조가 된다. 호와 호 사이의 시어가 임의적으로 선택되며 시어구조화할 때 그것이 일회적이라면 하등의 의의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전연 다른 호와 다음 호가 연관성 있는 시어구조로 된다는 것은 다른 다음 호에서도 선택될 시어구조를 기대하게 된다. 이 기대의 충분조건으로 3호의 “그만” 시어는 4호의 “이상” 시어를 동의어로 선택하고 있다.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임의적으로 선택된 시어는 시인의 의도에 의하여 얼마든지 전환되며 변형되어 간다. 4호를 방위구조로 본다면 ‘전(前)’이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의 행이고, ‘후’가 “진단 0.1/26. 10/1931” “이상 책임의사 이상” 행이 된다. “좌우”는 숫자의 대칭부분이 된다. 이 때 점 “·”은 5호의 “전후좌우를제하는유일의흔적”과 동의성의 선택관계에 있다. 회화시어 “·”이 다음 호에서 설명시어 “흔적”을 선택하고 있다.
시어의 아이러니 요소는 구체적인 명사시어, 혹은 언어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시 문맥 속에서 무한히 변신하고 창조되면서 오감도의 4, 5호처럼 탄생한다. 의도적인 시어는 어떤 목적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것은 특히 초현실주의 시론에서 회화는 인간을 그 대상으로 연관시키고 있다.
전호에 대한 설명이 되는 동의성의 시어구조는 5호의 “日” 시어가 6호의 “보았느니라” 시어를 선택하고 있고, 또 5호의 “축사” 시어는 6호의 “수류(獸類)” 시어를 선택하는 시어 구조관계에 있다. 이상 시 특히 오감도의 시어구조의 경우 뒤 호에서 연관될 어느 시어에 대하여 앞 호에서 예시의 암시를 보이는데 곧 “축사”의 “축(畜)”과 “수류”의 “수(獸)” 시어 곧 시어의 일부분이 긴밀히 선택된다. 시어의 어미나 어두가 다음 호에서 선택시어가 되는 연결은 6호의 “....라” 시어가 7호에서 “없었더라”의 “....라” “당하였는니라”의 “...라”가 된다. 그러나 이 동음적인 시어어미보다 더 구체적으로 선택되고 있는 시어 어두는 6호의 “없었지만”의 “없었...”이 7호에서 “없었더라”의 “없었...”시어가 되고 7호의 “당하였느니라”는 “당하..” ㅣ어류가 선택된다. 이 “당(當)” 한자시어는 다음 호에서 한자시어가 등장할 것을 예시하는 것이 된다.
한자 시어 “일지(一枝)” “일년” “일수(一封)”의 구조는 8호에서 “일축(一軸)” “일장(一張)” 시어구조가 된다. 일반 언어 “일(一)” 자가 시어로 탄생하면서 “일(一)”의 동의성에서 “일(一)....”의 유사성적 시어가 되게 된다. “일(一)”자의 시어구조가 7, 8호에서 탄생한다면 이 “일(一)”의 동음이의적(同音異意的) “일(日)”자가 8호의 시어구조는 “익일(翌日)”이 있고 9호에서는 “매일”로 선택되어져 있다.
한자시어와 고유시어는 반의성의 선택관계이다. 9호의 고유시어 “손”은 10호에서 “손바닥” 시어를 선택하고 이 시어는 다시 11호에서 “손” 시어, 그리고 12호에서는 “손바닥” 시어구조가 된다. 또 같은 12호 내에서 “떨어진다” 시어는 13호의 “떨어졌다”와 연결되면서 유기적인 관계를 지속시켜 준다. 또 같은 13호 내의 “팔”은 14호의 “팔매질”과 시어구조를 연결하고 있다. 또 같은 호와 호 사이에서 “놓았다” 시어는 다시 같은 시어를 선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상은 그의 의도적 시어가 불충분하다고 인식될 때에는 최대한의 시어선택으로 시어 구조를 명료히 하고 있다. 이러한 작자의 의도적 시어구조는 14호에서 “손자국”이 선택되어져 있고, 15호에서 “악수” 시어와 관계된다.
지금까지 1~15호까지의 시어구조는 시의 이미지·은유·상징 혹은 1 ~15까지 이어지는 연작시적 암시와도 관계없이 시제 호와 호 사이의 시어구조적인 측면에서 그 연결 관계를 보아왔다. 따라서 오감도 15편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결한 작품이다.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 중앙일보에 14회에 걸쳐 연재되던 중 독자들의 비난과 항의 때문에 중단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일화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오감도는 당연히 미완성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한 오감도 작자의 말에서 2000점에서 30점을 고르는데 땀을 흘렸다는 기록만으로써 오감도가 15호까지가 아니라 30호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아니다. 만일 오감도가 중단된 것이거나 그 중 일부였다면 시제 16호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발표 되었던지 아니면 유고로라도 남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작자 자신이 오감도가 미완의 작품이라고 설명한 사실은 아직까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감도 시제 1호부터 15호까지의 시어구조 선택의 호응관계는 앞에서 논의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1호의 “무섭다고” “무서운” “무서워하는” 시어가 15호에서 “무서워하며”의 시어와 인접성에 의한 결합관계의 시어구조가 됨에 주목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1호에서의 “.....의” 시어가 15호에서도 12회나 됨으로서 연결관계를 보충하면서 완결성을 구체화시킨다.
