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 황금찬의 문단 반세기(27)-이원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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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05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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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의 문단 반세기(27)-이원수 편
고향의 전설처럼

<고향의 봄>을 열다섯 살 때 지었다는 천재 소년 이원수(李元壽), <고향의 봄>은 홍난파가 작곡하여 지금, 우리나라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이 애창되는 노래가 되었다. 더구나 외국에 나가 있는 교포들은 언제나 이 노래만 부르고 있다.

▲ 황금찬 시인
고향이 그리울 때, 고향이 생각날 때, 그리고 고향의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면 언제나 그들은 이 <고향의 봄>을 부른다.

“<고향의 봄>을 부르면 언제나 마음은 고향에 돌아가 있는 기분이죠.”

내가 중동 어느 열사의 나라에 갔을 때,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역군이 한 말이다.

“그 노래는 한국의 정서를 물결치게 하는 그런 정감의 노래 입니다.”

이 말은 내가 빈에서 만난 한 학생이 한 말이다.
그리고 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조국이 그리워집니다.”

이원수는 비교적 친구가 많은 사람이다. 그의 정이 친구를 많이 갖도록 하여 주고 있다. 그는 누구에게나 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술을 무척 사랑했다. 많이 마신다거나 어느 시간이고 술만 있으면 마신다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술을 사랑하면서도 가장 절도 있는 생활을 한사람이 이원수가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그는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결코 호주가나 폭주가가 아니라 애주가였다. 언젠가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일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세 가지 조건이 나를 배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세 가지 조건 중에서 한 가지 조건이라도 나를 배반하고 내 곁을 떠난다면 나는 그 순간에 죽고 말 것이다. 그 세 가지 조건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여자요, 둘째는 술이요, 셋째가 문학이다.”

지금은 헐렸지만 종로 3가 어느 골목 안에 자그마한 술집이 있었다.
그 집의 이름이‘고향의 봄’이었다. 그리고‘고향의 봄’을 잘 부르는 귀여운 아가씨도 한 사람 있었다.

1954년 그 무렵, 이원수는 그 집의 단골손님이었다. 그‘고향의 봄’에서는 이원수를 극진히 대접하였다. 내가 이원수를 처음 만난 것도 이 집에서였다.

목월이 이원수를 만나러 종로로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나도 따라가‘고향의 봄’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목월이 내 이름을 대고 소개하자 곧“<경주를 지나며>, 내가 무척 만나보고 싶었던 시인이지”하며 내 손을 잡는다. 내가 문예지에 처음 추천받은 시가 <경주를 지나며>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원수를 처음 만난 해가 바로 1945년이었다.

이원수는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이 집에 친구들과 같이 자주 들르니까 당신도 자주 들러 이야기나 하자.”는 것이다. 이원수는 아동문학을 해서 그런지 마음이 아주 부드럽고 고왔다. 성을 잘 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웃음으로 맞아주고 웃음으로 헤어지곤 하였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명동에 더 많은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그 밤을 눈 속에서 보내고 싶었다. 참으로 우연한 일이다. 내가 눈을 맞으며 명동을 걷고 있는데, 박수근이 눈을 맞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다방 <보리>로 가기로 하고 눈 속을 걸어갔다.

그때 눈을 맞으며 이원수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눈 속에서 우리는 만났다.‘ 보리’에 앉아 차를 마셨다. 창 밖에는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눈을 흠뻑 뒤집어쓰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은 양명문이다. 그는 가슴에 포인세티아 꽃을 안고 있었다.

양명문은 취해 있었다. 그는 연신 손을 들고 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포인세티아의 꽃잎을 따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며 우리에게 한 잎씩 나눠 주었다. 박수근은 웃고 있고 이원수는 다방에서 메모지를 얻어 곧 시를 썼다. 제목은‘포인세티아 꽃잎과 눈’이라고 했다.

10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시를 써서 그 자리에서 낭독을 했다. 양명문는 박수를 치며 칭찬을 했고, 눈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손님들은 모두 칭찬의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양명문은 시 원고를 이원수에게 빼앗아 자기가 다시 읽기 시작한다.

