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문인글방_문학이론
HOME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등업신청/기타문의]
로그인 회원가입
회원가입
   

한국문학방송은 지상파방송 장기근무경력 출신이 직접 영상제작 및 운영합니다
§사이트맵§ 2020년 6월 02일 화요일

문인.com 개인서재
 

DSB 문인 북마크페이지

전자책 출간작가 인명록



시조
동시
영시
동화
수필
소설
평론
추천시
추천글
한국漢詩
중국漢詩
문학이론


DSB 앤솔러지 제7집


DSB 앤솔러지 제6집


DSB 앤솔러지 제5집


DSB 앤솔러지 제4집


DSB 앤솔러지 제3집



[▼DSB 앤솔러지 종합]
 



홈메인 > 문인글방_문학이론 > 상세보기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판매정산 페이지
도서판매/온라인강좌

전자책 제작·판매·구매의 모든 것

구상 작품 토론회 스케치
2009-07-27 13:29:11
mjmin7

■ 민문자 수필가·시인
△충북 청주 출생(1944)
△《한국수필》 수필(2003), 《서울문학》 시(2004)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홍보위원. 우리시회 이사. 시사랑노래사랑 전문위원
△우리시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 한국낭송문예협회 특별회원
△실버넷뉴스 문화예술관장
△부부시집 『반려자』, 『꽃바람』
△수필집 『인생의 등불』
조회:2812
추천:140
첨부파일 :  1248668951-8.jpg
첨부파일 :  1248668951-17.jpg
첨부파일 :  1248668951-82.jpg

                             구상 작품 토론회 스케치 /   민문자

                                                                                                                                                                                            

  한국문인협회는 2009. 7. 24(금) 오후 2시 예총회관 회의실에서 <구상 작품 연구>를 주제로 7월 작품 토론회를 가졌다.

 김년균 문협 회장이 김봉군 강사를 소개하였다.

  “김봉군 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법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가톨릭대학교 퇴직명예교수·문학박사·문학평론가,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명예 회장,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구상 선생님에 관한 한 가장 잘 아는 분이다.”

    김봉군 강사의 특강이 시작되었다.

  구상 선생님은 제 문학의 아버지이시다. 1980년대 처음 대면하고부터 2004년 5월 11일 돌아가실 때까지 구상 선생님의 이미지를 가슴에 담고 있다.

  선생님의 문학적 생애는 서울 이화동에서 1919년 카톨릭 신자 구종진 아버지와 이정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중신자로 출생했다. 베네딕또 수도원의 카돌릭 포교사 아버지를 따라 4세에 원산으로 이주하고 본명이 구상준인 선생님은 청소년기는 일제하에서 방황의 시절로 불령선인(不逞鮮人), 항일운동주의자로 요시찰인으로 보냈다.

  일본으로 밀항하여 니혼대학에서 종교과를 공부하고 니체, 라이너마리아 릴케, 토속신앙, 노장사상, 법화경의 무상관, 가브리엘마르셀, 장기통, 자크 마리탱 등의 영향으로 인간실존의 유신론적 인식에 눈을 떴다. 이문제가 후일 ‘체험의 예각적 표현인 서정시가 서사 장르의 세계를 수용할 수 있는냐 하는 장르 논쟁을 불러오는 단초가 되었다.

  마식령 고개에서 폐결핵으로 1년6개월 동안 정양을 하였다.

  아버지의 주선으로 잠시 친일신문인 북선매일신문 기자로 일했는데 선생님은 이일을 부끄러워하였다. 1946년 응향(凝香) 필화사건으로 북한을 탈출 남하하였다.

 소설가 최태응 선생이 문단에 밀어 주어 연합신문 문화부장,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 주간, 영남일보 주필, 대구매일신문 고문 효성여대, 중앙대, 하와이대학 초빙 교수 등을 지내셨다.

  구상 선생님은 좋은 사람을 아껴서 이중섭 화가, 설창수 시인을 비롯해서 많은 종교인 문화 예술인과 교유하셨다. 스승으로 모신 오상순 선생, 운보 김기창 화백의 비문을 쓰기도 했다.

