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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지팡이의 요술/ 석송 이규석
2013-04-22 12:16:40
galcheon44

■ 이규석 수필가
△경기 용인 출생
△서울 문리실과대(명지대 전신) 졸업
△《한국작가》수필 등단
△한국작가 동인회장
△한국문인협회, 성남문인협회, 한국작가, 반달문학회 회원
조회:1864
추천:160

 

 

  황금(黃金)!

      지팡이의 요술

 

                                                                               석송(石松)이 규 석

 

 

 

노안(老顔)에 그늘진 얼굴에는 주름 꽃! 건 버섯이 잔뜩 핀 얼굴이다.

어림잡아 세안(洗眼)을 헤아려 봐도 백수에 가까운 모습으로 걸음하기조차 몹시 불편함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누렇게 반짝거리는 황금빛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부여잡고 십여 발자국을 옮기시다가 길옆 화단에 설치된 돌덩어리에 엉덩방아를 찧으시며 가쁜 숨을 토해 내신다. 무척이나 운신하기가 힘드신가보다. 어디를 가시는데요! 응!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집에 온다기에 마중을 나가는 거야! 길 가던 젊은 나그네 물음에 화답을 하시는 거다. 걸음하기조차 힘드신데 무슨 마중까지 나가신다고 그러세요! 집에 가만히 계시면 어련히 올 사람인데! 힘들게 몸싸움을 하시는지? 젊은이가 혼잣말 하는 것을 알아들으셨는지! 그래도 그게 아니거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온다고 연락을 했기에 잠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러지! 젊은이가 내 맘을 어떻게 아는 감! 이것도 심심하고 외로움을 잠시라도 덜어내는 하나의 방법이거든! 나처럼 나이 먹어봐! 다 그런 거야! 육신에 흐느적거림을 세월의 연륜(年輪)에 묻어 힘겹게 넘기며 오늘까지 살아온 것이 조상을 잘 모셔서 오래 사는 것도 아닐 테고 세상을 누구보다 잘 살아온 것도 아니다. 이렇게 나이가 많이 먹어서 내 육신 하나 간수하기가 힘들게 된 것은 이 풍진 세월에 덧셈을 하면서 살아온 덕뿐이지! 어! 저기 아들이 걸어온다. 멀게 흐릿한 물체의 초점(焦點)이 서쪽 하늘에 갈매기가 줄 지워 날라 가듯이 야릇하게 날개를 젖는다. 먼발치에서 아들에 배경모습이 어렴프시흔들려 보이는데도 잘 알아보신다. 아들이 아버지 앞에 다가서며 크게 미소 띤 인사를 올리면서 힘드신데 어쩌자고 이렇게 먼 곳까지 나오셨어요!

