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 황금찬의 문단 반세기(41)-김광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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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08월28일 19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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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의 문단 반세기(41)-김광섭 편
대인은 말이 없고

[황금찬]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 황금찬 시인

시인 김광섭은 고향이 함북 경성군 어대진이요, 시인이며 평론가인 이헌구는 고향이 함북 명천군 출신이다. 김광섭은 1905년생이요, 이헌구는 1906년생이다.

이헌구는 보성을 거쳐 와세다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고, 그보다 한 해 늦게 김광섭은 중동중학교를 거쳐 와세다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 나이가 한 살 위인 김광섭이 대학엔 한 살 아래 이헌구보다 늦게 입학했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고향도 서로 멀지 않는 경성군과 명천군이니, 그리 먼 곳이 아니다.

김광섭이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와 모교인 중동에서 10년을 교사로 있었다. 그가 문단에 나온 것은 1927년 『해외문학』과 1931년 창간된 『문예월간』을 통해 등단했다.

이헌구는 고향에 돌아와 1931년부터 1940년까지 약 10년 간 ‘자유정신’과 ‘세계양식’을 추구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제 말기에 소위 창씨개명이란 제도를 만들어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라고 했다. 그러나 김광섭은 끝내 창씨개명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구속되어 3년 8개월이란 긴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감옥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이헌구가 면회를 왔다는 것이다. 그래 면회차 면회실로 들어서는 김광섭을 보고 있던 이헌구가 일본말로 “이 괴로움을 어떻게 견디어 내고 있는가.” 하고 비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광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 우리말로 “야! 이 나쁜 놈아, 일본말을 하려거든 당장 나가.” 라고 큰 소리를 지른 다음 면회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헌구는 허전한 마음으로 면회실을 나왔다. 그 후 형기가 끝나고 김광섭이 출감했다. 그리고 이틀인가 지난 후, 이헌구가 김광섭을 찾아갔다. 고생담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 사람아, 그래 친구가 면회를 갔는데 친구를 그렇게 쫓아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웃음 섞인 말로 넌지시 얘기했다.

“내가 왜 그 형무소에 들어 갇혀 있는가. 모두 그 일본놈들 때문이 아닌가. 죄 없이 옥살이하는 것도 분하고 슬픈 일인데 친구가 면회 와서 일본말을 해. 나는 그것은 못 참지. 분해서 어떻게 참아.” 했다.

이헌구가 웃으면서
“이 사람아, 내가 일본말을 하고 싶어 했겠는가. 면회를 왔다고 하니까 ‘면회는 꼭 일본말로 해야 합니다. 일본말을 안 쓸 때는 면회를 취소시킵니다.’ 하데. 그래 일본말을 썼지. 그런데 그렇게 소리를 질러 무안해서 혼났네.”

“내가 소리를 지른 것은 잘못했네. 그것은 사과하지. 하지만, 어쨌든 간에 일본말을 쓴 것은 그대의 잘못이야. 그 부분에선 자네가 사과해야 돼.” 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 점에 대해선 내가 사과하지.” 했다.
서로 웃으며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조국이 해방이 되고, 나라가 독립하고,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이 되고 했다. 그때 김광섭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다. 피난 시절에는 신문도 새로 발간하고 했다. 이헌구는 이화여대 교수가 되고 그리하여 문단 3대 미남자의 한 사람이 되고 시도 쓰고 평론도 하고, 서로 활발히 문단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김광섭이 고혈압으로 쓰러져 고생했지만, 다시 일어나 몸은 좀 불편하였으나 그래도 작품 활동은 활발하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저 유명한 「성북동 비둘기」를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썼다.

그렇데 활동을 하다가 1977년 그는 영원히 잠드셨다. 그 소식을 들은 이헌구는 큰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그때부터 그는 하반신을 못 쓰고 늘 지팡이에 의해 걷기도 하고 차도 탔다. 이 두 사람의 우정은 하늘이 알고 있는 깊은 우정이었다.

어느 날 어느 화랑에서 그분을 만났다.
“선생님 많이 편치 않으시죠.” 하고 내가 물었다.
“사는 것이 하루가 귀찮터니 오늘 이렇게 친구들을 만나니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 이리도 행복하구만. 고생스러워도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는 행복한 거지?” 하며 크게 웃으셨다.

그날이 그분과 마지막 만남이었다.(이헌구 선생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 두 편을 여기에 소개한다. 몸이 불편하여 고생하시다가 여의도 아파트로 옮기셨지만, 그리로 옮기기 전에 쓰신 시다.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서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 황금찬
시인. 《문예》·《현대문학》등단.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외 다수 수상

월간《문학세계》2010년 6월호 수록)




[ 조회수 5,669 ] [추천수 6]
 
황금찬 시인
[문학세계]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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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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