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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魚洙 詩人의 生涯와 作品 (抄). 1
2008-11-23 16: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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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2812
추천:349

 金魚洙 詩人의 生涯와 作品 (抄). 1

 

                                                                                                                                    신 대 주


 

1. 서론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를 전후하여 일어나기 시작한 개화기를 맞이하여 시조의 부흥운동도 활발하게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초기에는 최남선. 정인보. 이희승. 박종화 등이 주로 활동하던 시기로 依古體를 답습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수(김소석)가 활동을 시작한 1930년대로 넘어오면서 시조가 활발하게 활동하여 부흥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① 외형적으로 3장의 형식에서 6구의 형식으로 분절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이의 선두 주자가 노산 이은상이며 뒤이어 고두동. 이병기. 고두동. 김어수. 이호우. 이영도 등이 이 형식을 즐겨 사용하였다.

 

조윤제가 그의 저서 “朝鮮詩歌의 硏究”에서 이은상의 이러한 형식에 대하여 탈선이라고 우려하는데도 불구하고, 분구에서 각장을 1연씩으로 하는 분연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것이 현대시조의 가장 큰 변화로서 현재에는 심지어 音步와 語節까지도 분행하여 외형상으로 자유시와 거의 구별이 어렵도록 되었다.

 

종전에도 시조에 제목이 붙어있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제목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시조마다 제목이 붙여졌다. 이 시기 제목에는 자유시에서처럼 무제라는 제목1)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였다.

 

② ‘하노라’, ‘하더라’, ‘하리라’ 등의 ‘러라’체의 고조형의 종결어미가 사라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1933년 朝鮮日報에 “弔詩”를 발표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한 김어수2)는 승려와 교육자의 신분으로 이 시대의 한가운데 서서 시조단을 이끌었다.

 

이러한 김어수의 문학작품과 생애를 새겨보면서 출생지에서나 중앙문단에서 거의 잊혀 져가는 그의 위치를 재조명하여 자리 매김 하고자 한다.          

 

2. 생애

 

서두에서 언급한 그의 생애를 좀 더 살펴보면, 김어수는 1909년 1월 4일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직동리에서 출생하여 13세가 되던 1922년에 부산 범어사로 출가를 하여 승려생활을 하다가, 1930년 일본 경도시 화원중학교를 졸업하고, 1938년 중앙불교전문학교를 마쳤다. 1933년 조선일보에 “弔詩”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전국의 신문 및 잡지(東亞日報. 自由신문. 中央日報. 韓國日報. 現代文學. 月刊文學. 現代詩學 等)에 시조와 수필을 발표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문학 활동은 시작된다. 1941년부터는 교육계에 몸을 담아 부산과 경남각지에서 중고교 교사와 교감, 교장을 역임하였고, 1969년에 다시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상임 포교사직을 맡으면서 불교활동에 전념을 하게 된다. 1983년에는 한국현대시조시인협회 창설 초대회장을 맡기도 하였으며, 1985. 1. 7일 선종하였다.

 

그의 저서로는 시조집에 “回歸線의 꽃구름”, “햇살 쏟아지는 뜨락”, “김어수 시집”이 있고, 수필집으로 “달 안개 피는 언덕길”, “가로수 밑에 부서지는 햇살”이 있으며 여러 편의 찬불가도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교경전 번역서로는 “安樂國 太子經”, “法華經” 등이 있다.     

 

김어수(소석)의 출생배경과 출가 이전의 생활에 대하여 상세히 조사하고자 영월의 신대식3) 시인을 통하여 수차 현지답사를 의뢰했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특히 이 지역은 1.4후퇴 당시 치열한 격전지여서 관공서의 모든 문서가 소실된 관계로 실마리를 풀 수가 없었다. 전언에 의하면 그의 부친 김정호(모친: 박승분)는 북한 사람으로 을사조약에 반대하다가 영월로 숨어들어 어렵게 연명하는 동안 어수를 낳았으나 여의치 못하여 가족이 범어사에 의탁하고 자신도 승려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의 문학유적으로는 강원 원주시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 구룡사에 그의 시비가 서있었으나 그것마저 어느 순간에 없어져버렸다.

