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김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어릴 적 이야기 중에 초등 하교시절 학교 가는 길 많 큼 재미있었든 일은 없었든 것 같다. 책보자기 허리춤에 동여매고 이웃에 사는 아이들과 모여 일 열로 열을 짓고, 행진곡 노래를 불어면서 골목길을 돌아 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선생님이 교문에서 기다려주 시던 그때일은 잊혀 지지 않고 생생하게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있다. 우리들이 가장 많이 불렀든 모교 응원가 가사 중에 “여서리 장네 한달비* 모두 모여 이백 명이란 가사가 있다. 세 마을 아이들로 이루어진 전교생이 옛날에는 이백 명 이였으나, 우리가 다닐 때는 백 사오십 명 쯤 이였던 것 같다. 일제 시에 마을 어르신들이 사비들을 출현하여 가니 학교를 새 운 것이 후일 국민학교로 성격 되었다고 하니, 그 역사는 영일 군 네에서도 순위에 들어간다고 했다. 학교는 대동배 일리에 있었고, 우리 집에서는 이백미터도 체 되지않았다. 거리가 가깝다 보니 노래 몇곡을 불어면 금방 학교 교문에 당도 했다. 우리마을 오개반(班) 중에서 1반인 우리 이웃은, 마을을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일 년 네네 마르지 않는 제법 넓은 개울 건너 열 세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래서 건나꾸식(건너 구석)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우리 마을 5개 반 중에서 제일 가난한 반이였고, 아이들이 제일 많아 젓 먹이로부터 학교에 가는 아이가 이십 사 오명이나 되었으니, 마을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건나꾸식(건너 구석) 아이들 이라 하였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언제나 말 성은 건나꾸식 에서 일어났고, 때로는 얼 토 당토 하지 않은 모함을 쓸 때도 많았다.
그래서 언제나 한달비 마을에서는 건나꾸식 아이들의 화재가 끈일 날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똘똘 몰려다니면서 별이 별 사건을 만들어냈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으니 학교 에도 언제나 제일 먼저 등교를 했다. 학교 가는 규칙을 잘 지키다가도 가을이 되어 벼들이 익어 고개를 숙일 때쯤이면, 교문이 아닌 샛길을 이용하여 각자가 알아서 등교를 한다.
샛길은 남의 논을 가로 질러가는 논둑길이다. 한창 탐 서럽게 익어 가고 있는 벼 이 싹을 꺾어서 책보자기 속에 감추고 낮은 돌담을 넘어 등교를 한다. 책보자기 속에 감춰간 벼 이 싹은 쉬는 시간이면 다른 아이들을 몰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얼마지 않아서 논둑 옆에 벼들은 이 싹은 없고 꼭지만 남게 된다.
어느 날에는 논 주인이 이 싹이 없는 볏 집을 한 아름 안고는 학교 교무실로 처 들어왔다. 우리는 교무실로 불려가 벌을 서고 일주일 동안 학교 청소를 전담하는 벌칙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들은 매년 당하는 일이니 그른 벌칙쯤은 예사로 넘어간다. 심 할 때는 학교 화장실에 똥물을 실습지에다 퍼 나르는 벌칙도 받았지만, 오히려 우리들은 그른 벌칙을 즐기면서 해냈다. 그뿐이 아니었다. 우리가 맨 날 모여 놀던 공터 앞밭에서는, 여름이면 한창 자라고 있는 수수나 옥수수 들은 모두가 우리들에게 갖은 수난을 격어야 했다. 넝쿨 속에 열린 열린 호박은 모두가 머리에 뿔을 달고 있었다. 해마다 밭주인 할머니는 언제나 우리를 달래고 얼렀지만 그때가 지나면 또 다른 장난을 벌렸다. 어떤 때는 우리끼리도 누구의 짓인지를 모를 때가 많았다. 그때는 모든 일들이 그저 재미있고 신이나기만 했다. 그러나 단 한가지만은 싫은 일이 있었다. 월말이 다가오면 선생님들의 회비 독촉 이였다. 말일이 다가오면 회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은 아침 조회 시에 앞으로 불려 나가야했고, 말일에는 집으로 쫓겨 가야하는 고역을 당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숫자가 많았지만, 집으로 쫓겨 갈때쯤은 그 숫자가 작아저서 창피하기가 들 하지만, 집으로 쫓겨 갈 때쯤은 그 숫자가 작아 저서 창피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여러번 하다보면 면역이 생겼다.