오감도는 1.....15의 연결이 가능한 동시에 15에서 1호도 이상 특유의 시어구조 배열로 인하여 인접성인 결합의 조건이 마지막 호에서 “악수” 시어가 제시하듯이 1호와 악수한다.
2. 삼위 일의 시어구조
- 오감도의 시어구조
오감도는 인접성의 시어구조로 인하여 완결성으로 하나의 작품이라는 말로 바꾸고자 한다. 오감도는 4호에서 “이상” 시어와 8호에 “이하” 그리고 9호에서 “총탄” “발사” 시어와 “총탄대신에” 시어구조로 되어 있다. 상이성의 시어구조는 오감도가 단순한 시어의 연결을 뛰어 넘어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줌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의 분석이 요청된다.
1) 이상以上의 시어구조
“이상”의 사전적 해석은 위치 또는 순서상 일정한 기준으로부터 그 위가 되어 있다. “이상” 시어가 있는 4호부터 그 위가 된다면 오감도 1 · 2 · 3 · 4호의 범위는 이상以上 시어구조가 된다.
1 · 2 · 3 · 4호는 반복 시어구조로 되어 있다. 1 호의 반복 시어 아해는 2호의 반복 시어 아버지와 연관시켜 볼 수 있다. 이 때의 아버지는 “조을적의아버지”이다. “조을적의아버지”는 3호의 “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과 그리고 4호의 “환자”와 관련된다.
그런데 4호의 숫자는 환자와 관련되면서 숫자가 거꾸로 되어 있다. 또한 날자와 달 수와 해의 기록도 그 순서가 26. 10. 1931로 거꾸로 되어 있다. 이 거꾸로 된 숫자와 책임의사가 진단한 거꾸로 기록숫자의 년, 월, 일을 시어구조로 연관시킨다면 바로된 숫자와 바로 기록된 숫자의 기록 차례를 가지는 1호와 서로 다른 관계로 하여 결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특히 4호의 숫자와 1호의 아해는 숫자상의 상이성으로 부합하고 있다. 따라서 4호의 환자보다는 1호의 아해 쪽에 훨씬 더 작가의 무게가 실리면서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 주인공이 아해이기 때문이다. 일생주기 중에서 독립적인 사고를 가지지 못하고 사회, 그리고 학교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를 보호해야 하는 보호본능이 사람, 아니 시인에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츰 사고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면서 어떤 일을 스스로 해결하게 되고 아이까지 있다면, 어른이 되면 아버지의 자격을 갖춘다. 그리고는 불혹의 나이를 먹어 너그러움과 사랑으로 포용력을 가진 아버지가 되면 사가건건 남과 싸움하는 아버지보다는 싸움하지아니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이다. 더 나아가 차츰 노쇠하고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가 된다.
이러한 상상력이 동원되는 1호에서 4호까지는 계절의 구조로 봄·여름·가을·겨울이 된다. 봄의 이미지로 1호의 아해라면 여름의 비유는 아버지가 나오는 2호이고 연륜이 익어가서 싸움하지아니하는 사람까지가 되면 3호의 비유이다. 그리고 4호의 환자는 겨울에 해당된다. 겨울 다음에 사람에게 봄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인가?
이상의 시는 이어지기에 있다. 이상 시 지제 4호에서 영영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4호의 거꾸로 된 숫자는 1호의 아해와 연관된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무한히 늘어나는 무서워하지 아니하는 아해를 만들어 내는 이상의 시적 구조는 4호에서 0.1로 겨우 치유상태로 되기 시작한 불완전성이 당당한 아해로 1호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종교에서는 부활의 메시지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이상 시의 세계는 일제의 잔혹사에서도 살아남는 한국인의 그 끈질긴 생명력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기에 오감도 1 · 2 · 3 · 4호는 시가 그 특질로 삼을 수 있는 숨은 뜻이 시어구조로 대치시키고 있다. 그리고 시어의 애매성 가운데서도 일차적으로는 난해성을 주입시키어 절망을 넘어서는 뜻을 시어 ‘이상(以上)으로 결합한다.
2). ‘이하(以下)’의 시어구조
이하의 사전적 해석은 이상과 상이성의 개념이다. 3, 4호에서 이상이 “그만”으로 시어구조를 이루던 것과 같이 거꾸로 가기 시작하는 8호에 “이하以下” 시어가 있다. 8호 내에 “후퇴” 시어가 있음으로써 역순임을 암시한다. “...까지” 가는 이 7호위 “까지는...” 역순행한다. 그럼으로 하여 이 “후퇴” 시어는 8 ￫ 7 ￫ 6 ￫ 5 호로 이어지며 역순환한다. 더구나 8호의 “현재와반대측면”이라 지시함으로써 그 의미를 확고히 한다.