 

같은 시기에 문학 활동을 하던 이은상. 이병기. 이호우. 고두동 등은 문학관, 문학공원, 시비, 문학상 등을 후학들이나 지방관서에서 앞 다투어 설치하고 업적을 기리는데 반하여 김어수는 중앙문단에서는 물론이고 지방문단에서도 거의 잊어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김어수의 시조는 신한국문학전집4)에 수록된 7작품을 비롯하여 불과 10여 수 남짓하여 빈약하기만 하지만 이 작품들이 그의 대표작에 해당되는 듯하여 대상으로 삼았다.

 

3. 작품세계

 

① 자연에 뿌리를 둔 순수서정의 佛心空間

 

       꽃잎 지는 뜨락/ 연두빛 하늘이 흐르다//

       세월처럼 도는 旋律/ 한결 저녁은 고요로워//

       그 누구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밤

 

       저기 아스름이/ 방울지는 餘韻마다//

       뽀얗게 먼 畵幅이/ 메아리쳐 피는 창가//

       불현듯 뛰쳐나가서/ 함뿍 젖고싶은 마음

 

       놀처럼 번지는 마음/ 그 계절이 하 그리워//

       벅찬 숨결마다// 닮아가는 諦念인가//

       호젓한 좁은 산길을/ 홀로 걷고 싶은 마음.

 

-「봄비」전문

 

이 시조는 김어수의 대표작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여기서 한용운의 ‘님’과 김어수의 ‘여인의 치맛자락’은 같은 의미로 ‘님+치맛자락=부처’라는 등식이 성립된다고 하겠다. 즉 부처를 갈구하는 구도자의 간절한 소망을 한용운은 ‘님’이라는 이상과 정서로 노출시킨 데 비하여, 어수는 ‘여인의 치맛자락’이라는 감각적 정서로 다가서고 있다 고 하겠다. 필자는 奈城의 脈(22집)5)에서는 이 시를 단순히 소박한 서정시인의 입장에서의 고독과 그리움에 대하여 서만 말했으나 저자가 불심에 흠뻑 젖은 구도자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당연히 종교와 더욱 밀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올을 것이라고 여긴다. 尋牛의 길이나 새봄을 기다리는 것은 가슴이 벅차오르고, 무척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용운의 가신님을 가다리는 마음이나 김어수의 한밤중에 여인의 치맛자락이 막 스칠 것 같은 순간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그리움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구도자들은 깊고 그윽한 山房에서 오직 이 순간을 위하여 일생을 고독과 그리움을 삭이며 극기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시인의 길과 어떤 면에서는 흡사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인과 성직자를 같은 반열로 여겨왔을 것이다.

 

김어수가 간직하고 있는 공간은 출생에서 가출하여 도량을 닦는 환경이 그러하듯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꽃이 지고 있는 연두빛 노을이 드리운 하늘을 바라보면서 흘러가는 세월을 하늘이 흐르는 선율을 표현하면서 여인의 치맛자락이 스칠 것 같은 밤의 정적과 고독의 세계로 빠져든다. 여가서의 旋律은 어쩌면 불가의 禪律과 맥을 같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스름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화폭 같은 산하가 남기는 방울지는 여운의 메아리를 창가에서 내다보고 있자니 불현듯 창문을 밀치고 나와 함께 동화되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였다. 그는 이렇게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자연에 묻혀서 살았기에 자연과의 친화가 아니라 동화되어 살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는 흐르는 세월을 안타깝게 그리워하며 차오르는 숨결은 지극히 세속적인 속인들 마음을 드러내 보인 것이나, 이내 체념으로 삭이며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걷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도량의 길을 가고 있는 마음을 內包(connotation)하고 있는 것이다.   

 

       氷河 쏟는 단층/ 어둠이 머물러도//

       속으로 쉬는 숨이/ 投影마다 뜨거운 밤//

       求心에 點火된 미소/ 가는 입김 뿜는가

 

       언덕에 젖은 침묵/ 時空을 비웃다가//

       흔들리는 뿌리에도/ 먼 그날을 돼새기고//

       아련히 사린 꿈길이/ 감아 쌓인 그 영토

 

       엇갈린 계절마다/ 逆光 따라 이는 旋律//

       벗은 衣裳에도/ 퍼져 배인 푸른 멋이//

       氣流를 닮은 가락에/ 투명한 생명인가.

