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학] 제18집
우리가 흔히 '문학'이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인문과학 분야의 일부로 학문적 속성과 예술적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문예(文藝)'라고 해야 함이 옳다.
글은 이성적 목표와 감성적 목표를 함께 가지고 있어, 이 양 측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만 한다. 작가는 작품에 미적 흥미뿐만 아니라 인류나 구성인의 현실적 삶과 관련된 정치·경제·사회·역사·철학·문화적 여러 요소를 미적으로 승화시켜 자연스럽게 동화함으로써 고유의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좋다'는 말처럼 글이 흥미에만 집중하다보면 후에 남는 감동이 적거나 없어져 가치와 격(格)이 추락하게 된다. 이런 사실 때문에 처음엔 인정받지 못하던 것이 갈수록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어 오늘에 와선 자연스럽게 다가온 어휘가 '수필학(隨筆學)'이다.
이것은 수필에도 창작과 감상, 이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기층사고(基層思考)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수필이 지향하는 견고한 내실(內實)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풀어놓고 기르는 방목(放牧)도 좋은 육성법이지만 - 창작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의미 있는 존재로 길들여지지만, 그 이론은 수필학의 여러 이론처럼 방향제시와 규제도 필요한 것 중의 하나다. 그래야 '질서(秩序)'라는 의외의 소득을 수확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중의 일반적 정서가 '한(恨)풀이' - 넋두리 수준에 머물던 작품경향이 2010년 동계올림픽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새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하지 않으면 현상과 이론이 따로 존재해 엇박자를 내게 되므로, 여러 연구자가 미리 예상해 길을 마련해 놓아 대중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수필'에 대해서도, '수필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와 연구자는 작품의 구상에서부터 어떤 메시지를 넣어 숙성시킬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사색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의혹과 불안을 해결하거나 진무(鎭撫)시키는 데 어떠한 기여도 할 수 없어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수필연구가의 노력은 한순간도 정체되어 있을 틈이 없다. 정지되어 있는 것은 퇴보 그 자체를 의미한다.
우리의 이런 노력은 갈수록 그 필요성이 더욱 요청되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무엇이든 가속도가 붙게 되면 그 속도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동안 축적된 우리의 실적도 빛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분야의 선각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 가치는 더 큰 가치를 낳아 진로(進路)를 자리매김하게 된다. 달리는 말이 채찍을 맞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노력은 더 큰 실적을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뜻과 힘을 보태 오늘의 실적을 쌓게 해준 모든 비평가와 작가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며 , 우리나라 수필문학의 번영을 기원한다.
― 윤재천(한국수필학회 회장), 머리말 <수필을 경작하는 모판이 될 때>
- 차 례 -
머리말 | 수필을 경작하는 모판이 될 때
권대근_미의식의 유형과 작동 양상
김홍은_21세기 수필관을 정립한 운정의 수필활동세계
남홍숙_테마수필, 몸으로 쓰기
박양근_다문화사회와 재미수필의 분석
박장원_이런저런 생각들
오차숙_실험수필 그 표정과 기질(氣質), & 방향
윤재천_수필문학의 현황과 방향성
이관희_수필문학 이론은 이미 정립되어 있다
이명재_수필의 기초와 장르적 위상
이상국_문제아로서의 글쓰기
이유식_한국수필작단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정목일_수필문학에 대한 통찰과 모색
정주환_記文의 미학적 고찰
정진권_猊山隱者傳(예산은자전)考
최원현_수필의 문학성과 상상
최이안_李箱 수필의 표현적 특성
한상렬_자유로운 의식, 경계 가로지르기의 실험
[2010.11.15 초판발행. 359페이지.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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