그리고도 8호와 5호의 결합관계가 일어한다. 명백하게 시어가 연결되는 것은 8호의 “...ㅁ”종결형어미는 “1부시험” “2부시험”의 “...ㅁ”에서부터 한편의 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ㅁ” 종결어미로 되어 있다.
8호에서의 “...ㅁ”종결형어미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 시험
① 반대측면에도말이전함.
② 마취를해독함.
③ 일장백지를지급함.
④ 피시험인을해방함.
⑤ 평면경을2편에절단함.
⑥ 만족할만한 결과를수득치 못하였음..
제 2부 시험
① 야외의진공을선택함.
② 경면에부착시킴.
③ 수은을식릭함.
④ 평면경을후퇴시킴.
⑤ 진공을강차시킴.
⑥ 전진시킴.
⑦ 도말함
마침표를 또박또박 치면서 “.....함.”이 9회나 되고 “.....시킴”이 5회나 되는 “...ㅁ”종결형어미는 오감도 전체에서 유일하게 5호의 “.....함” 시어와 연결된다. 그 흐름은 8호 이하로 내려가는 7 ￫ 6 ￫ 5호로 후퇴하면서 정반대인 5호와 8호는 만나게 된다.
8호의 ....함 · 시킴 · 시험 시어가 보이면서 8호에서 5호까지는 시험담임인·피시험인, 나·만월, 나·부인, 我·왜소형의신의 시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 시어는 쌍쌍의 시어이면서 이 이미지에 맞는 8호의 ‘포옹’ 시어로 연결을 암시하면서 이 연결암시의 실현성은 5호의 ‘제하는’ 시어가 8호의 ‘멸형 · 처분’ 시어를 선택하면서 ‘이하’로 필히 연결됨을 증명한다. ‘후퇴’ 이미지 그대로 8호에서 4호까지 후퇴하면서 멈추어 서버리는 것이 아니라 ‘멸형, 처분’ 시어와 필히 연결된다.
3) 권총 · 발사 · 총탄대신에의 시어구조
15호의 권총 · 발사 · 자살 · 탄환의 시어는 9호의 총탄대신에.... 의 시어와 결합한다. 이 시어구조도는 또한 15호의 악수와 9호의 손 시어와의 통일구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의 목숨에 관련되는 시어이면서도 끝내 멸망하지 않고 끝내는 ‘악수’ 시어로 하여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오감도의 진실성을 전해준다.
실제로 오감도의 15편의 시에서 7편이 손에 관한 시어구조이다.
손바닥(10호)문장 6
손(9호) 문장 5
손(11호) 문장 5
팔(13호) 문장 5
손바닥(12호) 문장 6
손자국(14호) 문장 12
악수(15호)문장 25
위와 같은 시어배열의 구조는 문장회수 9, 11, 13호의 <5, 5, 5> 문장회수는 동일구조의 문장회수이고 10 · 11 · 12의 <6, 5, 6> 좌우균등문장회수이다. 그리고 12, 14, 15호의 <6, 12> 배수이면서 15호는 5의 곱수 25로 되어 있어 있다. 동일시어 구조, 좌우균등, 배수구조이며 동일시어구조의 ‘손 · 손 · 팔’은 손의 역할이 강조되는 부분인데 13호의 경우 “나는촉대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하여놓았다”로 하여 손의 기능이 제시되고 있다. 더구나 악수의 이미지를 잘 전하기 위하여 좌우균등시어 ‘손바닥 →· 손 ← 손바닥’으로 되면서 천재시인의 숨은 뜻 전하기가 노출된다. 손의 악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 손자국 ← 악수’로 악수의 흔적이 남는 결과까지 된다. 이상이 추구하는 평화의 이미지이다. 이상 시의 난해성은 악수를 하고자 하는 의미 전달에 충실하며 신의 시가 되고 있다.
하나를 향한 3분(三分)이 된다. 15호가 삼분의 의미 지녔음을 논증한 바 졸론, “이상 시에 나타난 이미지 연구” 『열므나 이응호박사화갑기념논총』(서울: 한샘출판사, 1987), 877.
있지만 ‘3자三者, 3심각三心角, 3심도三心圖, 3단구조三段構造, 심지어 삼각형의 회화적 시어까지 시인은 등장시키면서 이상은 전통적인 뜻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이 3위1三位一은 한국전통문학 시조 삼장과 무관하지 않다. 오감도는 시어구조상 15호에서 1호로 이어짐으로써 악수를 주제로한다. “이상” “이하” “악수”를 소재로 하여 의도적으로 악수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완성된 작품이다. 또한 시조와의 깊은 관련성을 연구한 이상 시의 전통성 이영지, “이상 시의 전통성” 『이상 시 연구』(서울: 창조문학, 1997) 191-239.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왜냐하면 한국인이면 누구나가 한국인의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조의 원리가 이상 시에서도 그대로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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