아들은 아버지를 안쓰럽게 생각하면서 업을 요령으로 등을 꾸부리며 엉덩이를 아버지 앞에 내민다. 어서 엎이세요! 아야! 나는 괜찮아! 어서요! 이글은 작가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보름 전에 노환(老患)의 아버지와 아들이 만남을 진솔하게 길거리에서 대화로 풀어가면서 한 때를 즐기시며 상봉하는 장면을 자세하게 프로페셔널(Proportional)하게 그려낸 것이다. 육신에 한 가닥 끄나풀을 끈질기게 잡아두고 세월에 늘어진 노적가리를 쌓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살이의 단면이다. 속세(俗世)의 아픈 과거마저 까마득하게 숨기면서 지금까지 삶의 찌들어 지내온 이야기를 누군들 편하다고만 말 하고 싶겠는가 말이다. 무엇 때문인지 모른다. 보일 수도 없고 보여 지지도 않는 끈끈한 정(情)나미는 그 무엇을 위하여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사이에 존재하는가를 우리는 심도 있게 다시 한 번 조명해봐야 할 것이다. 마다 거절하는 아버님을 등에 업었다. 가슴에 닿아 느끼는 아주작고 여린 심장에 박동소리가 등짝을 통해 약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어린 아이보다 더 가벼워진 몸체! 이 어찌 슬픈 사연이 아니겠는가?그 순간을 아버님의 젊은 날을 상상(想像)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왜? 아버님에게서 누가 이렇게 몸무게를 송두리째 빼앗아갔을까? 때문에 이렇게 지푸라기처럼 무게마저 없는 느낌으로 업혀져 가슴에 와 닿는지는 나 자신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체취만으로 아버님이 가지고 있는 향수(鄕愁)가 자자드는 영적분위기를 커다랗게 범하지 않아도 작아진 힘에 모습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버님이 아들에게만 주는 눈길! 뜨고 계신건지 감겨져버린 눈길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바로 천진스러운 어린아이 모습이 내 아버지인 것이다.그 진한 감정(感情)에 표현은 마음속에 깊게 심어져 엷어진 표정이라면 맞는 말이다. 무거워야할 아버님의 몸무게는 종이 한 장에 무게처럼 너무나 가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아버님에 젊은 시절은 화려(華麗)하고 늘 다른 형제들보다 부모님에게 효도(孝道)를 근본으로 생활하는 아들이었으며 몸무게는 100키로 그램이 넘었던 분이다. 고향마을 주변에서 벌어지는 씨름판을 주름잡으셨다는 이야기를 할아버님과 큰아버님으로부터 들었기에 하는 말이다. 시골 마당 씨름판에서 송아지를 상금으로 받았을 정도의 그 당당했던 그 옛날 몸무게는 어디가고 논두렁에 우렁이 빈껍데기마냥 무게마저 느끼지 못하는 모습으로 지금 내 등에 업혀 있더란 말인가? 이 얼마나 가슴 저미는 아픔이던가!

그 하 많은 시절 자식들을 위해 나눠주시기만 한 그 핵산(核酸)에 야들야들한 알맹이들이 하나도 없이 다 소진(消盡)되었다면 불쌍한 일이다. 이제 빈 강정만이 남아서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순간을 잊어버리시는 괴로움을 토해 내시는 곤한 숨소리가 힘들게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버님! 힘드시지요? 힘은 네가! 더 힘들지! 목울대가 떨리는데도 아버님은 예전 생각만 하신다. 당당했던 그 시절 당신의 무거운 몸무게를 업고 있는 아들이 너무 힘들겠다는 지레짐작으로 그 생각에만 현실적으로 발걸음이 멈춰계신 것이다. 그것이 아버님이 자식에 대한 진정(眞情)한 사랑이시다. 아니요! 왜? 이렇게 몸도 마음도 다 가벼워지셨어요! 아들의 물음은 눈시울에 가려진 불효의 자국이라고 자책하는 것이다. 듣는 것 마저 힘들어 아들이 묻는 말을 그냥 얼버무리신다. 아무 말씀도 못하시는 아버님에 가슴에서는 무엇이 어떤 생각이 작은 음(音)으로 트이겠는가 말이다. 무엇이 뇌리(腦裏)에 스쳐 지나겠는가? 이제! 다 오셨어요! 엘레-베타를 타고 올라오셔서 집안으로 들어오신 아버님은 구두 뒤 굽이 찌그러진 신을 벗으신다. 이제는 혼자 일어나셔서 몸마저 가누기가 힘에 버거우신가보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힘들어하신다.