  구상 선생님은 생전에 나랏돈 10억과 칠곡군비 12억 6천만원을 지원받아 부인 서영옥여사가 순심병원을 하던 왜관 땅 540여평에 『구상문학관』이 서는 영예를 누렸다. 선생의 장서 7천 5백 권도 그곳에 소장되어 있다. 유족으로 따님 구자명 한 분과 사위 김의규 교수, 손녀 향나, 향지 양이 있다.

   구상 선생의 시집은 《구상시집》(1951), 《초토의 시》(1956), 《말씀의 실상》(1980), 《까마귀》(1981), 《드레퓌스의 벤치에서》(1984), 《구상연작시집》(1985), 《개똥밭》(1987), 《조화 속에서》(1991), 《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1996), 《인류의 맹점에서》(1998), 《두 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2001) 등이 있고, 중광그림의 시화집《유치찬란》(1989), 수상집 《침언부어(沈言浮語)》(1960), 《영원 속의 오늘》(1976), 《실존적 확신을 위하여》(1982), 《삶의 보람과 기쁨》(1986), 《시와 삶의 노트》(1988) 등이 있다. 그밖에 사회평론집 《민주고발》(1953), 묵상집 《나자렛 예수》(1979), 시론집 《현대시창작입문》(1988), 희곡 시나리오집 《황진이》(1994) 등이 있다.

 * 구상 선생의 특유의 문학관

구상 선생님은 언어, 특히 시의 언어가 맡은 본질적 소통의 기능을 강조하였다. 시를 과학에 대비하여 말씀했다. 생명내부의 세계에 대한 지혜와 과학과 그 기술이 주는 물질적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인간 사회는 이상적 발달을 이룬다고 생각하였다. 선생님은 자주 심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이라고 한 유신론적 실존 철학자 키에르케골을 인용하고 그의 사상을 시 창작에 적용하였다.

 세레명 ‘요한’인 카톨릭 신자로서 시와 신앙과의 관계정립에서 보여준 구상 선생의 시학의 진수 작품 : 시인과 일생을 같이하는 존재론적 나무

  은행(銀杏)

- 우리 부부의 노래 / 구상

 

 

나 여기 서 있노라.

나를 바라고 틀림없이

거기 서 있는

너를 우러러

나 또한 여기 서 있노라.

 

이제사 달가운 꿈자리커녕

입맞춤도 간지러움도 모르는

이렇듯 넉넉한 사랑의 터전 속에다

크낙한 순명(順命)의 뿌리를 박고서

나 너와 마주 서 있노라.

 

일월(日月)은 우리의 연륜(年輪)을 묵혀가고

철따라 잎새마다 꿈을 익혔다

뿌리건만

 

오직 너와 나와의

열매를 맺고서

종신(終身)토록 이렇게

마주 서 있노라.

 

* 구상 시의 전개 양상은 하나의 제재로 적으면 15편, 많으면 100편 씩 연작시를 끊임없이 고쳐 썼다.

80년대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끊임없이 고쳐 썼기 때문에 김봉군 교수는 처음으로 시기 구분을 해 본다고 하였다.

 첫째, 모색과 격정, 예언자적 역사의식의 시기 : 원산의 《응향(凝香)1946》필화사건기와 《초토의 시 1956》가 발표된 시기

 

여명도(黎明圖) / 구상

 

 

동이 트는 하늘에

가마귀 날아

 

밤과 새벽이 갈릴 무렵이면

<카쓰바>마냥 수상한 이 거리는

기인 그림자 배회하는 무서운

골목…….

 

이윽고

북이 울자

원한에 이끼 긴 성문이 뻐개지고

구렁이 잔등같이 독이 서린 한길 위를

횃불을 든<시빌">이

깨어라 !

외치며 白馬를 날려

 

말굽소리

말굽소리

 

 창칼 부닥치어

殺氣를 띠고

백성들의 아우성

또한 凄然한데

 

떠오는 太陽함께

피 토하고

죽어가는 사나희의 微笑가

고웁다

 

*시빌 - 希語 선지자

 

  초토의 시 / 구상

  1

판잣집 유리딱지에

아이들 얼굴이

불타는 해바라기마냥 걸려 있다.