명동 거리에
눈이 내리고 아늑한 인정의 화원
꽃이 피네

이렇게 시작하는 시다. 그 후 이 시를 어디에 발표했는지 그것은 알 수 없다.
우리는 차를 마시고 눈 내리는 명동 거리로 나왔다. 눈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거리의 소음도 눈에 묻히고 인정도 눈에 묻혔다. 그날 밤 통금 직전까지 우리는 명동에서 눈을 헤치며 종로 2가까지 걸어왔다.

“내가 눈을 맞은 지금까지의 경험 중에서 오늘같이 이렇게 좋은 눈을 맞은 일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해방 후 어느 핸가 서울에 눈이 내려 친구와 같이 거리를 쉬지 않고 걸은 일이 있었지만, 그날의 눈도 오늘밤같이 이렇게 좋은 눈의 광경은 아니었다고 이원수가 말했다. 나는 저 국경 가까운 곳에서 많은 눈을 맞아보았지만 그날 밤 서울에 내리던 눈같이 그렇게 인정스러운 눈은 처음 맞아본 것 같았다.

“내 고향이 강원도 산 속이라 많은 눈을 접할 수 있었지만 오늘밤같이 이렇게 마음대로 눈길을 걸어본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박수근이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 때마다 이원수는 어느 해의 겨울 명동에서 눈을 맞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날 밤의 눈 이야기를 동화로도 쓰고 시로도 여러 편 지었노라고 말했다. 그날은 왜 그렇게 즐거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 밤 우리들 중에서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그 이외엔 모두 다 갔다.

낙원동 입구에 있는 <삼미집>은 이원수의 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술집이다.
집이 특별히 깨끗하거나 아니면 음식이 특별히 맛이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값이 싼 것도 아니다. 그냥 보통 대폿집이다. 그렇지만 이원수는 시내에 나오게 되면 해질 무렵 하루에 한 번씩은 그 삼미집에 들러 소주를 한잔 마시게 된다. 친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친구가 없으면 없는 대로 혼자서 마시게되는 것이다.

이원수는 애주가이다. 하지만 술을 결코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그리고 맥주는 입에 대지 않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소주이고 그 다음이 탁주이다.
친구와 약속을 할 때면 언제나 삼미집으로 몇 시까지 오라고 약속한다. 이원수는 친구든지 아니면 포장마차집이라 하여도 한번 정이 들면 쉽게 버리거나 떠나지 못하는 정의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그 인정을 사랑했고 그래서 그를 많이 따르게 된다. 그는 누구에게든 직업의 귀천과 학식과 무식을 따지지 않는다. 사람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

그래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고 있었다. 술집에서 술을 따르는 여자들이라도 그는 최상의 여인으로 받들고 사랑해준다. 그래 많은 여성들이 이원수를 따르고 또 숭배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고향의 봄>, 그 노래를 지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젊은 여인들은 이원수를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어 했고, 그 스승님과 같이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어 했다. 그렇게 원하는 술집여자들이 있으면 언제나 시간을 내어주었고 사진을 찍으면 몇 장이고 자기의 돈으로 사진을 찾아 주었다. 이원수의 그 서민적인 사랑은 누구도 쉽게 따를 수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1975년 동화집『호수속의 오두막집』을 출간했을 때, 나는 그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그를 어느 음식집으로 초대했다. 나는 그를 초대할 때 단서를 달았다.

“꼭 혼자 오셔야 합니다. 누구와도 같이 오시면 안 됩니다.”

알았다고 했다. 그날 밤 나와 둘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1935년 문학 서클을 조직했다가 일제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1년간 옥고를 치른 일이며 1952년『소년세계』를 창간하고 편집을 맡았던 일,‘ 뜸북 뜸북’하고 시작되는 <오빠 생각>이란 노래가 하도 좋아 최순애 여사를 찾아가 친하게 되고 급기야는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됐다는 말(그 최순애 여사가 지금의 부인임) 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참으로 할 일이 없는 사람이오. 내게 잘 쓰나 못 쓰나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이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 재주까지 없었다면 나는 진작 굶어 죽었을 게요. 나는 참으로 재주가 없는 사람이오.”

