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회상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며 사는 것은 지혜요, 인간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무지다.
어머니는 인간의 꼭지요 세상의 꼭지 점이다. 인간이 자기가 태 여난 고향과, 어머니의 품은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없어서는 아니 댈 젖줄이다. 인간은 어디에 있던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어머니에 대한 연정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겠다. 내 나이 육십을 넘기고도 어려운 일이 닥칠 때 면 어머니를 생각 하게 하고, 어릴 적 어머니 깨서 일러주신 말씀들을 깨우치게 함은, 아직도 어머니는 내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뜻함이니라.
어머니는 내개는 인간과 삶을 가러쳐 주신 위대한 스승 이셨다. 내게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작은 일에도 성실을 강요 하셨다. 욕심에 앞서 정직을, 타이로부터 신뢰를 일러 주셨다. 일찍 잃어버린 남편의 그리움을 촛불 앞에서 기도로 풀어 가시든 어머니,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 드리시고, 오직 건면과 검소로 사시면서 자식들에게는 사랑보다 먼저 채찍을 내리시든 어머니셨다.
비탈진 산자락에 버려진 밭 때기를 얻어 감자랑 고구마를 심으면서, 평생에 당신의 땅 한 마지기를 소원하시던 어머니셨다. 그 긴 외로움의 여생을 사 시면서 욕심 없는 소박한 꿈으로만 살아오신 어머니셨다. 지나친 욕심은 무리를 빗 개 되고, 때로는 주위의 미움을 싸개 되며, 더 큰 욕심은 파멸을 가져온다고 하셨다. 그러했기에 당신의 땅 한 마지기를 갖는 대는 무척이나 긴 세월이 걸렸다. 오직 내 땅 한마지기를 갖겠다는 소박한 꿈 하나로 사시면서도 서두르지도 아니하시고, 오직 때가 되면 이룰 수 있다는 집념 하나로 사시다, 내가 직업으로 어부를 선택한 해 고기잡이로 벌어온 돈으로 마침내 한 마지기가 아닌 일곱 마지기의 밭을 사셨다.
그 해 가을이 오면서 내가 처음 해보는 쟁기질로 밭을 갈고 보리씨를 뿌린 그 날부터 어머니 깨서는 하루도 밭에 나가는 일을 걸러 는 날이 없었다. 한 뼘의 땅도 아까울 새라 밭 귀퉁이마다 갖은 채소들을 심으시고 애기 돌보듯 하셨다.
이듬해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부터 어머니 깨서는 밭에서 사시다시피 하셨다. 그른데 보리가 익어서 보리 배기가 시작될 무렵 시작된 장마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내리 드니, 끝내 보리가 제자리에 서서 석어 들기 시작했다. 근심에 젖어있던 어머니 깨서는 소다지 는 비를 맞으며 밭으로 나가 보리배기를 시작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 이였다. 평소에 당신의 주위에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어머니에게는, 평생을 소원 하시던 당신의 땅에서 첫 수확의 행복감이 무산되어버린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어머니의 얼굴에는 눈물과 빗물이 범벅이 되었고,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짜증스러울 만큼 애절하기만 하였다.