  -「裸木」

 

얼음장처럼 차갑고 암담하기만 한 세파 속에서도 가슴깊이 피어오르는 부처님의 숨결이 투영되어 구심점을 잃지 않고 뜨거운 입김과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신앙생활을 “裸木”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수에서도 무겁게 드리운 침묵 속에서도 시공을 초월하고, 근본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으면서도 성불하는 그 날을 향해, 꿈에도 그리는 정토를 향해 도량을 쌓고 있다.   

 

마지막 수에서도 극락과 나락이 뒤바뀌는 어려움 속에서도 뒤쪽에서 비쳐오는 부처님의 빛의 선율을 느끼며 현세를 극복하는 불도가 깊어 가는 자신을 의식하고 깨달음의 경지를 비춰보고 있다.  

 

김어수는 자신의 불심을 이렇듯 한겨울에 눈보라 속에 외롭게 떨고 서있는 裸木에 접목시켜 고백하고 있다.

 

          책장 덮어 두고/ 찻잔 밀쳐 놓고//

          선뜻 뜰에 나려/ 먼 구름을 바라다가//

          흐르는 낙엽 하나에/ 내가 나를 또 찾소

          노래를 잊자해도/ 젖어드는 냇물 소리//

          외로워 거닐어도/ 산이 앞에 서는 것을//

          탱자 알 손에 굴리며/ 번히 보는 저 하늘

 

          심지 돋우면서/ 벽과 마주 앉았으니//

          하얀 대화들이/ 밤이 가도 끝이 없고//

          해말간 허공 밖으로/ 트여지는 한줌 빛.

                                                                                                                                                                                -「靜」 

불심을 닦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은 길인가 보다. 불경을 밀쳐놓고, 마음을 달래던 애인처럼 가까이하고 즐기던 찻잔도 밀쳐내고, 잠시 속인으로 돌아와 구름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가늠하다가 발등으로 내려앉는 한 잎 낙엽을 보고 바로 불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깨우침을 찾았다고 한다.

 

불심을 잊으려 해도 시냇물소리처럼 귓속을 맴돌고, 외로움에 젖어들어도 올라야할 산(심우의 길)이 가로막아 서서 다시 염주 알을 굴리며 정토의 하늘을 우러른다.

 

촛불을 돋우고 面壁을 하면 부처님과의 대화가 밤이 새도록 끝이 없이 이어지고 해맑은 창공으로 한줌 빛이 열린다고 하였다.

 

이것은 적막과 고요 속에 깨달음이 있음을 알리는 선경의 세계인 듯싶다.

 

 좀 더 심도 있게 말하면, 靜中動의 孤獨의 美學이다. 靜的 無의 通過로 動態的 생명의 生成과 흐름을 詩的 image로 現象化(visualization)한 것이다. 즉 靜→動의 對稱으로 靜(無)의 窮極的 구원의 象徵인 理想態(宗敎的 超越)에서 動(生成)의 現實態의 흐름을 감지하는 輪廻의 美的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세 번째 수 종장의 허공(空․無)→빛(有․希望)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김어수의 생활은 심리적으로 평안한 삶을 살아간 것은 아닌 듯하다. 무엇이 그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했는지, 그의 첫 번째 문제는 신앙의 성취에 대한 불만족일 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일제강점기를 살아온 민족이 공유한 설음일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세속적인 인적 삶에 대한 불만과 연민이 아닌가 하고 유추해 본다.  

 

어떤 이 라고 자신의 삶을 보람 있게 살았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김어수 시인의 삶도 얼마나 고독하고 외운 삶을 살았었는가하는 그 그림자가 작품 속에 안개처럼 드리워져있다. 위의 시 둘째 수에서도 스스로 외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력한 인상을 주는 시들의 대부분이 이런 고독과 외로움을 향유하고 극복해 살아가는 모습을 노래한 것들이라 하겠다.

 

      낙낙히 별빛 아래/ 산과 마주 섰는 마음//

       천년 낭떠러지/ 새 하얀 저 그림자//

       가슴 속 흐르는 강물/ 쏟아질 것 같으이

 

       설움이 부푸는 밤/ 꽃망울도 터지다니//

       메마른 가슴 위에/ 피 뿜다 지친 침묵//

       파랗게 서리는 전설/ 깃폭 아래 펄럭이고

 

       역겨운 역사로고/ 그래도 해와 달이//

       멍든 사연마다/ 사무치는 아픈 恨을//

       갈갈이 찢어진 가락에/ 파고드는 외로움.