나는 이원수의 이 말을 들으며, 그의 겸손이 그의 문학을 빛나게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원수는 겸손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랑을 생활화하는 사람이다.

다리목

영이와 헤어지던
다리목을 지나면
우우 부는 솔바람도
그날 그 소리
조잘대는 개울물도
그날 그 소리
영이와 헤어지던
다리목을 지나면
소근대던 영이 말이
귀에 들릴 듯
나긋한 영이 손이
불쑥 잡힐 듯
영이와 헤어지던
다리목은 멀어도
영이가 생각나면
찾아오는 곳
보고프면 나 혼자
지나 보는 곳

이원수가 영이(가명)을 알게 된 것은 마산 문학 강연에서이다. 마산에서 문학 강연을 마치고 나오니 한 소녀가 공손히 인사를 한다. 문학 소녀였다. 그렇게 하여 알게 된 소녀와 자주 만나게 되었다.

이원수가 그를 만나러 마산으로 내려갔고 아니면 그 소녀가 이원수를 만나러 서울로 올라왔다.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떤 한계 위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약 3년 뒤에 소녀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기별을 했다.

이원수는 그 기별을 듣고 곧 마산에 내려가 그를 만났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라고 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쓴 시가「다리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노래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소녀에게 보냈다. 소녀와 마지막 작별을 한 곳이 다리목이다.

그 소녀가 결혼하고 한 3년쯤 후의 일이다. 어느 가을 이원수는 부산으로 문학 강연을 갔다.
그는 <체험과 문학>이라는 연제로 강연을 한 것이다. 청중이 많이 모였었다.
그는 강연 도중 체험의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의 시「다리목」을 소개하였다. 문득 추억의 등불을 켜고 오는 바람에 시를 외우다가 그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울고 말았다.

보고프면 나 혼자
지나 보는 곳

이 구절에서 더 울었다. 너무 울어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시작할 정도였다. 장내는 숙연해지고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강연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왜그렇게 울었느냐고 물었다. 이원수는 웃으면서 사람이 싱거워서 울었다고 했다. 이원수가 서울로 돌아온 뒤 곧 부산에서 편지가 왔다. 영이였다.

<선생님, 저는 결혼하고 곧 부산에 와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문학 강연도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우실 때 저는 더 울었습니다. 그날 밤 선생님을 뵐까도
했습니다만 용기가 없어 울면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언제 만나
뵈올지 모르겠습니다. 건강과 시필(詩筆)로 행복하세요.>

1971년 11월에『이원수 선생 회갑 기념 아동문학집 ? 고향의 봄』을 발간하고 그 책 증정식 겸 회갑연을 외교구락부에서 열었다. 연회가 끝나고 몇 친구들을 따로 집으로 청했다. 그때 그분의 집은 사당동 예술인 마을이었다. 지금의 사당동은 아주 큰 동네로 발전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아주 촌이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터는 상당히 넓어 보였다. 대지가 몇 평이냐고 물었더니, 100평이라고 했다.

집 주위엔 담도 없고 대문도 없었다. 그저 잡초만 무성했다. 그런데 그 잡초 사이에 가느다란 철사줄을 여러 줄 겹겹이 깔아 놓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하도 도둑이 많아서 도둑 방지용으로 줄을 쳐 놓았다는 것이다. 밤엔 어두워서 잡초 속에 감추어진 철사줄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밤손님이 들어오다가 철사줄을 건드리면 줄이 흔들리면서 방안에 걸어 놓은 종이 울린다는 것이다. 그 종소리를 듣고 일어나 도둑을 쫓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일시에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는 <고향의 봄>을 합창하였다. 그리고 그분의 부인이 쓴 노래 <오빠 생각>도 불렀다. 이 노래는 그분의 부인인 최순애 씨의 작품이다.

“노래가 하도 좋아 동인으로 친했고 그러다가 윤석중, 이응규, 천정철, 윤복진, 신고송, 이정구, 서덕출, 최순애, 이렇게‘기쁨사’의 멤버가 되었지. 그러다가 최순애와 더 친해져서 그만 둘이 결혼하게 되었지. 그땐 그렇게도 이뻐보이더니 지금은 저렇게 미운 사람이 되었어. 늙어서 저렇게 미운 사람이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결혼하지 않는 건데.”

