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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12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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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하는 독서


발이 하는 독서
김지향 시집 / 시선사 刊

23시집 후 4년만이다. 그러나 첫 시집 간행후 50년에 접어든 셈이다. 오랜 삶 같지만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하고 보낸 느낌뿐이다. 사계(四季)가 뚜렷한 땅에서 살게 된 행운을 생각하며 이번 시집은 사계의 이미지를 담아 보려 했다. 배열순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놓았다. 인간의 삶도 이와 같다는 것을 이제야 깨치면서, 특히 출판 사정이 좋지 않은 이때에 선뜻 시집출판을 맡아주신 시선사의 정공량 시인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김지향, <자서>

  김지향 시인의 시 내외적 세월은 50년을 상회한다. 오랜 시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시는 도도하면서도 면면한 지속성을 한결같이 유지하는데, 그것은 그녀의 시가 지향하는주제가 어떤 것이 되었든, 그것들을 양식화하는 감각의 기율에 대한 섬세한 세공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인은 메시지보다 이미지의 숨결을 우선시하며, 남다르게 시의 전편에 정련되고 세련된 이미지군을 팽만하게 위치시켜 어느 시인의 경우에서보다도 놀라운 매혹의 경지를 부여하고 있다. 사물 깊숙이 숨겨져 있는 한 톨의 빛까지 끝끝내 찾아들고, 사물 배면에 부려진 한 방울의 그림자까지 그려내는 세필의 붓끝으로 창조하는 그녀의 이미지 제작 기법은 언제라도 젊고 푸르고 싱싱하고 활력이 넘친다. 
  특히 24번째 상재하는 이번 시집은 계절이 가리키는 시간의 심연을 건져 올려서 반짝이며 물방울 튀기는 四季의 감각을 시원하게 선사한다. 시집의 시 배열 순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시간 흐름상 자연스러운 규범 하에서 발견하게 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인의 집적된 연륜은 어긋나지 않는 순리적 상황하에서 이번 시집의 시들을 전개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의 질서 속에서 정작 화폭의 휘장을 열면, 시인의 시편들은 때로는 의문사로, 때로는 감탄사로, 때로는 초록빛으로, 때로는 빨간색, 검은색, 하얀빛으로, 걷잡을 수 없으리 만치 화사하고 눈부신 이미지의 음표와 기호들로 빼곡이 붐빈다. 그러기에 그녀의 시가 연주하는 비범한 四季를 듣기 위해서 객석은 만원을 이루고, 그녀 시가 지휘하는 속도를 감지하기 위해서 독자들은 흥분한다. 그녀의 음악은 누구와도 비교를 불허하도록 새롭고 색다르게 한 해를, 그리고 시간의 엄정한 진정성을 그녀만의 비법으로 해석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연주가 시작되었다. 
- 김명원(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시간이 직조하는 감각의 四季 변주곡 4악장> 중에서

    - 차  례 -

자서

1부
스펙터클, 갓난아이
시간은 바쁘다
봄비 그리고 아이와 새총
봄비 그리고 새싹
봄이 나를 읽는다
감옥탈출
꽃밭을 걸으며
동그란 웃음이 뛰놀다가
창준*의 독서법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아톰
발이 하는 독서
공간 밖 공간
공간 밖 공간에도 봄이 살아난다
액자에 담긴 봄
어떤 수채화

2부
여름이 살아난다
여름이 비에 젖고 있다
디카폰과 마네킹
땡볕의 불주사
빨갛게 굽힌 여름
새가 되는 꿈
어제와 내일 사이
젊음 한 송이
깊은 밤
진화하는 디카폰
벽 허물기
시체가 된 바람
불볕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어떤 날의 꿈
고층 아파트
서울은 시끄럽다

3부
가을, 피카소의 물감 통
나뭇잎이 시를 쓴다
그리다만 가을 한 장
가을 그리고 은빛의 잎
가을, 화약 냄새
가을 눈물에 젖는
하늘은 편지지
가을 그리고 수숫대
고추잠자리
가을, 어디론가 떠나는
하늘궁전
시간들이 쌓이면
곤두 박힌 꿈
쓰다버린 길 하나
굴렁쇠와 아이

거울 속 풍경
일회용 사랑
살빼기

4부
발끝으로 간다
어둠건너 하얀 마을
밤 또는 일회용 외로움
어떤 겨울날·1
어떤 겨울날·2
겨울우레
얼음 꽃
한 됫박의 웃음 소리
시계의 길, 두루마리
겨울밤이 눈에 묻히다
아직은 안 보이는

작품해설 | 시간이 직조하는 감각의 사계(四季) 변주곡 4악장_김명원

[2006.6.28 초판발행. 136페이지. 정가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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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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