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보석 / 황영원
이번 2012년 하계 런던 올림픽에서 국제 심판들의 잦은 오심으로 우리의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한두 번이라면 몰라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 데는 어떤 이유나 속내가 있는 게 아닐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수영의 박태환, 유도의 조준호, 펜싱의 신아람 선수가 그렇다. 어떤 축구 선수는 경기가 끝난 다음에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선수를 때려주고 싶다고까지 했다. 이만하면 우리를 혐오하는 어떤 기류가 세계인의 축제장인 올림픽의 마당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포츠 정신이 올바르지 못하고 승패에만 눈이 멀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의 어느 선수를 따져봐도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혼신의 능력을 다하여 자신을 극복하면서 불굴의 의지로 사선을 넘은 우리의 영웅들이다. 정의가 아니라 불의한 사심이 있었다면 이것은 신성한 인류의 제전을 얼룩지게 한다.
몇 해 전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이 티셔츠와 머리띠에 악마의 형상을 새겨넣고, 천둥소리보다 더 큰 함성으로 대~ 한민국! 대~한민국! 하면서 외치던 일이 생각난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악마를 사랑해야 했을까?
하필이면 악마란 이름을 왜 그들이 붙여주었을까?
젊은이들이 한마음으로 열렬히 응원하는 그 모습이 우리의 눈에는 흡족하고 자랑스러웠을진 몰라도 이방인의 눈에는 정말 놀랍고도 혐오스러운 악다구니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일부 패거리가 옥탑에 올라가 새총을 쏘아대고 화염병을 던지던 노사분규의 영상과 겹치면서 등골이 오싹한 기억이 그들의 눈앞에 다시 홀연히 나타난 것은 아닐까.
악마의 자식들!
아시아의 소국인 너희가 지금 잘 나간다고 오만해?
불만에 쌓여 억지로 폄하하고 무시하는 듯한 속내를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우리는 스포츠와 경제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국제적 위상이 높은 줄 생각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우리의 기대와 생각에 미치지 못하고 그들의 가슴에 불만과 앙금만 만들었던 건 아닐까.
얼마 전 영국에서 미국의 A 전자 특허침해 소송에서 우리 기업이 승소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모방했다는 제품보다 디자인이 쿨하지 않아 침해로 볼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그 소송에서 차라리 다른 이유로 우리가 패소했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었다. 디자인 선진국인 영국에서 이런 치욕적인 대접이 못내 속상했다.
반세기 전 일본은 선진국의 제품을 복사해서 많이 팔았다. 그들을 가리켜서 기술은 없고 베끼기 천재 또는 복제의 제국이라 비아냥거렸었다.
유명 회사의 제품을 무단 복사하여 파는 것을 짝퉁이라고 말 하면서도 우리가 지금 그 처지에서 놓여서 세계의 이목의 지탄과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다.
이렇게 전후를 살피다 보면 그 문제의 해답이 보일듯하다.
심판의 판정이 예상 밖의 일들에 의한 어떤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의 역풍과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사업을 하다 보니 베풀기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멀리 내다보면서 후진국 원조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품을 파는 시장에도 선의의 경쟁과 균형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또한 선진국의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끝없는 경쟁으로 몰아세우면서 성적만이 가치라고 가르치는 자식 교육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 금메달이 아니고 은이나 동이면 어떤가. 강박적 사고는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만큼 선수의 얼굴에 비장함이 서려 있다.
함께 어우러져 평화를 염원하는 곳에 이런 비정함이라니, 폐막식을 하고 돌아오는 날 우리가 섭섭했던 모든 이들을 품고 안아주며 용서하는 화해의 몸짓이 필요하다.
이제는 다시 생각하자!
대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국가 대표의 선수라 여기며, 자국의 문화와 전통을 나누며 이웃과 즐거워해야 한다. 참된 인간애의 발로가 되어야 함에도 매달의 숫자에 국가의 위상을 거는 수준 미달의 패권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예를 숭상하는 아름다운 동양의 보석으로 바로 서야 하지 않겠는가?
인의예지신과 진선미에 가치를 두고 악마의 호칭을 생각 없이 즐거워하는 그런 우리는 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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