 

내려 쪼이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

 

어느 접어든 골목에서 걸음을 멈춘다.

잿더미가 소복한 울타리에

개나리가 망울졌다.

 

저기 언덕을 내려 달리는

소녀의 미소엔 앞니가 빠져

죄 하나도 없다.

 

나는 술 취한 듯 흥그러워진다.

그림자 웃으며 앞장을 선다.

 

 2

내 가슴 동토 위에

시베리아 찬바람이 살을 에인다.

 

말라빠져 엉켜 뒹구는 잡초의 밭

쓰레기 구덩이엔

입벌린 깡통, 밑나간 레이션 박스,

찢어진 성조지, 목 떨어진 유리병,

또 한 구석엔 총 맞은 삽살개 시체,

전차의 이빨자국이 난 밭고랑엔

말라 뻐드러진 괭이의 잔해,

저기 비닐 온상 같은 천막 앞

피묻은 바짓가랑이가 걸린

철망 안을 오가며

양키병정이 획획 휘파람을 불면

김치움 같은 땅 속에서

노랗고 빨갛고 파란

원색의 스카프를 걸친 계집애들이

청개구리들처럼 고개를 내민다.

 

하늘이 갑자기

입에 시꺼먼 거품을 물고

갈가마귀 떼들이 후다닥 날아

찌푸린 산을 넘는데

나의 잔등이 미칠 듯한 이 개선

나의 가슴을 치밀어 오르는 이 구토

어느 누구를 향한 것이냐?

 

3

-- 적군 묘지 앞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 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욱 신비스러운 것이로다.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땅은 30리면

가로막히고

무주공산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람 속에 것들어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둘째, 재충전의 시기 : 1960 년대 시 창작에 복귀, 전념. 생성과 소멸의 진리에 직핍, 선생의 시적 자아가 무척 안온하다. <밭 일기 >61편은 밭의 실상이면서 형이상학적 밭이다.

  밭일기 / 구상

1

밭에서 싹이 난다

밭에서 잎이 돋는다

밭에서 꽃이 핀다

밭에서 열매가 맺는다

밭에서 우리는

심부름만 한다

 

29

밭 손자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서울서 부산 가는 통일호 차!

부산서 서울 가는 통일호 차!

 

산은 현실을 모른다

밭은 역사를 모른다

 

61

죄와 미움은 지류(地流)로 녹아 흘러

만물 근원의 영양이 되고

지상의 사랑과 미덕은

노곤함이 없는 훈풍이 되어

무상(無常)이 계절을 염미(艶美)롭게

물들이는 밭

 

(중략)

 

죽음은 명백한 휴식이요

삶은 윤회에서 해방된다

 

(중략)

 

나의 밭

신록의 밭이 보인다

 

셋째, 사회적 자아와 예언자적 질타의 시기 : 1970 년대 이후 물질만능과 기능주의로 치닫는 시대에 대한 경보로서의 알레고리로서 연작시집 <까마귀 1981>의 어조는 준열하다.

  까마귀 / 구상

 3

나는 비탈산, 거친 들판을 헤매면서

썩은 고기와 죽은 벌레로 배를 채우며

終身誓願(종신서원)의 고행수도를 하는 새다

 

까옥 까옥 까옥

 

너희는 영원의 갈구와 悌泣(제읍)으로

영영 잠겨버린 나의 목소리가

불길을 몰고온다고 오해하지 말라

오직 나는 영통한 내 심안에 비친

너희의 불의가 빚어내는 재앙을

미리 알리고 일깨워 줄 따름이다

 

까옥 까옥 까옥

 

오늘도 나는 北岳(북악)허리 고목가지에 앉아

너희의 눈뒤집힌 세상살이를 굽어보며

저 요르단 강변 세례자 요한의

그 예지와 진노를 빌어서 우짖노니

 

이 독사의 무리들아 회개하라!