퇴근길이었다. 집으로 전화를 했다. 무료하시게 계신 아버님을 생각하여 집밖으로 나오시게 한 것이다. 잠시라도 쓸쓸하게 웅크리고 계실 아버님에게 운동을 삼아 움직이시게 하도록 아들이 꾸며낸 행위(行爲)예술이다. 꼭두새벽 4시에 영업용회사택시운전을 교대 근무하기위해 출근한 아들이다. 여명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헤어진 아버님이 적적하게 하루 종일 보내시면서 하실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기에 일부러 만들어 낸 촌극(寸劇)의 한 장면이라는 말이다. 아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아버님이 집에서 좀 더 멀게 나오시도록 눈길을 멀게 던지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아버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쳐다보고 있었으나 다행히 아버님이 눈치를 못 채셨다. 길에서 우연하게 아들과 상봉하는 것처럼 만들어야 아버님이 더욱 즐거워하실 거라고 생각하는 작은 효(孝)의 기본적 행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버님에게 잠시 마음을 편안하게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어느 날인가 일찍이 퇴근하는 길에 무료한 시간을 잊게 해드리려고 문구점에 들려 장기알과 판을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아버님은 마을에서도 장기만큼은 자칭 달인이셨다. 장기를 둬도 재미가 하나도 없어! 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마땅하게 아버님을 상대로 대적할 자가 없다고 불평하시는 것은 장기 둘 상대가 없다는 말씀이시다. 살고계신 고향인 용인지역 장기대회에서 지역대표로 입상을 하셨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아들이 오래전에 아버님과 대적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고수의 위력(威力)을 갖고 계신 힘든 상대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보통 앞의 수를 네, 다섯 수를 미리 보고 상대가 두면 이렇게 방어(防禦)한다는 계책을 가지고 임하시는 것이다. 그러선지 주위에 소일거리로 장기를 상대 해 드릴만한 사람들이 없다보니 잊어버리고 사셨는데 늦게 아들이 그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웬? 장기를 사왔냐? 아버님은 아들의 작은 효(孝)에 너무나 즐거워하셨다. 한판 두시겠어요! 아들과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 워낙 아버님이 고수라는 것을 의식(意識)해서 아들도 만만찮게 대적을 했지만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두는 장기라 팽팽한 접전(接戰)이었다. 첫판은 아버님 승리였다. 둘째 판은 아들에 승리! 셋째 판은 승자가 따로 없이 오랜 혈전 끝에 비겼다.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세에 비해 아버님에게 신경을 많이 쓰시게 했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둔 장기덕분에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별 다른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후(後)에 그 장기 세 판이 커다란 난관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는 미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다음날 새벽 회사를 출근하는데 아버님이 일어나지 않으셨다. 언제나 아들이 출근 전에 거실에 나와 계신분인데 일어나지 않으시니 걱정이 앞섶지만 워낙 근력이 좋으신 분이라 괜찮겠지 하면서 크게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머님께 여쭤 보았다. 별거 아니다! 몸이 무겁고 머리가 조금 아프시다 했다. 오후에 퇴근하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아버님 행동에 이상함을 발견했다. 왜? 식사는 하지 않으시고 반찬 그릇만 뚫어지게 처다 보시며 멈춰선 행동을 계속하신다. 아버님! 식사를 하지 않으시느냐고 물으면 그래 먹어야지 하시면서 다시 똑같은 행동이 몇 번 반복된다. 어느 순간 반찬이 담겨져 있는 작은 반찬 종지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며 왜? 이것으로 이것을 안 먹느냐고 올망졸망한 반찬그릇을 장기 쪽으로 착각하시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얼마나 놀랄 일인가! 아버님! 이러시면 건강에 좋지 않으셔요! 내가 출근하고 아버님은 오랜 시간 혼자서 장기 알을 갖고 신경(神經)을 썼다. 는 것을 나중에 집사람에게 들었다. 문제는 정신적으로 연로하신분이 한 가지에만 몰두하시며 너무나 오랫동안 생각을 집중하셨기에 뇌(腦)신경에서 그 입력된 생각을 바로 지워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착시(錯視)현상을 만들게 된 것이 노안에 연로하신 아버님의 정신적 현실이었던 것이다. 우리도 생각해보면 젊어서 어떤 일에 깊게 빠졌을 때를 생각해본다. 