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 수미산 옷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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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4월05일 00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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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옷을 벗다


수미산 옷을 벗다 
윤정옥 장편소설 / 새미 刊

  <말이 없다 하여 상자 속에 눕혀놓은 이가 노래 부르고 있음을, 산자는 우느라 못 듣고 있지> - 어느 시인이 쓴 한 구절이, 마음을 잡아당겼다. 산사람과의 교감만 느끼고 살아왔음을 생각하며 영혼계의 생각파장과 교감하고 싶은 충동이 났다. 그때부터 무의식과 의식의 광장에서 먼저 자신을 만나 보려고 애썼다. 내 안의 혼란한 나를 가라앉히고 고요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해보았다.
  방황하고 있는 내 영혼에 도움이 될 법한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뒤져서 읽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꿈에서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란 책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작품에 필요한 내용이 많아 힘을 얻었다. 한의학 관련 부분에서 참조를 많이 했는데, 혹여 원문에 누를 끼친 것 있다면 넓은 혜량을 구한다. 내 공부가 부족한 탓이다.
  - 그대에게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인가? 누가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소설이다, 라고 답하겠다. -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창조는 인간의 정신을 표현해 내는 사람들의 작업이다. 마치 조각에 영혼이 들어가 있지 않고 물질로만 만들어졌다면 돌덩이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게 소설 쓰기는 자신의 부족한 갈증을 채우기 위한 자기만의 몸부림 아니었을까.
  물질적인 세계보다 영혼적인 세계가 더 넓고 깊고 확고하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쓴다기보다 삶의 한 방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 전부가 되어버렸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모든 의식이 그 쪽으로만 열려 있으니까.
  그러나 가끔은, 저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나 물질 만능시대에 누가 우러러 봐주기를 하나, 돈이 되기를 하나, 그런 외길을 가는 자신이 문득 외로워지기도 한다.
  젊은 날의 신기루 같기만 하던 미래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인생도 문학도 아득하기만 하고······ 때론 삶이 슬퍼지는데 어떤 땐 견딜 수가 없다. 돌아보니 산다는 것 너무 짧지 않은가.
  그럴 땐 배를 탄다. 나는 포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쩌다가이지만 배의 끝에 서서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을 보고 있으면 신이 난다. 인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거기엔 수 많은 기쁨과 슬픔 희망 고통 모두가 엉켜서 꿈틀대며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어서 무섭게 일어나던 하얀 거품은 멀리 사라지며 잔잔한 물결로 본래의 평화를 찾아가고 있음을 본다. 포말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다. 삶이 한바탕 꿈인 것처럼·····.
  법정스님은 - 평화의 적은 어리석고 옹졸해지기 쉬운 인간의 그 마음에 있다. 또한 평화를 이루는 것도 지혜롭고 너그러운 인간의 그 마음에 달린 것이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해 사랑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지극한 자비에는 멀고 가까움이나 원수와 동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니까 자비는 인간 심성의 승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라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나가야할 도道를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소설에서 상업적이기보담은 남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우리의 영혼에 먹이가 돼주는 글을. 세상은 너무나 이기적으로만 치닫고 있어서 언제부터인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道를 향하여-. 내가 이 작품에서 쓰고자 했던 목표였다. 부끄러운 작품을 독자들께서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주시고 더 많은 미지 세계의 지식들을 가르쳐 주시길 소망해 본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토지문화관’과 담양의 ‘글을 낳는 집’에서 신세를 많이졌다. 작가들에게 ‘나랏밥’을 먹으며 편히 쓸 수 있게 조용한 공간을 주시니, 몰두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또한 고덕주 시인님의 작품에 대한 애정어린 성원과 늘 백일기도를 해주시는 석종사 스님들과 작품을 드리면 기꺼운 시선으로 읽어 주시는 혜국 스님께도 감사드린다.

윤정옥, <작가의 말> 중에서

  바다의 먼 수평선이 지구의 끝에 와서 바라보는 것처럼 아득하지 않다.
  다가와 덮칠 듯이 파도는 발밑까지 밀려오고 있다. 희운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은 비판받을 행동이 아닌지, 여러 사람에게 폐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스스로가 선택한 결정에 대한 잭임은 스스로가 져야한다. 한 부분이 충족되면 다른 한 부분이 상실되는 고통을 준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란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게 될지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일까, 고심할 때 여러 가지 선택으로 인해 펼쳐지게 될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이 선택이 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것이 아닌가?’
  항상 의식적인 자세로 자기 선택의 결과를 고려한다면 우매한 짓은 하지 않게 되겠지. 희운은 바닷가를 걸으며 생각의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 영혼 속에서 그녀와 나는 한 마음. 이미 그녀는 내 안에 들어와 있으며 나 또한 그녀의 마음 한 가운데 있으니 같이 고통하며 같이 평화를 누리고 싶다.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가······.-
  미련을 갖는다는 것은 후회한다는 쪽일 것이다.
  ‘이 일을 결정한 후 생기게 될 어떤 결과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의식적으로 책임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은 명확하고 지혜로운 일이며 발전적인 전환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한 사람의 소생할 수 있는 희망을 무참히 꺾고 선택한다는 것은 과연 축복받을 행위인가?
  인간 본연의 심리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주로 생각한다. 인간의 이기적 속성으로 사물을 인식하거나 오감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할 때는 깨닫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엄연한 사실조차 자기식의 해석으로 오류를 범하여 거기에 힘을 실어주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자신 안의 선을 향한 영혼은 자신의 비양심적 허상으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의 의식은 겸손함과 순수함의 의지를 가지고 현실을 만들어 가기로 선택했을 때, 무한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 본문 중(329~331p)에서

[2012.02.29 초판발행. 359페이지. 정가 12,000원]




[ 조회수 3,209 ] [추천수 4]
 
윤정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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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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