하느님의 때가 가까이 왔다,

속옷 두 벌을 가진 자는 한 벌을 헐벗은 사람에게 주고

먹을 것이 넉넉한 사람은 굶주린 이와 나누어 먹고

권세가 있는 사람은 약한 백성을 협박하거나, 속임수를 쓰지 말 것이오

나라의 세금은 헐하고 공정하게 매겨야 하며

거둬들임에 있어도 부정이 없어야 하느니라

 

까옥 까옥 까옥

 

넷째 존재론적 구원, 명상, 참회의 시기는 1970년대 시 : 강(江)의 시인, 유소년기 원산의 적선강, 낙동강, 한강에로 이어지는 명상과 구원의 <강 그리스도 폴의 강> 65편, 구상 선생에게 강은 관조와 명상의 대상, 영원속의 시간, 시간속의 영원, 허무의 실유라는 모순의 지양으로 존재의 실존적 확신의 표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스도 폴의 강(江) / 구 상 

 1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 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黃金)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2

산들이 검은 長衫(장삼)을 걸치고

다가 앉는다

 

祈禱所(기도소)의 沈黙(침묵)이 흐른다

 

초록의 강물결이

능금빛으로 물들었다가

金銀(금은)으로 수를 놓다가

雪原(설원)이 되었다가

이 또한 검은 網絲(망사)를 쓴다

 

강건너 마을은

祭壇(제단)같이

香煙(향연)이 피어 오르고

 

나루터에서

호롱을 현 조각배를 타고

외론 魂(혼)이 저어 나간다

 

 14

강은 구지레한 마음이 없이

순수한 육신만으로

영원 속의 시간처럼

흐르고 있다

 

강은 허접스런 육신이 없이

순수한 마음만으로

시간 속의 영원처럼

흐르고 있다

 

강은 마음도 육신도 아닌

허무의 실유(實有)로

흐르고 있다

 

* 다음은 김봉군 교수가 한국 근대시 사상 최고의 수작으로 보는 작품 마지막 연작시

 65

아롱진 동경(憧憬)에 지즐대면서

지식의 바위숲을 헤쳐 나오다

천길 벼랑을 내려 구울던

전락(轉落)의 상흔(傷痕)을 어루만지며

 

강이 흐른다…….

 

틔어진 대지 위에 백열(白熱)하던 낭만과

늪 속에 잠겨 이루던 고독과 기도

오오, 표박(漂泊)과 동결(凍結)의 신산(辛酸)한 기억들을

열망과 수치로 물들이면서

 

강이 흐른다…….

 

이제 무심한 일월(日月)의 조응 속에서

품에는 어별권속(魚鼈眷屬)들의 자맥질과

등에는 생로(生路)와 환락의 목주(木舟)를 얹고

선악과 애증이 교차하는 다리 밑으로

사랑의 밀어와 이별의 노래를 들으며

생사와 신음과 원귀의 곡성마저 들으며

일체 삶의 율조와 합주하면서

 

강이 흐른다…….

 

샘에서 여울에서 목포에서 시내에서

1억만 현존(現存)이 서로 맺고 엉키고 합해져서

낳고 죽어가며 푸른 바다로 흘러들어

새로운 생성의 바탕이 되어

곡절로 가득 찬 역사의 대단원을 지으려고

 

강이 흐른다…….

 

* 카톨릭의 칠죄의 연못을 휘저어온 삶이라면서 구도자답게 고백한 시

  오늘 / 구상

 

오늘도 神秘의 샘인 하루를

구정물로 살았다.

 

오물과 폐수로 찬 나의 暗渠 속에서

그 淸冽한 水精들은

거품을 물고 죽어갔다.

 

진창 반죽이 된 시간의 무덤!

한 가닥 눈물만이 하수구를 빠져나와

이 또한 연탄빛 강에 합류한다.

 

日月도 제 빛을 잃고

은총의 꽃을 피운 사물들도

이지러진 모습으로 照應한다.

 

나의 現存과 그 의미가

저 바다에 흘러들어

영원한 푸름을 되찾을

그날은 언제일까?

