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 안개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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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05월03일 01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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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마을 입구


안개마을 입구 
기청 시집 / 한강 刊

  요즘 흔히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래도 시는 아직 유효한 것인가?
  독자가 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해시도 문제지만 너무 얕은 감성에만 치우친 몇몇 ‘읽히는 시’가 마치 이 시대의 대표시인 양 인식되는 오늘의 풍토가 만들어 낸 부메랑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울한 시대의 역설逆說은 깨야 한다.
  그런 독자의 편식이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은 우선 다양성을 확보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형식이나 주제, 표현기법에서 보다 새롭고 다양한 그러면서 과감한 실험과 성찰, 자기 해체를 통해 시의 지평을 넓히고 문학성을 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의 매력은 아무래도 ‘낯설음의 미학’에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서 깨어나게 하는 각성제(?)를 만들기 위해서 시인은 늘 신선하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오늘의 시인에게 부여된 과제이자 소명이 아닌가?
  서른하고 여섯 해를 시와 함께 동거했다. 살면서 때로 지치고 무너지던 날에도 그를 붙들고 씨름을 해온 까닭은 무엇일까?
  이제야 어렴풋이 깨달음 같은 화두話頭가 풀리기 시작한다.
  내가 흔들리던 텅 빈 공백기에는 시가 나를 버렸다. 매몰차게 떠나 버렸다.
  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서글픈 일인가? 이제 내가 그를 영 버리고자 했을 때 그는 다시 나의 외로운 창가에 찾아와 노크를 했다,운명처럼.
  그리움인가? 지독한 불면不眠의 사랑인가?
  시는 기록이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전해오는 떨림과 울림의 기록이다.
  시인의 기록이면서 그가 속한 시대의 기록이다. 아픈 기억들을 위무慰撫해 주고 내일로 가는 희망의 방울 소리를 울리는 새벽종의 울림이다.
  이제 힐링을 넘어 멀티테라피로 가야 한다. 나의 아픔, 이웃의 아픔, 우리들의 아픔을 녹여 내고 사람의 온기, 생명의 온기, 뜨거운 피의 향기를 살려 내야 한다.
  지금까지 두 권의 시조시집을 내고 이번에 세 번째 시집이자 처음 자유시로 시집을 묶어 낸다. 시조를 통해 우리 문학의 뿌리를, 전통 율격의 미학美學을 익히고 가다듬었다. 이제 보다 넓고 자유로운 시의 하늘을 풀무질로 녹여 내고자 한다.
  2000년 이후, 자유시를 본격 창작, 발표해 온 10여 년간의 결산인 셈이다.
  그동안 각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과 인터넷 '블로그'와 '메일 포스트'를 통해 소개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묶었다.
  이 시집 제목이기도 한 1부 <안개마을 입구>는 옴니버스 형식의 서사적 연작이다.
  지난날 우리 선조의 비극적 삶을 허구와 논픽션 의 재구성으로 그려 낸 것이다.
  <안개마을 입구>는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동구 밖에 서 있는 허물어진 서낭당과 늙은 느티나무의 기억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 세기가 지나도록 묻혀 있는 선대의 고통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문학이 갖는 여러 기능 중 카타르시스를 통한 멀티테라피의 실험이기도 하다.
  2부의 <그래도 올 것은 온다>는 우리 시대의 현실과 역설적 판타지이다. 현실은 고달프지만 언젠가 올 건 온다는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10년 전 《신동아》지 신년시로 발표한 작품,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어느 독자의 블로그 '애송시' 코너에 소개한 걸 보고 힘을 얻기도 했다.
  3부의 <찻잔 속의 새>는 너와 나의 갈등, 접점을 잃어버린 우리들 혹은 시인과 독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모색과 화해, 그 가능성을 노래를 잃어버린 '불감의 새' 에 빗대어 그린 작품이다. 먼 길을 돌아 찻잔을 앞에 놓고 마주한 너와 나, 우리들 그 아픈 기억 속의 응어리는 무엇으로 풀 것인가?
  4부의 <겨울산넘기>는 현실을 극복하는 자세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 앞에 버티고 선 겨울 산, 힘은 빠지고 크레바스가 유혹하지만 일어서야 한다. 그 너머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5부의 <시간 밖에서>는 보다 열린 시공간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다. 그것은 시간의 역계기성이 드러나는 추억의 시공간에서부터 먼 우주에 대한 향수까지, 시의 주제와 폭을 확장하려는 노력들이 보일 것이다.
  남은 생의 후반기,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쓸 것인가?
  몸은 이미 속진俗塵에 묻혀 숨을 헐떡이지만 그래도 하늘을 바라보고자 한다.
  지나온 우리네 선조의 아픔을, 다가올 세기의 설렘을, 깊은 심연에서 울려오는 영혼의 울림을 서정과 서사의 음률로 풀어내고자 한다.
  기다려라! 매서운 겨울 한파가 칼바람을 몰고 와도 언젠가 봄은 오리라.
  따뜻한 온기의 푸른 봄은 오리라. 새들도 찾아와 노래하리라.
  내 시리고 저린 영혼의 맵고 향기로운 시의 뜨락에서.
기청, 시인의 말 <서낭당과 고목의 기억> 중에서


       - 차    례 -

서시

제1부 안개마을 입구
안개마을 입구
1. 서낭당 고개 
2. 늙은 느티나무 아래
3. 바람 따라 구름 따라
4. 뜬구름 잡이
5. 삼태기의 바다
6. 뻐꾸기 울음
7. 혼魂들의 귀향
8. 말없이 손에 손을 잡고
9. 은혜의 손길
10. 흩날리는 꽃잎
11. 혼굿
12. 진달래 다시 피고

제2부 그래도 올 것은 온다
바람의 노래
뽕잎과 누에
불사不死의 새
들풀에게
달빛 산행
달과 코스모스
들국화 앞에서
섬 안의 섬
제야除夜의 종
그래도 올 것은 온다
청동의 거울
이육사 문학관 가는 길
종로에서 만난 김수영
누에 애벌레 날다
남한산성에 올라

제3부 찻잔 속의 새
꽃그늘에 서면
빈 의자
다비茶毘
사리 줍는다고 뒤적이지 마라
흔적
찻잔 속의 새
빛나는 시
산빛에 흐르다
청―산―도
바람이 강물더러
돌아가는 길
대왕거미 달을 굴리다
허공에 연꽃 한 송이
가포바다 전설·1
가포바다 전설·2
가포바다 전설·3
내 안의 별
내 안의 그대
내 안의 바람
만추

제4부 겨울 산 넘기
지렁이 생존법
신기루의 도시
밀리는 문예지
아웃사이더
한여름 밤의 꿈
서브 프라임 모기지
아메리카 혹은 OBAMA
겨울 소리
거리의 촛불
부엉이바위 근처
겨울 산 넘기
한강을 건너며

제5부 시간 밖에서
무지개 꽃
매화 피겄다
고향은 언제나 거기 있다
시간의 거리
시간 밖에서
낯선 행성에서
캔디안 댄스
벤토타 해변에서
아이티, 거대한 묘지
아홉 개의 꿈
강물은 어디서 오는가
기차의 꿈
약속

시인의 말 

[2013.04.08 초판발행. 141쪽. 정가 정가 1만원]




[ 조회수 1,396 ] [추천수 3]
 
기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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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poet@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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