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맛과 향기
이동길(문학박사, 계명문화대학 교수)
남상권(문학박사, 대구한의대학교 초빙교수)
김원준(문학박사,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강의전담객원교수)
김권동(문학박사,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강의전담객원교수)
공저 / 정림사 刊 |
오늘날 문화적 취향이 너무 다양해졌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문화를 전달하는 매체의 다양성도 이를 촉진시켰다. 문학도 문자의 울타리를 벗어나 시각화청각화 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문자 문학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고급문화의 지위도 어느새 무의미해져 간다. 문학을 통해 인생을 읽는다는 말을 한가한 소리로 여기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두꺼운 장편소설을 읽으며 망중한을 보냈다는 사람이 드물고 베스트셀러 소설에 대한 평판이 매체에서 사라진 것도 오래되었다. 서점가에 베스트 순위는 성공의 비결이나 재테크에 관한 것들이 차지하고 간혹 외국문학이 틈새를 차지하기도 한다. 출판 환경이 진일보하여 책을 찍어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양도 십 수 년 전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서점가에서 차지하는 문학의 영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안방극장에서 드라마나 영화, 음악보다 오락프로그램이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오늘의 현상이다. 또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여 흥분된 사이버 공간을 만끽하면서 현실을 한껏 외면하기도 한다. 인류의 삶과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는 퇴조하고 서로 티격태격 대면서 상대의 실수로 웃음을 몰아가는 오락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시선을 더 매혹적으로 끄는 이 시대의 문학은 더 이상 고상하지도 오락적이지도 않다.
문학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나왔지만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겐 삶의 저편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문학 작품은 읽는 기쁨보다 읽어야 하는 고통을 먼저 떠을 리는 경우가 이러할 것이다. 대입시험을 치루고 난 후 - 혹 학점 따기를 위해 문학 수업을 듣는 경우는 있겠지만 -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상 일평생 동안 문학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교과 과정을 통해 암기된 문학 지식을 잊어버리더라도 그리 아쉬움이 없는 문화적 환경이 되었다. 문학 전공 학생들마저 너무 많은 문학작품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면 강의 평가에서 독설을 맛보게 된다. 언제 그런 걸, 그 많은 것들을 자세히 읽을 시간이 있느냐고? 기실은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마저도 그렇게 받아들일 땐 힘이 쑥 빠진다. 시 몇 편은 몰라도 장편소설을 끝까지 읽을 만큼 한가한 입시생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와 주제, 문학사적 의의 등을 가르쳐주는 대로 달달 외워도 훌륭한 답을 쓸 수 있었기에 그랬는지 모른다. 문학은 훌륭한 참고서와 요점 정리를 잘 하는 교과담임의 손에 놓여 있고 피교육 대상자들에겐 입시가 삶의 한가운데 일뿐 문학 자체가 말하는 진실은 삶의 저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구분해 버린다. 문학 공부가 힘들었기 때문에 일과성 오락 문화가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을까. 이것이 바로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의 위기가 아닐까.
전지구화 된 소통 회로로 연결된 쌍방향 문화가 인터넷이라고들 하지만 살갑게 피부로 느낄 인간적 접촉은 폐쇄된 오늘날 익명의 우리들끼리는 현실적인 외로움이 깊다. 인터넷의 몰입은 관계의 증진이 아니라 소통의 관념화요 즉흥적 감정분출로 공동체적 사회 친화와는 거리가 멀다. 오락프로그램이 지닌 바보들의 총명한 몸짓은 삶의 진실을 멀리할 뿐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여기에 몰입하는 개인은 현실보다 과거나 판타지, 맬로에 투사하는 경향이 깊기 때문에 성행하지 않는가. 현실을 똑바로 보려는 자신감의 부재가 이런 현상을 낳는 것이다. 현실, 현재적 가치 정립이 분명해야 미래가 있음은 자명한 일, 그래서 지금이 문학이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문학 스스로 은은한 맛과 향기를 머금으며 독자가 잊고 있는 자신의 생의 한가운데를 안내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 책의 출판 의의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신체에 비유할 때 삶의 근본은 뼈대이고 부귀영과는 살과 같은 것이다. 뼈대가 없거나 약하면 살이 제 모습을 갖출 수가 없다. 살이 살답게 되기 위해 반드시 뼈대가 있어야 하고 뼈대 또한 살이 있어 빛이 난다. 『구운몽』의 주인공 양소유가 살이 풍부했는데도 허무해 한 까닭이 바로 그 뼈대를 온전히 세우지 않아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오직 이 세상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길에 대한 생각을 얼마 나 확고히 세워 지켜 가는가 하는 것이 행복을 좌우할 것이다." 문학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상을 깨닫게 하는 반면교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편집자 함께 씀
- 차 례 -
머리말
제1장 문학의 맛과 향기 | 이동길
생각해보기
제2장 삶, 살아가는 길 | 이동길
꿈_김지원
생의 노래_이기철
자못골 감자꽃_홍영철
살아남은 자의 슬픔_민병일
현대식 교량_김수영
고래의 꿈_송찬호
목포의 눈물_이난영
선비정신_신흠
운영전_실명씨
미망_김원일
그믐 하룻날_노명석
생각해보기
제3장 사랑, 그 빛깔과 향기 | 김원준
가시리_미상
무어별_임제
눈빛이 그리운 시대_최우석
애너벨 리_E.포우
어머니6_정한모
아버지의 마음_김현승
섣달 그믐밤...이기윤
도마뱀의 사랑_이병선
사부곡_최경선
아네모네의 마담_주요섭
젊은 느티나무_강신재
생각해보기
제4장 권력, 독선을 바라보는 문학적 시선 | 남상권
전가사시_김극기
사설시조 세 편_역대시조전서
시2_문충성
돈과 권력과 사랑_안재동
희망가_문병란
국순전_임춘
임금과 벼슬아치_정약용
강도몽유록_실명씨
무너진 극장_박태순
유교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도덕권력_김상준
생각해보기
제5장 생활, 밥과 웃음이 어떤 보약보다 낫다? | 김권동
밥詩1_정진규
오빠는 풍각쟁이_대중가요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_신동엽
딸부자_채종한
'아줌마'라는 말은_김영남
대머리의 변_권근
꿩사냥_강희맹
구두_계용묵
유머 철학_이희승
인간자격고시_오인문
하이스쿨맨_엄창석
생각해보기
제6장 산업화, 그 밝음의 뒤쪽 풍경 | 김원준
공장지대_최승호
전천후 산성비_이형기
농무_신경림
안개_기형도
폐타이어_김종현
서울 꿩_김광규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2_유하
유비쿼터스는 유토피아인가?_따뜻한 디지털 세상
영자의 전성시대_조선작
타인의 방_최인호
생각해보기
제7장 '사이',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 | 김권동
따북따북 따북네야 1_강원도 정선 민요
사랑의 측량_한용운
길_김기림
소릉조_천상병
장작불_백무산
거지_투르게네프
처빈난_윤오영
함께 있고 싶어서_법정
동행_전상국
언젠가 다시 만나리_이외수
생각해보기
[2008.2.28 초판발행. 346페이지. 정가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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