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와 남도 둘러보기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윤경묵
고향친구 R회장이 전주에 온다면서 시내거주 친구가 있으면 같이 만나자고 했다. 자영업을 하는 K사장이 생각나서 말을 전하니 좋다고 했다. 약속한 날에 R회장이 전주에 내려왔다. 요즘 관광명소로 뜨는 한옥마을, 경기전을 둘러보고 한벽루 전주천 천변을 산책하면서 정담을 나누고 K사장 집으로 가서 그날 오후 내내 반세기 전의 중학교 시절과 6‧25 당시의 추억을 나누었다.
그때 R회장이 2월 25일에 여수에 갈 일이 있으니 다시 만나 남도 몇 곳을 돌아보자고 하였다. 그러다가 R회장이 2월 24일 여수행 KTX로 내려가니 전주역에서 10시 15분 열차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3일간의 남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전라선 KTX는 처음 타보았다. 시속 150Km로 달리니 순천까지 1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 일행은 순천역에서 내렸는데 R회장이 사전에 연락을 해놓아 차를 가지고 나와 기다리고 있어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안내를 맡아줄 분은 원불교 고흥교당 교무敎務로서 교단敎壇에서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했다.
처음에 순천만 연안습지와 갈대숲길 탐방로를 돌고 자연생태관에 들렀다. 드넓은 순천만에도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졌다.
우리는 승주 송광사松廣寺로 갔다. 조계산 자락에 있는 송광사는 한국 3대 사찰 중 승보사찰僧寶寺刹이며, 16명의 조사祖師 스님이 배출되었다. 타계한 법정스님도 이 절에 속하는 불일암에서 주석하기도 했다. 전각殿閣을 둘러보고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국보와 유물 등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전통차집에 들렀다. 찻집은 따뜻하고 조용하였다. 우리는 솔잎차를 주문했는데 향기가 짙고 그 맛이 향긋했다.
송광사를 뒤로하고 거금도로 이동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거금대교(2.1km)는 우리나라 최초의 번들형 사장교다. 2층의 다리로서 위는 차량, 아래는 자전거와 사람이 다니도록 되어 있다.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으로서 농산물과 수산물이 많이 생산된다. 섬의 일주 길이는 50km가 넘고, 면적은 전남 구례군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교량이 개통한 뒤 휴일에는 적대봉 등산객도 많이 온다고 한다. 우리나라 프로레슬링 김 일 선수의 고향으로서 체육관도 크게 건립되어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후배를 양성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김일 선수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어느덧 해가 수평선위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우리는 녹동항으로 되돌아 나와서 횟집에 들렀다가 숙소인 소록도로 들어갔다. 이 섬에는 일반인이 오후 6시 이후에는 들어가거나 체재하지 못하도록 금지된 곳이다. 그런데 안내를 맡은 분이 미리 허락을 받아 원불교 소록도교당 부속시설에 여장을 풀 수 있었다. 그때 소록도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조용하고 관리인들이 사는 건물과 차도의 가로등만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서로 몰랐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저마다 기업가, 자영업, 공직 등 서로가 살아온 길이 달랐다. R과 K는 군복무 때 후방근무를 했고, K는 통신병으로 새로운 기술을 많이 얻었으며, R은 행정병으로 큰 고생 없이 지냈다. 나는 학보로 DMZ근처에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으로 지나온 70년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나누었는데 R회장은 공장의 화재와 신입사원의 사고사事故死 이야기를, K사장은 발주한 공사에 부도로 큰 손해를 보았고 대학 졸업을 앞둔 딸이 심장병으로 타계하여 충격衝擊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즐려주었다. 나는 공직 33년 동안 큰일은 없었지만 새마을운동과 통일벼 확대보급을 위한 주민 설득을 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했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밤이 깊었다.
소록도의 아침이 밝았다. 밖에 나가보니 아름다운 숲속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고서 특식으로 마련한 전복죽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잠시 쉬었다가 그날 오전은 소록도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소록도는 1번지와 2번지로 나뉘어져 있다. 1번지는 병원과 공원 및 기타 시설이고, 2번지는 한센병 환자들이 거주하는 3개 마을인데 지금도 환자 700여명과 의사, 간호사, 지원팀이 약 200여명 근무한단다. 차를 타고 2번지를 돌아보니 숲도 잘 조성되었는데, 모든 식품은 외부에서 조달한다고 했다. 보통 관광객이 돌아보는 중앙공원은 1936년부터 3년간 6만여 명의 환자가 참여하여 만들었고, 소나무외 나무들은 수입수종으로 잘 꾸며 관리되고 있었다. 한편 자료관에는 환자들의 애환이 담긴 여러 가지 작품 및 사진 등이 보존되고, 지난해 새로 만든 ‘행복의 집’에는 각종 시설이 훌륭하게 구비具備되어 있었다. 또 종교시설은 성당, 교회, 교당이 있고 과거 소록도 선착장 앞에는 지난해 대우조선이 휴양시설을 잘 지어 놓았다. 이곳저곳 살피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고흥읍으로 나와서 요기를 하고 오후에는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羅老島로 갔다.
나로도는 상하 두 섬인데 지금은 다리가 놓여서 육지와 같다. 하나로도 우주센터는 처음 간 곳이다. 하나로도로 들어가니 먼저 로켓트 모형이 보였다. 그 뒤에 우주 과학관에 들어가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았다. 우리가 모르는 우주와 우주선에 대한 설명을 잘들으니 우주선의 속도가 1초당 7km라고 했다. 우주선은 옛 소련이 1957년에 최초로 발사했고, 나로도 우주센터에서는 2회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하여 실망했다. 하지만 올해 3차 발사는 꼭 성공하기 바라면서 나로도를 떠나 여수로 향했다.
(2012. 3. 16.)
메모
다음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