 

 * 향가의 <참회업장가>, 윤동주의 <참회록>을 무색케 하는 청교도적 시혼이 깃든 참회의 시

  펜의 銘 / 구 상

 

 

한 방울의 이슬이 지각을 뚫어

샘으로 솟는

그 淸冽한 정열로

펜을 들자.

 

밀림에다 불을 붙이고

原野를 갈아 새 밭을 일구는

그 푸른 꿈으로

펜을 들자.

 

千尺 炭坑 속을 뚫어 나가는

광부의 비지땀으로

펜을 들자.

 

심장수술에 임한 외과醫 메스의

그 과학성과 조심스러움으로

펜을 들자.

 

태산 마루 백설같이 빛나는 理性으로

격전장 전초수색대의 기민으로

쇠굴레를 입으로 끊는 노예의

선택과 결단으로

시지프의 좌절과 절망을 씹어가며

 

짓밟힌 어린 잡초에도 눈물짓는

사랑을 안고

百結의 가난한 회심 속에서

펜을 들자.

 

다섯째, 초탈의 시기

시집《유치찬란 1990》걸레스님 중광과 함께 낸 시집에서 일상사를 초탈한 순진한 인간상을 만나게 된다. <거듭남 > <마음의 구멍> <시> <걸레스님> <내안에 영원이>

  거듭남 / 구상

 

저 성현들이 쳐드신 바

어린이 마음을

지각(知覺)이전의 상태로

너희는 오해하지들 말라!

 

그런 미숙(未熟)의 유치란

본능적 충동에 사로잡히거나

독선과 편협을 일삼게 되느니

 

우리가 도달해야 할

어린이 마음이란

 

진리를 깨우침으로써

자기가 자신에게 이김으로써

이른바 "거듭남"에서 오는

순진이요, 단순이요

소박인 것이다

 

  * 한강 둔치 선착장 안내장에 있는 시비

  강 / 구상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헤아릴 수 없는 집합이면서

단일과 평등을 유지한다.

 

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워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

 

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다.

 

강은

그 어떤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으로 임하지만

결코 자기를 잃지 않는다.

 

강은

뭇 생명에게 무조건 베풀고

아예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

 

강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스려서

어떤 구속에도 자유롭다.

 

강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상 속의 영원을 보여 준다.

 

강은

날마다 판토마임으로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강가에서 / 구상

 

내가 이 강에다

종이배처럼 띄워보내는

이 그리움과 염원은

그 어디서고 만날 것이다

그 어느때고 이뤄질 것이다

 

저 망망한 바다 한 복판일는지

저 허허한 하늘 속일는지

다시 이 지구로 돌아와설는지

그 신령한 조화 속이사 알바 없으나

생명의 영원한 동산 속의

불변하는 한 모습이 되어

 

내가 이 강에다

종이배처럼 띄워

이 그리움과 염원은

그 어디서고 만날 것이다

그 어느때고 이루어질 것이다

 

 * 김봉군 교수의 맺음말

   구상 선생은 전인적 실존이기를 갈구한 시인이다. 심미적 윤리적 종교적 실존의 분열상을 보이신 적이 없다. 시와 믿음과 삶의 합일이 구상 선생의 시론이다. 존재론적 사색을 통하여 한국 시의 연약한 체질을 강화하였다.

  상업적 전략적 기교가 우정, 신의, 사랑 등 본질적 가치를 압도하는 이 시대에 구상 선생의 시와 사상과 삶이 우리 모두에게 큰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구상 선생님 작품 독자가 많았고 높이 평가 될 것이다. 우리 소설가 들 중에도 이청준 이문열 김성동 이승우 앞으로 높이 평가될 사람들이다.

 

 * 제자 오사라 시인 구상 기념사업회 이사

  등단 후 10년쯤 되었을 때 대학원을 공부했다. 이미 문단에서 선생님과 알고 지냈지만 중앙대대학원 개인 지도교수가 되어 관수재에서 2년간 함께 문학을 연구하며 지도받으며 지냈다.