- 早春漫情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13세 어린 소년이 강원도 영월 두메산골 정든 가족과 이웃을 뒤로하고 출가하여 山房에서 종교에 귀의하여 수도생활을 시작하였다. 그가 아무리 신앙의 우산아래 있다고 하지만 신앙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다. 그것도 사춘기에 접어든 꿈 많은 소년이다. 첩첩산중의 어둡고 긴 밤을 홀로 지새우는 심정이 무척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된다. 이러한 동기로 그가 수도생활을 하면서도 남다르게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이기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이 그로 하여금 부처에게로 더욱 깊이 들어가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성불에 이르지 못한 그의 신앙은 외로움을 증폭시키게 되었을 것이다. 한용운 시인이 그러했듯 김어수 시인도 대처승이다. 그리고 한 때는 불가를 떠나 교육자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작품 속에서는 가정에 대한 묘사는 전연 찾아볼 수가 없다. 어쩌면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한 같이도 보인다. 그의 외로움의 출구로 삼은 것이 가정을 꾸미는 일이었을 것이나 그 것도 외로움을 달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안았던 것 같다. 이렇게 사무친 그리움과 외로움이 승화되어 시로 표출된 것이다.  

 

“낙낙히 별빛 아래/ 산과 마주 섰는 마음// 천년 낭떠러지/ 새 하얀 저 그림자/ 가슴 속 흐르는 강물/ 쏟아질 것 같으이” 위의 시 “早春漫情” 첫 수에서도 그의 외로움은 ‘천년 낭떠러지’, ‘쏟아지는 강물’같다고 하였다. 게다가 마지막 수에서는 일제의 강점기에 겪은 쓰라린 감정이 그를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하여 “역겨운 역사로고/ 그래도 해와 달이// 멍든 사연마다/ 사무치는 아픈 恨을// 갈갈이 찢어진 가락에/ 파고드는 외로움.”라고 진술하였다.

 

시의 제목으로 유추해 본다면 유행가 가사처럼 ‘별이 빛나는 밤에’에 다정다감한 봄의 향기가 무르익는 사랑이야기일 것으로 유추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연 저자의 심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노오란 계절이/ 낙엽에 묻히는 나절//

       부서진 言語들이/ 냇물에 떠 흐르고//

       引力을 비웃는 기도가/ 山頂 밖에 고이다

 

       뿌듯한 피곤들이/ 몰려드는 어귀에서//

       太古의 얼/ 이름 잃은 꽃이 피고//

       자욱한 密林 속으로/ 내려다 뵈는 비취빛

 

       물결 치는 法悅 앞에/ 꺾여 닿은 호젓으로//

       이끼에 스민 日月/ 머루알에 파고들 때//

       網膜이 부서지는 나뭇잎/ 極光 보다 고와라.

- 秋山幽谷

 

가을을 타는 화자의 어지러운 심정이 잘 그려져 있다. 가을을 털어 내는 낙엽의 비명들이 흐르는 냇물소리와 뒤섞인 스산한 골짜기의 선원에서 아무리 도량을 닦으려 해도 分心을 이겨내기가 어렵기는 세속인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흔히 시인들은 꽃을 미적 표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예부터 꽃은 나비. 새. 달. 벗. 여인. 술. 바람 등의 물질들을 매개로 하여 환유하면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 예로 “白雪이 자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 반가온 梅花 어 곳 퓌엿고/ 夕陽에 홀로 셔 이셔 갈곳 몰나 노라.”라고 하여 이색은 고국의 패망에 접하여 군왕 혹은 충신들을 우러르는 뜻을 ‘梅花’로 투영하였다. 권섭은 영조를 ‘梅花’에 비유하여 “일야 화ㅣ 발니 님이신가 노라”라고 노래하였다. 그런가 하면 삼국유사의 紀異篇에 소재 돼 있는 ‘獻花歌’의 진달래와 수로부인을 아름다움의 동일선상에 놓은 점 등 어느 시인이고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지 않은 시인은 없다고 보아야 하겠다.