특히 당구장에서 아니면 화투놀이를 하고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데 영상화면처럼 새롭게 나타났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지나간 일에 너무 많이 신경을 썼거나 깊게 빠지면 그 행동이 바로 머리에서 없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현실과 똑같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고 망막(網膜)에 그대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착시현상이다. 연로하신분이 오랜 시간 머리를 써가며 몰두하신 것이 결정적인 패착(敗着)인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전혀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버님이 헛소리를 몇 번 하시다 정신을 놓고 혼절(昏絶)하셨기 때문이다. 놀래서 온 식구들이 비상이 걸렸다. 119차량을 수배했다. 긴급(緊急)으로 이송되어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는 순간 아버님은 정상적으로 다시 정신이 깨어나셨다. 응급실에서 회복하는데 담당의사가 아들 이름이나 아버님 성함을 물었다. 똑바로 말하실 정도로 정신이 좋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담당의사가 아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왕 병원에 오셨으니 검사나 한번 받아보시지요? 왜? 무엇이 의심스러웠는지 검사를 받자고 했다. 그것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 아들에 입장에선 병원에 들어온 김에 간단한 검사를 하자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문(專門)의사의 권유를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식들의 바로 효(孝)의 근본이라면 말이다. X-레이와 씨-티 촬영을 하더니 정확한 것을 알려면 M, R, I 촬영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신경계통이니 뇌파(腦波)검사까지 해야 한단다. 각종 검사를 하면서 아버님은 심신에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너무 고통스러워 하셨다. 인내(忍耐)하기가 힘들어 몸부림을 치셨다. 고통을 이기시기위한 몸부림이 지나치니 병원 측에서는 아버님을 움직이지 못하게 침대에 손발을 붙들어 매놓았다. 그것을 보는 가족들도 얼마나 힘이 들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아버님은 왜? 생(生)으로 나를 죽이려고 그러느냐고 소리소리 지르신다. 입속에다 목 젓을 넘기는 호수를 끼우고 거시기 요도라인에 호수를 박아놓고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참다못해 의사에게 95세의 고령인 노인에게 이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半拍)을 했다. 참으로 기가 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이틀이 지나고 각종 검사가 다 끝났으니 퇴원해도 좋다고 담당전문의가 말한다. 의료진이 큰 문제점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옆에서 이틀 동안 지켜본 보호자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보면 별다른 치료가 이뤄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포도당주사액이 전부다. 병원(病院)측에서는 고액(高額)을 받을 수 있는 각종검사가 다 끝냈으니 퇴원해도 된다는 말은 돈을 많이 내라고 들리는 잘못된 사회적 구조(構造)의 뒤틀어진 모습이라면 어쩔 수 없이 다가선 현실인 것을 말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 병(病)들어 썩어빠진 상술을 이용한 의술(醫術)인가 말이다. 바로 상업적 행위도술(行爲道術)이란 말인가?한마디로 인간에 고유한 생명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인체연구용 실험도구로 삼아서 돈을 벌겠다는 식의 꿩 먹고 알 먹겠다는 비신사적(非紳士的)인 행위가 이렇게 멀건 대낮에 눈뜨고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인간(人間)중심의 덕목(德目)을 제일로 삼아야할 의술에서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신뢰하지 못하는 과정의 일부라면 말이다. 절대로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리 황금만능(黃金萬能)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버려야 할 폐목(閉目)인 것이다. 그들도 절대로 인간이기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낳아준 부모가 있을 것이 아닌가! 연노하신 노환(老患)이 아닌가? 신경을 많이 써 정신적 충격(衝擊)으로 잠시 혼절(昏絶)했다 깨어난 노약자에게 지나친 행위였다고 본다면 잘못된 생각이겠는가 말이다. 만약 자기들의 부모였더라도 그런 황당한 짓을 했겠는가 묻고 싶다면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고액(高額)으로 내야할 진료비는 건강보험 공단에서 지급하는 목록에서 제외된 금액이란다. 약간을 공제받고 전액이 환자 부담이란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썩을 때로 썩고 병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證據)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한심한 사회의 잘못된 구조적 원리에 한 축(軸)이라고 해도 절대 망언(妄言)은 아닐 것이다.