오학년 쯤 이였던 것 같다. 그달에는 집으로 쫓겨 가는 학생이 많았다. 언제나 봄이 오면 아침 끼니 조차도 못먹고 오는 학생들이 많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데, 우리 일반 아이들은 교실 뒷편에서 구슬 치기를 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 보았자 어머니 마음만 상하게 할 터이니 아예 집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날따라 교실로 들어간 학생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한 교실에 모여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었다. 교실에서는 풍금 소리와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 왔지만 우리는 상관 하지 않고 구슬치기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집으로 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고 교실에서 들려오던 풍금소리와 노래 소리도 멈추고 학생들이 밖으로 몰려나왔다. 그른데 교실에서 몰려나온 아이들이 지금 교실에서 배운 노래라면서 여기 저기 모여서 합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 가사를 적고, 아이들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여러 번 따라 하다 보니 어느 듯 가사도 익혀지고 곡도 제 빨리 익숙해 젓다. 이제는 우리끼리 모여서 서로 얼굴을 처다 보면서 연습을 했다.
“상학종이 첫 는데 어떻게 할까/집으로 돌아갈까 들어 가볼까/월사금이 없어서 학교 문밖에/나 혼자 섰노라니 눈물만 나내//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 어머니/역겨운 날 붓 들고 또 울겠지/오늘도 산에 올라 일본 언니께/공책 한 장 찢어서 편지나 쓸까.“
일절과 이절을 열심히 부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흑!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하나같이 서로 끌어안고 응응 울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다가보니 가사가 어쩌면 그날의 우리마음처럼 서럽게 느껴진 것이었다. 얼마를 부등 켜 안고 울던 우리는 더욱 큰 소리로 목이 매 이게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얼굴을 처 들어 하늘을 처다 보면서 하늘을 원망이라도 하듯 큰 소리로 불렀다.
그 일을 계기로 하여 우리는 조금 식 철이 들어갔다. 그 해부터는 벼 이싹 사건은 재발되지 않았고, 우리가 날마다 모여 놀던 놀이터 앞밭에서는 가을이면 옥수수가 탐스럽게 익었고, 호박 넝쿨 속에서는 우리가 들지도 못할 많 큼 큰 호박들이 익어갔다. 밭주인 할머니는 잘 익은 옥수수를 삶아서 우리들에게 속 쿠리 째 안겨 주었다. 생각하면 지금 시대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때의 우리들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몇 세대를 건너 온 것만 같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세대는, 너무 많이 변해버린 시대 속에서 때로는 멀미를 느낄 때가 있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 하기란 너무 어렵다. 우리 세대들이 지키고 살아온 모던 질서가 낯설게 느껴진다. 요즈음 일부에서 떠들어대는 민주주의도 어쩐지 낫설기만 하다.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세대 차이란 말이 왜 이렇게 서글프게 들리는 것일까.........!
아련한 기억 저 멀리 남아있는 학교 가는 길, 아무데서나 퍼질고 안자 손에 흙먼지를 뭍이면서, 골목 길에서 놀든 때가놀든 때가 우리시대에서는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니 엇을까! 생각하면 언제나 아련한 향수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학교 가는길 그 길에 두고온 천진 난만 했든 그 시절로 꿈에서라도 돌아가보고 싶다.
*여서리 , 장내, 한달비,=옛날 마을 이름
KGI8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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