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수 - 3
방울방울
빗방울이
고이고 고여서
해종일 고여서
조올졸
실개울이
모이고 모여서
밤새도록 모여서
해종일 고여서
밤새도록 모여서
푸르름이 켜로 쌓인
마알간 호수가 되어
...............................
...............................
하늘 가득 담아 놓고
구름 둥둥 띄워 놓고
새해아침입니다.
동녘하늘을 곱게 물들이며 축복이나 하듯
맑고 포근한 아침이 곱게 밝아왔습니다.
이 아침, 그토록 맑고 잔잔한 스님의 호수가 그득히
제 가슴에 괴어, 그 속에 오랫동안 포옥 잠겨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텅 비어져버린 듯 해맑게 헹구어져 나온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문득 되돌아보면 홀연히 그 본래모습을
보게 된다는 스님의 가르침을 어느 때나 체험하게 될는지요.
늘 맑고 청아한 나날 되시기를 빕니다.
--신미년 새아침에 상원암에서 신홍 올림--
호 수 - 4
새벽이 오기 전에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을 때
가만히
호숫가엘
나가 봤더니
호수는
가슴을 열어놓고
잘랑잘랑
물결을 일구고 있었다.
이 세상
온갖 근심, 괴로움들을
다 어이나,
어이하나............
생각에 잠기고 있더구나.
서울 불광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이른 새벽,
호숫가를 나가 보았다.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 아래
잠들지 않고 일렁이고 있는 호수의 수면에서 순간,
불보살님의 크신 자비가 어려 왔다. 호숫가를 거닐며
거닐으며 가없는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다가, 오늘날의 불법을
생각다가 시 한편 건져내 놓고, 새벽과 함께 글썽글썽 먼동이 텄다.
슬픔 가지곤, 설움 가지곤 좀체 눈물을 보이지 않던 내가
크신 님 품안에 이르러서는 그만 흥건히 흥건히 울어버렸다.
* 해당 게시물은 2012-09-14 18:40:08 에 운영자님에 의해 저작권관련임시이동 에서 문인글방_동시 으로 이동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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