  선생님의 기르침의 핵심은, 시를 먼저 쓰려고 하지마라. 관념의 의미를 깊이 깨달아 형상화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사상에 깊이 뿌리내려야 하기에, 경전이나 철학서적. 고전을 통해 터득하고 체험적 삶 속에서 내면적 진실을 깨달아 대상을 바라본다면 그 모든 것이 시가 된다. 라고 늘 강조하셨다. 오늘날의 현대시는 표상의 실재에 실재가 없는 언어꾸미기에만 급급하여 우리 시단의 통념으로 보아 나의 시는 이단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참여시 역시 세계의식이나 실존의식, 나아가 영원성에 대한 조명없이 쓰여지는 것을 경계하셨다.

  선생님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나는 선생님의 삶 자체에서 시를 배웠고, 그 모습이 너무 신비로워 함께 지내는 동안 내 마음은 천국 같았고 그분은 예수 같았다. 돌아가실 때도 그 인품 그대로 품위있게 돌아가셨다.  구상기념사업회에 참여와 관심을 바란다.

 구상 선생 시비 앞에서 / 오사라

 

한강엔

시가 흐르고 있네

물살 사이로

질곡의 역사가 흐르고 있네

 

고뇌로 얼룩진

강가엔

파랑새 날아들고

가슴에 묻어둔

먼 옛날의 그리움

파도처럼 부서져 요동치네

 

일생에 핀 꽃망울

절절한 시로 태어나

시비 위에 곱게 새겨있네

 

씨앗 속에 뿌려놓은

숨겨진 옛 이야기

조용한 오후

나란히 앉아 주고 받는

스승과의 하루

 

어느새,

떼지어 날아든 비둘기떼

평화롭게 주변을

맴돌고 있네

 

* 민문자 시인 시집 《응향(凝香)》 필화사건 전말기(顚末記) 일부 낭독

  고 정공채 시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구상 에세이 《詩와 삶의 노트》(자유문학사 1988.) PP145-155 시집 《응향(凝香)》 필화사건 전말기(顚末記)

   이제는 27년 전 일이라 기억도 정확하지 않지만 해방된 이듬해 1946년 초쯤인가, 북한 원산의 문학예술인들은 북로당의 지시아래 그런대로 단일 조직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산하에 소위 원산문학가동맹도 발족을 보았다.

  나는 해방 전 《북선매일신문》기자를 하면서 지방지에 작품 발표나 동인 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자동적으로 그 ‘문맹’의 일원이 되긴 했으나 그때 이미 내가 가담해 있던 북한 민족진영의 결집체인 ‘건국준비위원회’가 해체를 당하고 북조선 공산당 즉 북로당의 독재체제가 이루어진 터라 그들의 조직사업에 일체 외면하고 있었으므로 시집 《응향(凝香)》의 발간계획이나 그 과정엔 직접 참여를 안 했었다.

  오직 그 무렵 ‘원산 문예총’의 위원장인 박경수로부터 신문이나 방송 등 어용(?)에 동원 안 할 터이니 시집 발간에 작품만은 제출해 달라는 간곡한 청탁을 받았던 것이다.

  내가 ‘간곡한 청탁’이란 표현을 썼듯 박경수라는 인물은 공산주의자 치고서도 특이한 인격자로서, 공산당 이론뿐 아니라 우리 한국 역사나 전승문화 전반에 해박한 조예를 지닌 인물로 나와는 인간적으로 숙친한 사이였다.

  나는 그때 원산여자사범에서 강습과의 교육사조와 국문(國文)을 강의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공산당 치하지만 해방 후 첫 시집에 참가한다는 의의와 문학동인들 과의 우애도 있고하여 작품을 제출하기로 결정하였다.

  대체로 그 시집의 편집체제는 나와 함께 사범학교에서 국어강좌를 담당하고 있던 해방 전

 《노방초》라는 시집을 낸 강홍운 씨와 아동문학으로 이미 중앙문단에도 알려진 노량근과 나를 소위 기성 대접을 하여 권두에 자선수편(自選數篇)씩을 싣고 일반회원들은 각 한 편씩을 게재하기로 되었는데, 작품이 나온 후 안 일이지만 그가 시를 쓰는 줄도 모두 몰랐던 앞서 말한 박경수가 <눈(雪)>이라는 연작시를 약 5편, 말미에 장식하고 있었다.