 

시인들이 꽃을 소재로 삼는 유형을 그들의 삶의 유형에 따라 두 가지로 변별하면 화려한 봄꽃을 모티브로 하거나 철지난 심산유곡에 외롭고 연약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을 선택하는 경우라고 하겠다.

 

김어수 시인은 후자를 택하였다. 그것도 가을의 ‘계절 끝에 피어있는 이름 잃은 꽃’이다. 이러한 사물의 선택은 저작자의 심성과 전연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가파른 산을 돌아/ 강 기슭 저쪽 너머//

       원두막 밭두렁에/ 먼 길 보는 나그넨가//

       한 줄기 쓷는 소낙비/ 옷에 젖는 이 황혼.

 

       풀섶 잔디 위에/ 다리 뻗고 쉬다보면//

       뿌연 하늘 밖에/ 실 바람이 불어 오고//

       구름 발 설레는 산 허리/ 피고 지는 찔레꽃.

- 自畵像

 

김어수 시인은 “自畵像”에서 자신의 삶을 가파르고 험준한 산길을 돌아와서, 강기슭 저쪽너머 원두막에 앉아 앞으로 가야할 정처 없는 먼 길을 바라보는 나그네에 비유하고 있다. 늙고 병든 몸(황혼)으로 소낙비에 흠뻑 젖은 몰골이라고 하였다.

 

어려서부터 혹독한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범어사로 출가를 하여 불자가 되고자 외롭고 쓸쓸한 고행의 길을 걸어온 그는 자신의 일생을 이 세상을 잠깐 스쳐 가는 나그네라고 하였다.          

 

그의 외롭고 쓸쓸함은, 홍경래의 난에 연유되어 滅門之禍를 입은 김병연의 일생과 입장은 다르지만 고독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김어수의 가난과 불자의 길, 일제의 壓政에서 받은 수모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일 것이다.

 

그는 불자이면서도 세속을 향한 자신의 타오르는 욕망은 마침내 적국 일본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게 하고 중앙불교전문학교(지금: 동국대학교 전신)를 거치게 하였다. 불교전문학교를 택한 것은 그가 불자여서 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가난 때문에 다른 학교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왜냐 하면 그는 이를 발판으로 하여 잠시 佛門을 뒤로하고 교육계에 투신하여 수십 년 간 다른 길을 갔기 때문에 이런 유추가 가능하다.

 

김어수는 평교사로 시작하여 교감, 교장을 거치면서 育英에 힘을 기울여왔지만 여기에서도 그의 만족은 채워지지 못하여 다시 불문에 전염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삶을 아무도 찾지 않는 구름이 머무르는 산허리에 피고 지는 한 떨기 들찔레꽃(야장미)에 비유하였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불자로서 불문에 귀의하여 일생을 살면서도 어디에서나 욕망을 채워보지 못하고 외롭고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였다.

 

       찢어진 그 세월이/ 안개처럼 피는 저녁//

       한결 아쉬움이 / 餘白에 얼룩지고//

       다 낡은 조각 종이에/ 그이 이름 써보다.

 

       말이나 할것처럼/ 산은 앞에 다가서고//

       五月 긴 나절에/ 번저 드는 메아리를//

       공연히 턱 괴고 앉아/ 그저기는 내 마음.

 

       그립고 하 허전해/ 내 그림자 꼬집다가//

       불현듯 잔디밭에 / 먼 구름을 흘겨보고//

       쓰면서 나도 모르는/ 그 글자를 또 쓰오.

- 落書

 

일반적으로 5월하면 산천초목이 신록에 파랗게 물들여지고 만발한 온갖 꽃들의 향기와 생기를 되찾은 산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말 그대로 싱그럽고 희망이 넘치는 계절이다. 그러나 김어수의 오월은 “찢어진 세월이 안개처럼 피어난 저녁”으로 지난날의 어려웠던 시절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뭔가 모자라고 아쉽기만 한 5월이다. 

 

‘다 낡은 종이 위에 그리운 이의 이름을 써 본다.’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향수에 젖어들고 있는 심정을 진술한 것이다. 어쩌면 멀리 메아리쳐 오는 그의 모습은 다름 아닌 ‘尋牛’의 길에서 채우지 못하는 갈증의 표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이름을 쓰고 또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고독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흔한 말로 인생은 고해라고 하지만 김어수의 일생도 선종하기까지 불가와 세속을 오가며 외로운 나그네로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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