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문인글방

혼자와 더불어
글 차영섭
1. 개요
혼자라는 건 독립된 하나의 원이고, 더불어는 두 개 이상의 원이 이루는
교집합 부분이다. 혼자는 ‘나’ 이고, ‘너’이며, ‘그’인 각각이다.
더불어는 1,2,3 인칭의 전부를 말한다.
혼자가 실이라면 더불어는 천이다. 나무만 바라봐도 안 되고, 숲만 바라봐도 안 되며,
나무도 숲도 함께 봐야 한다.

2. ‘혼자와 더불어’ 의 상호 관계
혼자 밖에 더불어 이고 더불어 속에 혼자이다. 지구가 혼자라면
해와 달과의 관계는 더불어 이다. 꽃이 혼자라면 벌과 나비와 바람은
더불어 이다. 투수와 포수의 관계이고, 골키퍼와 수비, 공격수의 관계다.
나는 혼자이고, 당신도 혼자이고, 연인이 있으면 혼자이며 더불어 이고,
없으면 혼자다. 부부가 각각이 혼자이면서 함께 하면 더불어인 것이다.
별개로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우주 안에 모든 존재는
이런 상호관계를 맺는다. 섬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바다와 배와의 관계가 있다.

3. ‘혼자와 더불어’의 성격
0 혼자
. 자유롭다
. 깊이 생각할 수 있다(格物致知에 유리하다)
. 참 나와 대화하기 편리하다
. 명상
.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 나를 중심으로 산다
.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 진짜 알맹이가 많다
.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 혼자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나는 독서, 글쓰기, 운동, 해금,
혼자 걷기, 강의 듣기 등 학습을 즐긴다)
. 자연을 벗으로 삼는다(사물과 대화를 하고 자연 속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낀다. 자연이 그저 좋다)
. 생활 습관 조절이 용이하다.

0 더불어
.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 고독을 해소 가능하다
. 때로 사람 냄새가 좋기도 하고, 때로 싫기도 한다
. 사랑, 봉사, 협조, 위로 등 아름다운 관계가 있다
. 재미있는 거래가 있다
. 남을 의식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 헛것이 참보다 더불어 속에는 많다
. 생활 습관 조절이 곤란하다
. 술과 콜레스톨 음식 거부가 힘들다
. 삶은 물결과 같다(공생과 거래의 개념)
다 함께 봄을 맞이하고, 다 함께 겨울을 극복해야 한다.

4. 인생길
사람은 어차피 혼자 걷는다. 혼자 걸어가야 하는 고독한 길이다.
혼자 가지 못하면 여럿이 가지 못한다. 그 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無力)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 잔을 마시더라도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혼자서 가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에 더불어 관계를 맺으며 타자의
힘을 빌리는 것이 삶 아니겠는가? 어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흙이 있고 물이 있고 햇빛이 있고 밤도 있어야 하며 공기나 바람, 벌이나
나비도 필요하다. 더불어는 협력을 구하는 것이고 혼자는 어린아이가
혼자 놀듯이 즐기는 것이다. 혼자 즐길 줄 모른다면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자주 느끼면 우울해지고 이것이 병을 불러 온다. 생존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여럿이 가면 서로 발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잇지만
혼자는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음으로 편하다. 어릴 적에는 주로 혼자 놀고,
중년까지는 주로 더불어 살지 아니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노년에 이르러
혼자 지낼 줄 모르면 참으로 고독해진다. 자기 시간이 없을수록 더불어 살고
자기 시간이 많을수록 혼자 살아야 할 경우가 많다. 혼자라고 결코 단절을
의미하지 아니한다. 혼자를 기본으로 하고 더불어를 덧붙임으로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을 줄로 믿는다. 더불어 있으면 혼자이고 싶고 혼자이면 더불어
있고 싶은 게 인간임으로 혼자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혼자와 더불어

혼자 산다는 것은 독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여럿이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니한다
‘혼자’ 라도 참 나와 함께 살면 더불어 사는 것이요
‘더불어’ 라도 참 나와 함께 살지 않으면
혼자인 것이다

참 나와 함께 산다는 것은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말이다
내가 하는 노고가 오롯이 나에게로
귀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인생은 결국 혼자다
용기를 내어 이 쓸쓸함을 달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