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엔들 이보다
그립기야 하겠는가?
석송(石松) 이 규 석
그리핀(griffin): 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가지고 있고 몸은 사자인 상상적인 동물이다. 눕거나 앉아있는 모습이 보통은 주종을 이루는데 다른 동물을 덮치고 있는 모습도 가끔은 볼 수 있다. 주로 그리스의 고대예술장식이나 미술에서 즐겨 다룬 동물을 뜻한다. 신전이나 분묘의 장식 무늬에 사용한 것으로 보아 신성한 괴수(동물)임에는 틀림없으나 거기에 담긴 의미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강력한 이미지가 담겨있다고 본다. 생활상에서 그립다는 표현의 상징이 산 까치 지저기는 먼발치의 고향생각이 아니라면 꿈엔들 이보다 더 그립기야 하겠는가? 로 끝을 맺는 것이 바로 사랑과 보고품 그리고 그리움의 귀결이 된다.
산모퉁이 돌아선 길 부랭이 누가 밟아 저리도 많은 사람이 지나갔을까? 역귀, 패랭이, 엉겅퀴, 민들레, 씀바귀, 망초, 가랑이, 쑥, 냉이, 봄맞이 향기 잠재우면서 윤 사월 해 길다고 하소연하던가?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가 그리움에 못 이겨 문설주에 귀 대고 살며시 엿듣고 있다는 봄길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두근 저민다. 라는 시어에 담긴 고향의 맛으로 감동을 받았을까? 만난 사람 어김없이 헤어지고 회(會)자(者)정(定)이(離)라 했고 살아있는 자 틀림없이 죽는다. 생(生)자(者)필(必)사(死). 뚝 방 길은 언제나 어렸을 때 그리움을 삭여내며 돋구는 문장이 되듯이 생명의 만남과 헤어짐을 속삭이었던 곳이다. 그 만남 가운데 이미 떠남이 야릿한 가슴팍을 마구 쪼아 놓는다고 생각한다면 마음에 깊게 깃들여 있는 그리움! 그리고 떠남에 작은 미소가 함께 곁들여 있다면 말이다. 새롭게 생명으로 만남을 예약하고 그 만남을 속삭이며 동행자의 지위로 같이 걸어가는 것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태어남 가운데 죽음이 머무를 수 있는 자리가 틀림없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 있어 살아가는 자리가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다 삶에 의욕(意慾)을 갖고 그 길을 걸으면서 행복이라는 마지막 문을 향해 숨 쉬며 깨닫고 느끼면서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지우면서 가는 길
오락가락
꼬불꼬불 비집어놓은 논 뚝 길은
내가 살아 걸어온 그 길 모습이 아니던가.
그립다고
봄 아지랑이 향기(香氣)피우고
모락모락 고향 뜰 언덕바지 올라서서보면
연꽃 잎 푸르게
속가슴에 깊숙이 담아
패기로 용광로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가.
세상 저편에
어둠이 내려앉을 그늘 녘이면
허전한 마음 살며시 보듬어 주고 싶어지니
가는 걸음걸이
걷기도 몹시 힘들어
숨 차 목울대 넘어 휘파람 쉰 소리되어도
세월이 지나간 자국
얼굴에 가갸거겨를 그려놓고
질문(質問)만 찡하게 미소 지어 물어보누나.
가는 길 끝나고
내! 머무를 곳 어디에 있는가!
걸음걸이가 힘들어서 삐거덕 거리면 서야지
서 있는 여기가
내가 머물러야할 곳이라면
아름다움 생각을 꽃잎에 새겨 수를 놓겠다.
그렇게 멀게 보이는 길
산모퉁이 돌아서 기억을 돋워내겠는가
이정표 빈바가지 걸어둘 곳이 마땅치 않아
계속 걸으라고
네겐 손사래 치겠지만
사실은 걸어갈 힘이 없어 못가고 있는 걸
생각을 하는 거야
인생(人生)이 망각이라면
시름 덮어놓고 그림자 지우면서 살라하네!
어둠이 내게 다가선다. 어디를 찾느냐고 공감하는 모습으로 내게 묻는다면 뭐라 대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인생은 그냥 빈손으로 왔다가 갖은 고난 다 이겨내고 가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마음에 고향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것이 이별인 것을... 그곳을 향해 아무것도 움켜쥐지 못하고 빈손으로 걸어가는 것이 삶이다. “인생은 나그네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네 인생의 시작에서부터 마지막을 장식하며 떠나는 모습도 특별하게 주어진 변화가 아니다. 그립다. 그리워하다 짜진 각본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는 현재의 모습을 등 걸이에 걸머메고 우주의 공기 곁을 함께 떠나는 방랑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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