그를 때 마다 어머니께서는 도라 가신 아버지를 원망하시며 통곡 하셨다. “이 어린 새끼들을 남겨두고 지 만 가고, 날더러 이 새끼들을 어떻게 하라고. ” 어머니는 아버지의 호칭을 지 라고 하셨다. 지나간 세월들을 되 색이며 새벽이면 촛불 앞에서 넋두리와 탄식과 기도를 토해 내셨다. 그러한 어머니의 통곡 속에는 삶의 고통이 묻어났고, 어머니의 외로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는 어머니는 근음 하고 인자하신 모습으로 내 앞에 서 개셨다. 인내,(忍耐) 그것은 곳 어머니의 인생 이였다. 인내와 어머니의 인생이 촛불과 함께 타고 있었다,
내가 세 살 되든 해 불행히도 작은 사고로 발목 이 골절 되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해 불구자가 되어 사년동안 방에서 앉은뱅이로 살았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워 병원에 한번 가지 못한 채 그대로 나의 발목은 굳어 버렸고, 평생을 절룩이며 살면서도 나는 한 번도 어머니를 원망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밤마다 통증에 시달려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내 다리를 주무르시며, 가난 때문에 병원 치료 한번 해주지 못한 한스런 마음으로 내가 잠이 들 때까지 앞은 부분을 만져 주시던 어머니의 그 정성이, 나에게 사랑으로 은혜로 남아 있기 때문 이였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가 생각 날 때면 잠결에 내 앞은 발목을 가만히 주물러 주시던 따뜻한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게 된다. 어느 추운겨울밤 바람소리 파도 소리가 긴 밤의 적막을 흔들어 놓던 밤, 촛불을 켜고 새벽 기도를 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시를 쓰고 있었다. 어머니는 절실한 불교 신자셨다.
그제도
까 아만 밤을 지키며
촛불은 눈물을 흘린 다
촛불은
살아서 춤을 춘 다
촛불은
살아서 눈물을 흘린 다
지를 그리다
초조 속에
자신도 모르게
제 몸을 잃고
시간의 언덕을 해매며
촛불은
춤을 추고
그리움 탄 다
바람이여
불어라
강아지도 운 다
파도도 운 다
바람이여 불어라
그리움이 날린 다
시간이 날린 다
촛불은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다
지를 잃고
마지막
숨찬
가슴을 안으며
어둠에 빛을 묻고
바람이 불어도
모른 다
강아지가 울어도
모른 다
그리움은
눈물 나는
안타까움 이라고
까 아 만
옛 일처럼
다시는 그리움으로 태운
지를 잊는 다 (촛불 전문)
울면서 기도하다 벽에 기댄 체 잠이 드신 어머니의 뺨 위로 흘러내리던 눈물 자국은, 지금도 내 여린 마음에 남아 작은 슬픔에도 곶 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눈물샘이 되었다.
야산 자락에 버려진 비탈 밭을 얻어서 감자를 심고, 보리 이삭을 주워서 보리 고개 허기진 배를 채워온 가난의 고통을 담담히 삶의 교훈으로 일러 주시든 어머니. 보리배기 철이 되면 막내인 내손을 잡고 보리 이삭을 주우려 다니면서, 점심밥을 밭으로 날라 온 밭에서 일군들 틈에 끼어 앉아 한 끼 점심을 배불리 얻어 먹이든 어머니의 애달픈 자식 사랑은, 나로 하여금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크게는 인간의 고귀한 사랑으로 내 가슴에 심어 주셨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보내고, 어린 자식들을 보듬고 가야하는 삶의 고통과 외로움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병이되어 자주 속병을 앍아 오시면서도, 통증이 올 때면 가슴을 움켜 안어시고 자식들 몰래 몸부림치시든 어머니셨다. 다니던 절에서 아편(양귀비) 씨앗을 얻어와 화단에 심어서, 뿌리 체 말려두시고는 통증이 올 때마다 약으로 소중히 사용 하셨다. 어느 해 에는 텃밭에다가 조금 많게 심었다가 경찰관에게 들켜 사건화가 될 번하였으나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으신 경찰관이, 이렇게 많이 하지 말고 일연 치 약으로 쓸 많 큼만 심어서 쓰시라며 어머니 등을 쓰다듬어 주시고 돌아 가셨다. 그 후부터 어머니께서는 오랫동안 그 경찰관 아저씨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고마운 사람이라며 두 손을 모아 합장 하시고 관세음보살을 외우시며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전생에 하시든 대로 부처님 앞에 무럽 꿀 고 앉아 자식들 위한 기도에 몰두 하실 것을 생각하면, 어머니 그리운 마음에 가슴이 미어진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2009년)
KGI8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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