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 황금찬의 문단 반세기(43)- 김시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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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05월12일 08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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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의 문단 반세기(43)- 김시철 편
아직도 갚지 못한 빚이 있다

[황금찬]

“나는 그의 옆에 가서 귓속말로, 술값이 얼마가 됐던 있는 대로 꾸어달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역시 귓속말로 술값이 얼마가 되던 그냥 두고 나가라는 것이다.”
▲ 황금찬 시인

수십 년이 지나갔는데도 아직도 갚지 못한 빚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빚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다. 

아마도 1960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그것은 얼마였더냐고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문인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차를 한 잔 마셔도 쉽게 찻값을 치르기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때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GNP가 100불이라고 했던 때였다.

<갈채> 다방에서 서로 헤어지게 되면, 매일 저녁 똑같은 행진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소설가 학촌 이범선, 그리고 지금은 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시인 김상억, 요즘 병상에서 고생하고 있는 시인 김구용, 그리고 필자, 이렇게 네 사람은 무슨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방향으로 발을 옮긴다. 그것을 몇 년이나 계속했을 것이다.

명동서부터 종로 4가까지 걸어와선 주머니를 다 털어 있는 대로 거의 다 쓰러져 가는 감자국집에 들어가 감자 몇 개와 돼지뼈 몇 토막, 그리고 술 네 사발, 그것을 축내고야 헤어지는 것이다.

이범선과 김상억은 전차를 타고 동대문 쪽으로 간다. 그들은 답십리에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 김구용과 필자는 전차를 타고 돈암동 쪽으로 간다. 구용은 돈암동에 살고 나는 정릉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헤어지기 전 마지막 종점에서 감잣국에 탁주를 마신다. 그리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울고 있었다. 꼭 같은 시각에 꼭 같이 우는 네 사람, 그것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우는 것이다.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는 울음, 그래도 가장 많이 운 사람은 이범선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울음을 꼭 찾으라면 아마도 가난의 울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게 살기가 힘들 때나 무엇인들 여유가 있었겠는가. 생각하면 옛이야기들이다.

이범선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김구용은 병을 얻어 불편한 몸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고, 김상억은 교수직에서 정년을 맞아 노경의 사색을 즐기고 있으며, 필자 또한 인생의 내리막길을 달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 무렵이다. 그날도 다방에 앉아 심각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다들 나가고 남은 사람이 정한모 시인과 나뿐이었다. 서로 떨어져 앉아 있다가 결국 한 자리로 모였다. 아마 초겨울 저녁 7시쯤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바로 그 시각에 문이 열리며 친구 한 사람이 들어선다. 한성기 시인인 것이다. 그는 대전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반겨 맞았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했더니, 일이 그렇게 됐다고 한다. 

이제 셋이 모인 것이다. 한성기가 대전에서 왔으니 우리가 그를 모셔야 한다. 그런데 그때 나에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정한모 시인이 일어서며 어디 가서 간단히 저녁이나 먹자는 것이다. 

우리 풍속에는 누구나 가자는 사람이 저녁값을 치르게 되어 있으니까 나는 그를 믿고 그냥 따라간 것이다. 세 사람이 명동 어느 허름한 집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 놓고 마시면서도 통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한성기 씨가 눈치 안 채게 내가 정한모에게 넌지시 물었다.

“돈이 좀 있어요? 정한모가 놀라는 표정으로 내게 되묻는다.
“황 선생 하나도 없어요?”
“난 지금 가진 게 없는데 어떡하지?”
“그래 그러면 무슨 방안을 생각해야지.”

그렇다고 한성기 씨는 손님인데 그에게 음식값을 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참으로 걱정스러웠다. 
“정 없으면 신분증이라도 맡기고 가야지.” 한다.
“글쎄 그것을 잘 맡아 주겠소.”
이 모든 내용을 한성기 모르게 통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날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한성기 씨가 알게 되었다면 그가 낸다고 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손님을 대접하는 도리가 아니다. 

결국 신분증을 접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을 밀고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그를 바라보는 순간 깜짝 놀라게 기뻤다. 그가 우리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가 돈이 있을까, 그런 걸 생각해 볼 사이도 없이 이젠 봉변을 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한모는 눈을 찔끗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는 우리들의 친구 김시철 시인이었다. 그가 혼자 온 것이 아니고 우리는 모르는 사람과 같이 온 것이다. 김시철 

시인은 우리의 속사정도 모르면서 기쁘게 손을 잡았다.
얼마 후 우리는 일어날 때가 되었다. 그때 일어날 준비를 하면서 정한모가 “내가 이야기해 볼까?” 하는 것이다.

“아니야. 내가 이야기하지.” 했다.
그는 성진이 고향이고 나는 그 성진에서 자란 사람이다. 김시철 시인과 나는 동향 사람같이 친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친한 사이다.

나는 그 옆에 가서 거의 귓속말같이 사정 이야기를 했다. 술값이 얼마가 됐던 있는 대로 꾸어달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역시 귓속말로 술값이 얼마가 되던 그냥 두고 나가라는 것이다.

“내가 나갈 때 다 계산하고 간다.”고 한다.
이런 것을 구원의 배라고 한다. 우리는 제법 크게 웃으며 그 집을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그것이 벌써 30년 전의 일인데, 그 후 나와 정한모는 그 술값을 김시철 시인에게 주지 않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때 그 술값이 모두 얼마였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허나 일부러 그 술값을 떼먹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나나 정한모나 마찬가지다. 그저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시인이 만약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면 우리들 어떻게 생각할까. 욕을 할까? 아니면 잊고 잊겠지 할까.

몇 년 전 정한모 시인과 같이 삼선교 자매집에 그 이야길했다. 이제 돈을 주기도 그렇고 언제 한 번 셋이서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그 후 그 일을 실천도 못 하고 정한모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 

이젠 혼자 갚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실천 못 하고 있다.
김시철 선생 미안합니다. 용서하시오.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  

■ 황금찬
시인. 《문예》·《현대문학》등단.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외 다수 수상

[월간《문학세계》2010년 8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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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시인
[문학세계]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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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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