굳이 이야기하라면 이것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칼 든 날도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간기본의 순리(順理)를 저버리는 행위가 우리사회를 병(病)들게 하고 있다. 그들이 인류에게 베풀 수 있는 봉사와 의학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으로 복지사회구현을 부르짖겠다고 말하는 의사들이라면 말이다. 이웃을 부정하고 믿지 못하도록 불신(不信)을 조장한다.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잘못된 판단은 아닐 것이다. 병(病)을 고치려고 간 것이 아니다. 아버님은 맑아지지 않은 육신(肉身)과 마음에 깊어진 커다란 상처와 불안을 지우지 못하는 병(病)을 얻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신 것이다. 아버님은 그로부터 육체적 고통(苦痛)속에서 무척 힘들게 하루의 생(生)을 사시다 일 년을 채 넘기지 못하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으로 눈물의 화점(火點)을 찍으셨다. 그로부터 아들이 의료사회를 보는 눈이 의사들을 쳐다보는 시각(視覺)이 아주 나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데 더욱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불신(不信)하고 믿지 못한다는 것! 얼마나 불행스런 행동이고 잘못된 지각(知覺)이란 말인가?

틀림없이 어두운 곳이 있으면 밝은 곳이 있는 법이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봉사를 앞에 내세워 몇몇에 몰지각한 기업가적인 사람들과 상술(商術)적 행동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싸잡아 매도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아니다. 사회에 공헌(貢獻)하며 따뜻한 인간애의 체온(體溫)을 가지고 봉사정신으로 흠뻑 느끼게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그들의 온정이 살아 숨 쉬고 정신적 매개체가 있는 한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을 열고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에 샘터가 있다는 것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지금도 아버님에 황금(黃金)빛 지팡이는 아들의 마음속에서 매일 아침 꾸벅거리며 문안인사를 한다. 절대로 지워질 수 없는 아버님에 진한 영상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마음에 안식처에서 번쩍 번쩍 빛을 발산한다. 그것은 아들이 잘못 생각하여 지각(知覺)없는 행동으로 아버님을 고통스런 나락(奈落)으로 떨어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기를 몇 번이고 두면서 아버님의 심중을 조금만 정확히 읽어 보았다면 아들이 아버님에게 장기 한판만큼은 승리를 자동으로 헌납(獻納)해 드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생각이 너무나 부족하여 신경을 쓰시게 했다는 것! 어리석게도 생각이 너무나 모자랐다는 것을 늦게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미련(未練)하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을 늦게야 후해(後害)했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백수를 넘기실 수 있는 아버님과 일찍(95세)이라는 세월의 연륜으로 이별에 마지막 악수를 먼저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픔에 한(恨)서린 아들의 잘못됨을 되새겨보면서 말이다. 그 운무(雲霧)가 눈가에 색을 칠하고 둥둥 떠 지워지지 않는다. 멀게 느껴지는 흔적(痕迹)으로 지금을 사는 순간에도 흩어지지 못하고 사라질 줄을 모른다. 불효자식에 끊어지지 않는 자성(自醒)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으시다면 아들에 잘못을 모두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고 걸어가시는 걸음 편히 영면(永眠)하시옵기를 비는 마음뿐입니다.

삶이 이어지는 날까지 불효자식의 잘못을 가슴 깊게 새겨 아파진 마음을 뜨겁게 토해내면서 위안을 씹는다. 입안에 만들어 끼운 의치를 부대끼며 달가닥거립니다. 그 잘못에 대한 응징(膺懲)의 표식을 생(生)에 한 방편으로 삼아 바르고 맑게 밝게 비쳐주는 빛으로 살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호흡하면서 다짐해봅니다. 아버님!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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