  실상 그 시집의 책제(冊題)를 ‘응향(凝香)’이라고 유식하게 붙인 것도 박경수였으며 그 책의 체제를 한지(韓紙)를 써 고풍하게 꾸민 것도 그의 취향이며 장정(裝幀)은 이중섭이 맡아 <유희하는 군동상(群童像>이 표지에 그려졌다.

  그때 내가 내놓은 작품은 네 편인가 다섯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제목마저 일일이 기억 못하고 나의 첫 시집 《구상》에 수록되어 남은 것은 <여명도(黎明圖)> 와 <길> 두 작품으로서 가장 문제된 작품 역시 그것 들이라 여기에 하나씩 소개해 가며 당시의 논란들을 회상해 보고자 한다.

……………………………………하략……………………………………………………………

 

 * 여명도(黎明圖) / 구상  (위에서 참조)

 

* 길 / 구상

 

이름모를 귀양길 위에

운명의 청춘이

눈물 겨웁다

 

보행(步行)의 산술(算術)도

통곡에도……

피곤하고

 

역우(役牛)의

줄기 찬 고행(苦行)만이

 

슬프게

좋다

 

찬연(燦然)한 계절이

유혹한다손

 

이제사

역행(逆行)의 역마(驛馬)를

싟낼 용기는 없다

 

지혜(知慧)의 열매로

간선(揀選)받은 입설에

 

식기(食器)를 권(勸)함은

예양(禮讓)이 아니고

 

노정(路程)이

변방(邊方)에 이르면

 

안개를 생식(生食)하는

짐승이 된다

 

뭇 사람이 돈을 따르듯

불운(不運)과 고뇌(苦惱)에 홀리워

 

표석(標石)도 없는

운명의 청춘을

가쁘게 가다

 

  * 구상 선생 따님 구자명 소설가

   김봉군 교수로부터 이번 행사소개를 듣고 참여 하였다. 김 교수 알차게 강의 해 주셔서 감사하다. 오사라 시인과 함께 가족 같은 분들이다. 올해 첫 번 구상 문학상을 11월 말경 시상 예정이다. 작품도 영어로 번역출간 될 것이다.

  * 김년균 문협 회장의 맺음 말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행사를 마쳤다.

  “우리 현대문학사 정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구상 선생님은 크게 문학사에 조명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여기에 담지 못한 것도 더 발굴하게 될 것입니다.”

 

  



   메모
추천 소스보기 수정 삭제 목록
다음글 : 올바른 성명 표기법/자료정리:박만엽 (2009-08-31 13:59:36)
이전글 : 『고요가 고요를 멀리하다』 (2009-05-29 00:18:18)

[특별공지]댓글에는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부지불식간에라도 작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사기를 꺾지 않게 각별한 유념 부탁드립니다. 글방의 좋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목적상, '빈정거리는 투'나 '험담 투'류의 댓글 등 운영자가 보기에 좀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댓글은 가차없이 삭제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것이 한국문학방송의 가장 큰 운영방침입니다. 비난보다는 칭찬을! 폄훼보다는 격려를! (작가님들께서는 좀 언잖은 댓글을 보시는 즉시 연락바라며, '언제나 기분좋은 문인글방'을 위해 적극 협조바랍니다. "타인의 작품에 대한 지적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차원의 댓글도 아주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 겸허한 자세로~!"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미덕을 가지십시다. 기타 (작품 또는 댓글 중)욕설 또는 저속한 언어, 미풍양속에 반하는 표현 등의 글도 삭제합니다.
◐댓글 말미에는 반드시 실명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실명이 없는 댓글은 무조건 삭제합니다.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작품집 2020년 제1차 공모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작품집 2019년 제2차 공모
제3회 윤동주 시낭송대회 개최 / 2019.10.30 접수 마...
 
사이트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