우리들은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미인도 늙으면 추녀가 되고 미남도 늙으면 도깨비가 되는 것이지. 그러기에 사람은 남에게 늙어 추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적당한 나이에 죽어야 하는 건데, 그 일도 마음대로는 안 된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

이원수는 웃음 섞어 말하고는 술 한 잔을 든다.

“아니지요. 사람은 오래 살아야 합니다. 비록 늙어 그 모습이 초라하게 보일지라도 오래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늙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죽는 것이 슬픈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김영일이“옳은 이야기야.”하고 말을 받는다.“ 늙어도 오래 살아야지요.”하고 박홍근도 맞장구쳤다.

“오래들 사시오. 볼품도 없이 늙어 버리더라도 오래들 사시오.”하고 이원수가 말했다. 그는 추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서까지 오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70도 못 넘기고 말았는지 모른다.

이원수는 두 번이나 수술을 받고 몸이 그렇게 쾌차하지 못했는데도 자주 종로 쪽으로 나오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도 좋아했던 술은 한 잔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주 다니던 삼미집으로 가자고 했다.

“술도 못 하시면서 술집엔 왜 가자는 것이냐.”고 내가 물어 보았다.
“술은 못하지만 자주 다니던 집이니 한번 가 보고 싶다. 그 집에 가는 것도 이제 몇 번이나 더 가겠느냐. 가서 그대들은 술을 마시고 나는 앉아 있으면 될게 아니냐.”

이원수의 이 말은 무척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의 말대로 삼미집을 찾았다.

“아, 참 오래간만에 이 집에 왔군. 사람은 병이 없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다 해야 돼. 마시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마시고, 그러나 남에게 섭섭한 일은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이지. 자기의 몸이 건강하다고 남에게 손해를 끼쳐선 안돼. 병이 생기고 보니 후회되는 일이 많군. 왜 남에게 내가 섭섭한 일을 했는지 생각하면 미안하고 죄송할 뿐인 걸.”

그의 표정이 무척 쓸쓸해 보인다. 술을 마실 생각들이 없어 자주 들르던 디즈니 다방으로 나왔다. 그는 우유 한 잔을 마시고 자리를 떠났다.

내 생각으로는 그가 그 날 종로에 나왔던 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간 그 날 이후 그를 종로 쪽에서 본 일이 없었다. 종로를 지키던 또 한 사람의 주인이 나그네가 되어 종로를 떠난 것이다. 모두 그렇게 후조처럼 떠나가는 것일까. 이 생각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이원수는 병상에서도 신춘문예 심사를 했다. 몸이 불편해 신문사로 나오지 못했지만 집에서 당선자를 뽑아 신문사에 연락한 것이다.

정원 중순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병이 더 악화되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었다. 그의 집엔 몇 사람의 아동문학가들이 찾아와 있었고, 또 낯모를 사람들도 한두 사람 있었다. 얼마 후 아동문학가들은 인사를 하고 돌아갔고, 나와 그리고 한두 사람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모습을 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부어 있었다.

얼마 후에 한 젊은 여성이 병상을 찾아왔다. 그 해 신춘문예에 동시로 당선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늦게 찾아뵈어 죄송하다고 했다. 이원수는 웃음을 날리며 찾아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시가 참 좋았다. 앞으로 열심히 하여 좋은 시인이 되라.”고 하였다.

이원수는 손을 더듬어 여성의 손을 잡고“손이 참 부드럽군요.”그러면서 계속 어루만지고 있었다.

“내겐 후회가 없어. 잘하나 못하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봤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나보다 못하고 가는 사람도 많은데 내게 무슨 후회가 있겠는가.”

그는 웃고 있었다. 밖에는 어느덧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놓고 이별을 했다. 그것이 이원수와 나의 마지막 작별이 되고 말았다.


■ 황금찬
시인. 《문예》와 《현대문학》등단.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외


(월간《문학세계》2009년 4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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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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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방송 출간 전자책 2014년 9월중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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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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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원고(전자책 출간용)...
제3회 윤동주 시낭송대회 개최 / 2019.10.30 접수 마...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작품집 2019년 제1차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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